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표기도와 터진 문제
05/Dec/2019
아들 녀석이 자주 하는 말이 생겼다.
‘아빠랑 말이 길어졌어~’
‘엄마랑 말이 길어질까 봐~’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뜻인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느라 오래 대화했다’가 아니다.
‘엄마, 아빠가 이렇다 저렇다 잔소리를 오래 했다’는 말이다. @.@
언젠가 우리가 ‘여기서 말 길어지면 곤란하니까 짧게 해’라는 둥. 아들에게 바르게 행동하고 말할 것을 알려주는 상황에서 사용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아들은 ‘말이 길어지는 것’을 ‘잔소리가 오래 지속되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한 번은... 점심 도시락을 그대로 남겨와서 도대체 그 이유가 뭔지 알고 싶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들과 이야기했다. (그렇다 흥분해서 좀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고는 엄마를 데리러 갔는데..
‘좀 늦었네? 뭐하다 왔어?’
‘아~ 아빠랑 말이 길어졌어~’ (으잉? ㅡㅜㅎ)
또 한 번은... 점심 도시락을 싹싹 비워서 와서 이번엔 어떻게 다 먹었냐고 물어보니...
‘엄마랑 말이 길어질까 봐 밥을 다 먹었어~’ (오잉? ㅜㅡㅎ)
뭔가 이건 아닌 듯하여... 그 이후로 우리 부부는 너무 오랫동안 우리의 흥분과 화 때문에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옳게 바로잡는 이야기도 너무 많이 오래 하면 듣는 사람이 힘든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 옛말에도 좋은 이야기도 한두 번이라고 하지 않는가. @.@
이번 주일에는 다섯 살이 된 아들에게 큰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었다. 바로 미루고 미루던 ‘아동부 대표기도’를 하는 날이었다. 5살이 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기로 한 것 중 하나였다.
토요일이 되니 아들 녀석이 혼자서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 맞다! 내일 기도해야 되는데...’
파랑이 알려준 방법 (다섯 손가락 기도)로 토요일 밤에 자기 전에 나와 같이 연습을 했다. 다음날 주일 아침에도 엄마랑 다시 연습을 했다. 교회에 가서도 직전까지 연습을 했다.
그리고는 아동부로 혼자 씩씩하게 떠났다. 점심 먹을 때 다시 만났는데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아동부 선생님의 굉장한 칭찬과 멋진 동영상을 받았다! 손가락마다 기도 요소를 정해주고 이를 기억해서 하는 ‘다섯 손가락’ 기도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기도를 마치고 나서 한마디 했다는데... ‘혹시 마침(마무리) 기도도 내가 하는 건 아니겠지...’ (하하)
하면 하는 대단한 아들 녀석이었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와이프는 실습을 아침 일찍부터 나가고 있다. 차가 1대이기도 하고, 아들을 혼자 집에 둘 수가 없어서 우리의 동선은 이렇다.
아침에 우리 부부가 일어나서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파랑은 실습 준비를 마친다.
자는 아들을 그대로 이불과 같이 안아서 차에 태운다.
파랑을 데려다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아들은 다시 자거나 쉰다.
나는 아침 준비와 아들 점심 도시락을 마저 준비한다.
유치원에 등원한다.
다행히 상황을 이해해 준 아들 덕분에 무사히 모두 무사히 늦지 않고 잘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파랑도 아주 잘 해내고 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그날 있었던 일과 주변의 좋은 사람들, 그리고 칭찬 등을 전해 들으면 마음이 많이 놓인다.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물론!!
이곳은 12월이 되자마자 온 동네가 크리스마스 분위기이다. 마트, 상점도 그렇고 슬슬 주택들도 꾸미기가 시작되었다. 보고만 있어도 흥미진진하다.
아예 ‘크리스마스 라이트 스트리트’라는 정보가 돌아다닌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멋지게 꾸민 거리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파랑의 실습을 마치고, 한국에서 장인 장모님이 오시면 저녁에 하나씩 가봐야겠다!
그리고... 아들은 이제 유치원이 딱 2주 남았다. 다음 주 금요일이면 유치원 졸업이다. 자신도 잘 아는지 여느 때 보다 더 잘 지내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결국 문제가 터졌다. 어제 벌어진 일인데 어떻게 수습이 될지 모르겠다. 모두 잘 해결되도록 기도할 뿐이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