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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Jun 15. 2021

직방, 다방, 그리고 피터팬

그리고 그 사이를 정처 없이 헤매는 나

독립을 결심하는 것은 독립을 상상하는 것에서 독립에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독립을 실행하는 것은 독립을 결심하는 것에서 1293810단계쯤 더 나아가는 일이었다.


"나 독립할래!"라고 당차게 선언했지만 "근데 뭐부터 해야 하지?" 하는 물음표가 바로 뒤 따라붙었다. 당장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다행히 주변 독립 선배님들이 여러 조언을 해줘서 우선 나에게 맞는 동네를 몇 군데 선정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정했다. 그런데 나에게 맞는 동네를 어떻게 고른담?


내가 흐릿하게 기억나는 어린 시절부터 나는 지금의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었다. 집에서 10분이 안 걸리는 곳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나왔으며 옆 동네에서 학원을 다녔고 친구들도 모두 다섯 정거장 이내에 살았다. 내 30년 남짓의 인생에 내가 산 곳이라고는 좁은 이 동네뿐이라 나에게 어떤 동네가 좋을지 판단할 경험이 없었다. 결국, 회사에서 동료들이 많이 산다는 동네를 몇 군데 추렸다. 가장 많은 동료들이 회사에서 지하철로 10분 거리인 동네에 살고 있었는데 대부분 동네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동네로써 익숙한 곳은 아니었지만

나름 서울의 중심가라 몇 번 가본 적이 있었고 생활권이 좋아 보였다. 좋아! 그럼 이 동네로 정했다!


뭔가 대단한 결정이라도 한 듯 보였으나 동네 정하기는 그 시작일 뿐이었다. 우선 부동산 앱에서 동네 필터를 걸고 매물들을 훑어보았다. [직방] 어플은 너무 많이 뒤져서 그 지역 안에 있는 집을 다 외울 기세였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알맞은 집은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좋아 보이는 집은 비쌌고 가격이 맞으면 무언가 부족한 집이었다. 이 둘이 잘 맞는 집을 간혹 발견하면 허위매물이었다.


직방 어플을 질릴 때까지 본 뒤 [다방] 어플도 다운받아보았다. 직방에는 없는, 나에게 맞는 매물이 있을 거라는 기대로 어플을 둘러보았으나 대부분 직방에 있는 그 집이 그대로 있었다. 심지어 매물 개수도 더 적었다. 다만 좀 더 좋았던 점은 부동산 리뷰(?)를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집만큼이나 부동산을 잘 골라야 한다는데 덕분에 솔직 후기를 보고 많은 부동산을 거를 수 있었다. (지금은 업데이트되어 별점 후기만 보거나 남길 수 있고 상세 후기를 남기는 란은 사라졌지만 그 당시만 해도 솔직 후기가 정말 많았다.) 그런데 이러고 나니 이제 남는 매물이 많이 없었다.


그 뒤 친구들의 추천으로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라는 직거래 특화 어플도 알게 되었다. 네이버 카페를 기반으로 한 앱인데 직방, 다방처럼 매물은 많이 없어도 진성 매물이 대부분이라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도 내 집이 없는 건 여전했다. 매물 위치를 알아보다가 [네이버 부동산]도 많이 애용했다. 네이버 부동산 역시 허위매물이 적었고 동네 시세나 부동산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직방/ 다방/ 피터팬 어플

여러 어플을 동시에 보다 보니 선택지는 많아졌으나 그만큼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 그리고 어디든 여전히 내 조건과 마음에 동시에 맞는 집 찾기는 어려웠다. 핸드폰만 붙잡고 발 동동 구르고 있는 나를 위해 회사 동료 A가 본인이 진행했던 부동산을 소개해주었다. 소개받은 곳은 동네에서 오랜 기간 동안 자리 잡고 있는 부동산이었다. A 역시 이 부동산을 또 다른 회사 동료인 B에게서 1년 전에 소개받았었다. B는 이곳이 오랜 세월 운영된 만큼 동네에 대해 잘 아는 분이 정직하게 운영했을 거라 생각해서 직접 찾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당시 A와 B는 이 부동산을 통해 구하게 된 집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고민할 것 투성이던 와중에 부동산만큼은 믿고 연락할 곳이 생기자 벌써 집을 구한 것 마냥 한 시름을 덜게 되었다. 집 구하기는 역시 발품이라던데 발이야 얼마든지 바쁘게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 좋은 집들이 준비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부동산에 연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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