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생일 깜짝 파티 작전 대성공!
30/Nov/2019
지난주에는 아들의 5번째 생일이 있었다. 이제 드디어 5살이 된 것이다. ^_^
생일 몇 달 전부터 손꼽아서 생일날을 기다렸다. 사실 그전 생일날에는 그다지 본인의 생일날을 따지지도 않았고 별로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었다. 점점 커가면서, 그리고 이곳 친구들의 생일날을 보면서 기대를 가지게 된 것 같았다.
며칠 전부터 자주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며... ‘몇 밤 자면 내 생일이야??’, ‘아빠 엄마 생일 선물이 너무 기대된다~’
유치원에서는 바로 전날... ‘원 슬립 마이 버스데이~’ 한 밤 자고 나면 생일이라는 말이다. 하하.
우리 부부는 아들의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긴장을 하며 준비했다. ^^:; 우선 사전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작전 1) 아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고 제터스)로 디자인한 컵 케이크를 주문했다!
작전 2) 아들이 갖고 싶어 하는 캐릭터(옥토넛) 장난감을 호주 중고나라(검트리)를 통해 대량 구입에 성공했다! (크리스마스까지 문제없다~)
작전 3) 아들이 먹고 싶어 하는 백설기와 경단을 만들 재료를 구해놓았다. (브리즈번 갔을 때)
작전 4) 아들이 좋아하는 파란색으로 풍선과 모자 등등으로 집을 꾸밀 준비를 해두었다.
그렇게 준비가 척척 되어가고 있었고 생일 당일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번쩍 뜨면서 ‘내 생일이다~’를 외치며 아들이 일어났다. 기분 좋게 유치원 갈 준비를 했고, 오늘 일정을 알려주었다.
‘아들~ 오늘 유치원 점심시간 즈음에 아빠랑 엄마랑 준영이 생일 케이크 가져다주러 갈 거야~'
‘오늘 그럼 3번 오는 거네~(등원/하원+케이크 전달)’
갈 준비를 하면서도...'옥토넛 장난감 아빠랑 엄마랑 구해봐 줘~ 그런데 구하다가 유치원 (하원)에 늦으면 안 돼~’
유치원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의 생일 축하를 받았다. 이야기를 들은 다른 친구들도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넸다. 주목받으면 쑥스러워지는 아들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어떤 친구 하나는.. ‘나 생일파티 잘하는데 언제 파티야??’ (너무 귀여웠다)
오늘 유치원에서 할 거라고 잘 설명해 주었고 아들과 인사를 힘차게 나누고 곧 다시 보자고 했다.
나와 와이프는 집에서 이런저런 파티 준비를 했고 (풍선 불기, 경단 준비) 시간이 되어 컵케이크를 찾으러 나섰다. 아주 귀엽고 예쁜 컵 케이크를 만났고 놀라워하며 유치원으로 다시 출동했다. 그냥 밖에서 케이크만 건네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들어오라고 하셔서 좀 놀랐다.
아이들이 케이크를 들고 있는 우리에게 모두 몰려왔고. ^^;; 모두 눈치를 채고는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한다고 아들에게 이야기했다. 다시 한번 어쩔 줄 몰라하는 아들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 나왔다.
유치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우리는 집에서 마무리 파티 준비를 마저 했다. 유치원 하원 시간이 되었으나 우리에겐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ㅡㅜ 그래서 아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오늘 마침 음악 레슨이 있는 날이어서, 유치원에서 하원을 하고 바로 다녀오면 시간이 충분할 것 같았다. 하원을 하러 가자, 모든 아이들이 케이크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내게 엄지 척을 해 보이며 맛있다고. 하하. 흥분이 많이 되어 있는 아들을 데리고 하원을 했고, 상황을 설명했다.
‘아직 엄마 아빠가 생일 선물을 구하고 있어~ 음악수업 다녀오면 완성되어 있을 거야~’
그날은 아마 무슨 말을 해도 이해해주었을 것 같다.
음악수업을 마치고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집안에 들어서자 아들의 눈이 커지면서 환하게 웃었다. 파란 풍선과 맛난 떡, 그리고 좋아하는 간식들이 한가득이었다. 모자를 좋아하지 않는 아들이 생일 모자를 쓰고 이리저리 포즈를 취했다.
생일 초에 불을 붙이고 노래를 부르고 불어서 끄며 즐거워했다. (탁탁 튀는 초에 좀 무서워하기도 ^^;;) 먹고 싶다던 경단을 먹고는 바로 이 맛이라고 해주었고,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물 증정식이 있었다.
너무 좋아해 주었다 그리고 신나게 가지고 놀았다. 우리도 기분 좋게 파티를 즐겼다.
나중에 들어보니 생일날 유치원에서 물놀이가 있었는데, 아들은 물에 젖으면 입고 간 예쁜 옷으로 생일 케이크와 사진을 못 찍을까 봐서 하고 싶었는데 참았다고.
이런 식으로는 마지막이라고 했던 깜짝 5번째 생일 파티를 잘 마쳤다! (파랑의 선언! 하하)
1. 불편한 그 아이
그때의 그 불편한 아이와 유치원 생활을 하면서 우리 부부도 신경이 쓰이는 점이 많다. 특별히 사건이 생기지 않으면 신경을 덜 쓰려고 하는데 눈으로 보고, 귀로 듣게 되면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그 아이에게 아들이 불편한 말을 듣고 오고, 행동으로 불편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여러 번 듣게 되어 어느 날 아침에 원장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다. 이런저런 상황을 말씀드렸고 원장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그 아이는 모두에게 그래~ 준만이 타깃은 아니야. 그런데 그냥 함께 두는 이유는 아이들이 여러 가지 사람과 지내는 법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야.’
맞는 말이었다. 살아가면서 온갖 성향의 사람과 지내게 될 것이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울 수는 없는 것이다.
언어적으로 아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친구이다 보니 추가적으로 좀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이야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하, 그건 내가 못 알아들으니 몰랐네, 어이없는 말을 하면 귀를 닫으라고 말해줘~(나도 그러거든)
준이 무슨 불편한 일이 있으면 항상 와서 내게 말해주니 너무 걱정하지 마! 나도 더 지켜볼게!’
수많은 제각각의 아이와 부모들(특히나 국제적인 다양한 인종의)을 대하면서 다양성, 그리고 함께 어울려 지냄에 대한 교육관이 뚜렷하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개별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진심도 느껴진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누가 더 좋고 나쁘고 할 것 없이 이제 막 자라나고 개성이 생겨나는 아이들일 뿐이다. 제 자식이 있는 입장으로서 선생님과 같은 생각을 가지기는 어렵겠지만 선생님께서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시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참 다행이다.
2. 트랜지션 리포트
내년에 학교를 가기 위해선 유치원에서 판단한 아이에 대한 리포트가 필요하다. 트랜지션 리포트라고 하는데, 지난주에 아들에 대한 리포트를 받게 되었다. 와이프와 읽어 내려가면서 구구절절 선생님의 관심과 애정, 사랑이 담겨있음을 확인했다.
너무 감사했다. 우리보다 아들을 더 잘 파악한 부분도 있었고, 내년에 학교에 갔을 때 필요한 부분을 잘 적어 주셨다. 다음날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아들에게도 선생님이 쓰신 내용을 알려줄까 물어봤는데... '난 내가 다 한 거라서 안 봐도 다 알아~’
뭐지 이 녀석? 당연한 말인데 대단하다. 남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당당해 보였다.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형성이 되어가나 보다. 멋지네 아들!
이제 2주만 더 다니면 유치원을 졸업한다. 어떻게 적응하나 싶었던 몇 개월 전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 잘 다녀주고 있다. 감사하게도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서 그렇다.
항상 좋은 분을 아들에게 보내주심을 항상 감사하고 있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바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