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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Jun 08. 2021

나는 왜 독립이 하고 싶을까?

자유가 필요한지도 몰랐던 날들

사실 엄마와의 싸움으로 단순히, 홧김에 독립을 결심한 건 아니다. 나는 꽤 오랫동안 독립을 꿈꿔왔다. '독립이 하고 싶은 이유가 뭘까?' 현실적으로 내가 독립을 원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해보니 나에게는 '자유'가 필요했다.


첫 번째 이유는 우선 물리적인 공간의 부족이었다. 부모님과 사는 집에서는 그동안 나만의 공간이 없었다. 우선 가족 구성원이 많았다. 뭐 그렇다고 사실 엄청 많은 건 아니고 부모님과 삼 남매, 이렇게 다섯 식구이지만 보통 네 식구가 사는 친구들은 우리 가족을 신기해했다.


그리고 우리 집은 방이 3개였기 때문에 가족들이 각자 개인방을 쓰기는 어려웠다. 여동생과 나는 2층 침대를 쓰면서 한 방을 쓰기도 하고 3개의 방을 공부방, 침대방 등 목적을 나누어 쓰기도 했다.


게다가 학창 시절 내내 우리 집은 공부방을 했다. 엄마가 나와 동생들의 친구들을 가르쳤는데 평일 내내 하교 후 우리 집 거실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학창 시절 이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몇 년간 우리 집에서 함께 지냈다.


당시에는 이에 대한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도 못했고 상황이 변하는 대로 적응하면서 아웅다웅 살아왔다. 다만, 학창 시절의 나는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혼자 있다고 해서 사실 딱히 뭘 하는 건 아니었고 그냥 리모컨 싸움 없이 내가 보고 싶은 티비 채널을 크게 틀어놓고 엄마한테 혼날 걱정, 동생들한테 뺏길 걱정 없이 라면을 끓여먹었다.


바 자리에 앉아 혼자 뭔가를 하기 좋은 스타벅스 리저브


초, 중, 고등학교 시절보다 조금 더 자유로운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거의 집에 붙어있지를 않았다. 주로 노느라 밖으로 나갔지만 공부를 할 때도 도서관을 갔다. 사회생활을 하고서는 이제 더 이상 책상에 잘 붙어있지 않으니 부모님은 집 정리를 하면서 내 책상을 아예 버렸다. 이제 집에서 나의 공간은 침대, 그것도 2층 침대의 한 칸일 뿐이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책을 읽고 싶어도 마땅히 혼자 집중할 공간이 없었다. 쉬고 싶은 날에도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 조용히 쉴 수 없었다.

점점 나는 별 약속도, 할 일도 없어도 아침 일찍 카페에 가서 이것 저것하며 시간을 보낸 뒤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왔다. 집보다 북적이는 주말 카페가 더 나에게 집중하는 느낌이 들었고 편했다.


여러 고민들로 나의 인생(?)을 한바탕 되짚고 나니 그동안 몰랐던 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동안의 나는 자유로움이 필요했고, 나도 모르게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갈망해왔던 것이다.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 안에서 티비 채널, 오늘 저녁 메뉴, 내 물건을 버릴지 말지 이 모든 걸 내가 결정하고 싶었다. 이러한 결핍과 갈망에 대해서 너무 늦게 깨닫게 된 것은 슬펐지만 그래서 점점 더 독립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해졌다. 이 결핍을 모르고 살았을 땐 아무렇지 않았지만 한 번 깨닫고 나니 돌이킬 수 없었다.


바로 다음 날, 엄마에게 독립을 하겠다고 말했고 엄마는 나가서 살아봐야 엄마의 고생을 이해한다며 오히려 좋아했다. 그날 나는 들뜬 마음으로 잠도 안 자고 직방, 다방, 피터팬을 다운받고는 자유로운 독립 라이프를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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