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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Jun 15. 2022

입주 당일, 태어나서 처음 하는 일이 이렇게 많다니!

계획과 바쁨 속에 따듯함을 잃지 말기


입주할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우선 계약서부터 써야 했다. 이전에 계약서 내용을 조율하고 최종본 검토까지 했으나 집주인과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도장을 찍지는 못했기 때문.  부분이 살짝 불안하긴 했지만, 등기부등본도   보았고 집주인이나  세입자와 크로스체크를 마쳤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안심할  있었다. , 아직 가계약금 100 원밖에 넣은  없기 때문에 수틀리면 입주를 취소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오후 시간에 입주하기로 해서 12 도착으로 계획을 짰는데, 거의 도착할 때쯤 집주인한테 연락이 왔다. 이전 세입자가 완전히 짐을 뺐고  상태 확인  금액 처리도 완료했다는 내용이었다. , 이제부터 완전한 공실로 나만 들어가면 되는 상태였다. 살짝 설렜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얌전히 건물 앞에 주차를  다음 계약서를 쓰러 갔다. 집주인은 오피스텔  건물을 통으로 갖고 관리하고 있어서 그중   호실을 사무실로 쓰는 듯했다. 연락받은  안으로 들어가 드디어 그동안 문자와 전화로만 연락을 나눈 집주인과 처음으로 대면했다.


'원래 되게 꼼꼼한 성격이죠?'

집 안으로 들어가 앉자마자 집주인이 나에게 건넨 첫마디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이런저런 문의나 요구를 너무 많이 했나 싶어서 민망하기도 했다가, 한 편으로는 내가 독립을 잘 준비했다는 반증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다. 평소 걱정이 많은 편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좋은 성격이라며, 특히 이런 계약서 같은 경우는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게 맞다고 오히려 집주인이 말해줘서 더 뿌듯했다. 덕분에 살짝 자신감(?)을 얻고 더 편안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계약서를 검토했다. 집주인은 이미 최종 계약서에 날인을 해둔 상태여서 나는 이전에 확인한 내용과 다른 게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순서대로 날인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손 떨리던 순간

  떨리는 마음으로 잔금을 이체했다. 태어나서 내가 누군가에게 일시불로 가장 크게 송금한 금액이다. (송금을 위해 미리 이체 한도를 높여두었다.) 계약서 작성 후에는 관리소장님께 건물 설명(분리수거 방법, 기계식 주차 이용법 ) 듣고 드디어 나의 첫 번째 집이 될 공간으로 발을 들일  있었다.


혼자 들어간 집의  느낌은 '낯설다'였다. 사실 그럴 만도    구경했을  처음 보고 이제 겨우  번째 보는 집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전엔  세입자가 살던 집의 형태와 구조로만 보다가, 이제는 짐이  빠져버린   공간 자체만 마주하니  어색했다. 마치 소개팅하고  번째 만나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초면에는  꾸며진 채로 만났는데  번째로는 조금 편하게 만났을 때의 느낌이었다. 반갑고 설레긴 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뻘쭘하고 어색해서 집과 내가 서로 낯을 가리는 기분이었다.


하얀 벽지 위에 스크래치나 때가 묻은 흔적들

하지만, 잠자코 집에 적응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입주 첫날은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전에 집에 문제가 없는지 마지막으로 한 번씩 체크를 했다. 우선, 동영상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꼼꼼히 찍어뒀다. 이 집은 전 세입자가 첫 입주자였는데, 여자분 혼자 1년 반 정도만 살았던 집이라서 그런지 벽지나 장판도 별문제 없이 깨끗했다. 세탁기를 포함해서 집안 곳곳 물이 나오는 곳의 수압도 체크를 했고 냉장고, 에어컨 등 기본 옵션의 상태도 확인했다.


집에 대한 확인을 마치고 나서는 이 집이 내 집이라는(물론 월세지만...) 나라의 확인을 받기 위해 동사무소로 향했다. 전 세입자가 아직 이사 간 곳에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는지, 동사무소 직원분이 이것저것 집과 계약 관련된 사항을 물었고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발만 동동거리며 묻는 말에 대답했다. 잠시 뒤, 앞으로 나의 동네가 될, 아직은 낯선 동의 이름이 내 신분증 뒤에 붙여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 주소가 변경된 날이었다. 계약서에도 입주 당일 날짜로 확정일자 도장을 받았다. 부동산 없이 계약한 터라 처음으로 제 3자에게 이사와 계약에 대한 확인을 받은 순간이라 그런지, 이때 이후로 내 마음은 한결 편해졌고 여유로워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때쯤 전 세입자로부터 문자가 왔다. 집을 보러 왔을 때부터 중간중간 작은 문의사항이 생길 때 연락을 드렸었는데 항상 친절하게 대답해주셨던 분이셨다.


 관련 내용  연락을 주셨는데 마지막 예쁜 말에 나도 모르게 감동을 받았다. 나만큼이나  사람도 이사에 정신이 없을 텐데, 신경 써서 문자를 바로 남겨주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감사해졌다. 혼자 허둥지둥 대며 나와  선택에 대한 확신도 흔들리고 있었는데,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앞으로  살게  거라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따듯한 문자 하나,  한마디가 바쁘고 들뜬  마음을 얼마나 달래주었는지 모른다. 나도 바쁜 와중에 정성스레 꾹꾹 진심을 눌러 답장을 보냈다.


가장 중요한 계약과 행정 처리를 끝내고 나니 극기훈련이라도 다녀온  온몸이 지쳤지만 동시에 빨리 정리를 끝내고 정말  살고 싶었다. , 다음날은 부모님께 집도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에 ' 깨끗한 집에서   거다' 보여줘야   같아서 마음이 급하기도 했다. 해봤자 7 남짓한 공간이지만, 부끄럽게도  태어나서  번도 이렇게 넓은 공간을 혼자 청소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다음  엄마의 잔소리를 떠올리니 알아서 구석구석에 손이  갔다. 입주 첫 날은 그렇게 서류 처리를 마무리한 뒤, 창틀부터 화장실 변기까지 말끔하게 청소하고서는 뿌듯하고 따듯한 마음으로 부모님 집에 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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