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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25. 2020

아빠, 이거 그냥 종이 구긴 것 같은데?

벌써 반년 @호주

10/Dec/2019


우리는 이곳 호주에 7월 초에 도착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이제는 좀 안정적으로 지내고 있다. 파랑은 대학에서 공부를, 아들은 유치원과 학원에서 놀이를, 나는 집에서 두 학생 지원을.


올해가 끝나면 일 년의 절반을 보내게 된다. 그동안 한국 집을 떠나서 이렇게 오랫동안 지낸 경험은 아마 군대 시절,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시절 말고는 없는 것 같다.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세 가족이 모두 이렇게 타지에서 여행하듯 지낸 것도 다시는 할 수 없을 경험일 것이다. 이 순간을 항상 기억하고 감사하며 지내야 한다.


지난 토요일에는 정말 오랜만에 물에 들어가는 파랑(그동안 화상 상처 치료하느라 ㅡㅜ)과 모두 다 같이 바다에 가서 바디보드를 타며 놀았다. 물과 친해진 아들도 용기를 내서 타다가 큰 파도를 몇 번 맞고는 뒤집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씩씩하게 울지도 않고 웃으며 ‘나 공중제비를 했어~’하며 놀았다.


이곳의 더운 12월의 여름을 적응해 나가는 만큼 한국의 추운 겨울이 잘 상상이 안된다. 하하.


세 가족의 즐거운 바다 나들이





이번 주가 지나면 우리 가족의 일정이 여러 가지가 일단락되는데...


우선 아들이 유치원을 졸업한다! 정말 감사하게도 별 탈없이 아들이 잘 다녀주었다!


지난주 터진 ‘불편한 그 녀석'과의 일은... 완전히 납득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믿고 있는 선생님의 믿을만한 설명으로 이해해보기로 했다. 사실 1주일만 참으면 안 볼 수 있기에 인내해 보기로 했다. 정말 다행히도 아들과 다른 학교를 간다.


어딜 가나 가정에서 사랑을 받지 못해 감정조절이 안되고 남을 괴롭히는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은 있기 마련 아닌가... 그게 어린아이라도 무조건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어른으로서 안쓰러운 마음으로 봐주기로 했다.


거기에 더해서 아들은 그동안 즐겁게 배우면서 아들의 호주 생활 적응을 도와주었던 음악 레슨과, 미술 레슨의 올해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있다! 예체능을 아들이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그리고 우리 큰 학생인 파랑은 긴장 많이 했던 2주 차 실습을 마치게 된다! 역시 나의 기대와 바람대로 잘 해내고 있다! 넌 대단한 친구야.


마지막으로 난 두 학생의 방학을 맞아서 본격적인 휴일을 기대하고 있다.


유치원 / 음악 레슨 /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유치원 졸업을 앞둔 아들의 사정


1.

어느 날 조그만 사탕이 붙어있는 크리스마트 카드를 여러 장 받아왔다. 모두 유치원 친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 여긴 이렇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는구나~’ 싶었고, 아들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친구들 주고 싶다고 했다.


이 미션은 엄마에게 돌아가서 열심히 준비 중이다. 나도 친구들, 선생님 이름을 스펠링까지 열심히 체크해서 제공했다. 졸업식 날에 잘 전달할 수 있기를!



2.

'나 이제 친구 이름 다 알아~’

요즘 자신감 넘치는 아들이다. 유치원 친구들 이름을 이제 다 안다는 것이다. @.@ 우리가 친구들 이름을 조금 다르게 부르면 바로 고쳐준다.


'이제 아빠 바로 가도 된다~’

유치원 등원할 때 항상 놀이 한 가지를 하고 헤어졌었는데 어쩐 일인지 이제 바로 돌아가도 된다는 것이다. 약간 서운한 마음이 들다가도 유치원에 적응을 다 했나 보다 싶다.



3.

'아빠 이거 그냥 종이 구긴 것 같은데? ㅋㅋㅋ’

어려운 종이접기를 도와달라고 해서 열심히 낑낑대며 해서 주었더니 하는 말이다. 사실 나도 너무 어려워서 좀 대충 구기듯이 비슷한 모양을 만들어서 주었기 때문에 할 말은 없었다.



4.

'이제 공항가?’

월요일 아침에 깨우니 했던 말이다. 며칠 뒤면 오시는 용인 할아버지 할머니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반년만의 상봉이니 양쪽 모두 엄청 반가울 것이다. 진짜 내일은 공항에 가서 인사드리고 모셔오자!


유치원에서 즐거운 나날들






그냥 어느 날 있었던 내 에피소드


집 앞 상가에 혼자서 마트를 가고 있었다. 어느 호주 아저씨가 가까이 오시더니..


(호주 아저씨) ‘너 망고 좋아해?’

(그냥 나) ‘아니 난 망고 냄새 싫어서 안 좋아해’

(호주 아저씨) ‘그럼 잭 프룻 좋아해?’

(그냥 나)‘아 뭔지는 아는데 안 좋아해’

(호주 아저씨) 너 타이에서 온 거 아냐?

(그냥 나)‘휴... 난 사실 남한에서 왔단다..’

(호주 아저씨) ‘오 나 한국 7번 정도 다녀왔어, 너 어디 살아?’

(그냥 나)‘서울에서 일했고, 서울 근처에서 살았어’

(호주 아저씨) ‘서울 어디?’

(그냥 나)‘너 서울 지역 이름을 알아? 나는 명동 거리 근처에서 일했어’

(호주 아저씨) ‘오 명동 스트리트! 알지, 좋은 하루 보네 마이트~’


휴... 이제 선탠을 좀 자제해야겠다. (선탠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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