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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26. 2020

동네가 변하고 있고 아들도 눈치를 챈 것 같아. 어쩌지

호주할로윈(Halloween)즐기기

할로윈(Halloween)은 모두 잘 알고 있다시피 서양의 대표적인 어린이 축제로서 10월의 마지막 날에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다니며 사탕과 초콜릿을 얻는 축제의 날이다. 할로윈의 유래는 어떤 지역문화에서라고 하는데 죽은 자가 땅으로 나와 걸어 다니는 날에 사람들이 그들을 속이기 위해 죽은 자처럼 분장을 했다고 알고 있다.


아무튼, 한국에서는 특별히 그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던 ‘할로윈’을 (이제는 이태원 등에서 젊은이들의 열정적인 파티 분위기라고 하던데 이제는 젊은이가 아니라서...) 이곳 호주에서는 어떻게 보내는지 지금 지내고 있는 동네에서 아주 좁고 얕게 직접 경험을 해보았다. 작년 10월 31일이 할로윈 데이였고 기대 이상의 분위기에 즐거웠다. 아직도 따끈따끈하게 기억나는 그 현장을 소개하려고 한다.






할로윈 사전 분위기


사실 10월이 되면서 좀 기대를 했었다. 대형 마트나 가게들에서 할로윈 관련 물품들을 진열해 놓기 시작해서 우리도 남들 준비 시작할 때 꾸며야겠다 진작에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 몇 주 전부터 꾸밀 것 같았는데 감감무소식이었다.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사전에 눈에 띄는 집이 없나 열심히 둘러보았는데 별 소득이 없었다. 이곳 호주는 할로윈을 별로 안 챙기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는 한동안 할로윈을 잊고 지냈다.




할로윈 당일 아침~낮 분위기


어라?? 동네 분위기가 좀 이상해졌다. 해골 스티커와 해골 모형들이 집 밖에 하나둘씩 나와있다. 그때까지도 ‘그래도 몇몇 집은 당일이라고 신경을 쓰나 보다’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낮이 되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동네 곳곳의 주택들에 범상치 않은 할로윈 장식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아들이 눈치챈 것은 유치원 하원 할 때 받은 ‘해피 할로윈 스티커’ 덕분이었다. ㅡㅜ


결정타는 ‘아빠~ 난 할로윈에 사탕이랑 초콜릿 꼭 받을 거야~ ‘트릭 오어 트리트’라고 하면 돼~’라는 아들의 말이었다. 뭐지 이 녀석 어떻게 알고 있지? @.@ 그냥 넘어가려던 나는 와이프에게 긴급 연락을 했다.


‘동네가 변하고 있어, 아들도 눈치를 챈 것 같아, 오늘 그냥 넘어갈 수 없겠는데? 어쩌지?’




할로윈 코스튬/의상/분장 준비


와이프와 상의를 했고 우선 아들을 검은 옷으로 갈아 입혔다. 그리고 지난번에 마트에서 사둔 거미줄&거미 소품을 챙겼다. 와이프를 학교에서 픽업 한 뒤, 동네 소품 가게로 향했다. 아직 문이 열었고 할로윈 코스튬이 남아있기를 바라면서... 다행히 문이 닫지 않았고 와이프와 아들은 뛰어 들어갔다. 잠시 후 아들이 원하던 ‘거미 분장’을 위한 거미 머리띠를 구해왔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많이 쌓여 있던 할로윈 의상/분장 소품 등이 거의 다 팔렸다는 것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와이프는 아들의 얼굴에 그림을 그렸다. 거미줄과 붉은 무늬로 양 볼을 채웠다. 나는 사탕과 초콜릿을 위한 검은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와이프가 거미 머리띠와 거미줄로 아들을 꾸몄다. 그렇게 순식간에 즉석에서 ‘거미 소년’ 할로윈 복장이 준비되었다.


내가 처음에 이렇게 대충 해서 내보내려고 했었다고 해서 혼났다


꽤 신경을 쓴 듯해 보이는 ‘거미 소년’




할로윈 즐기기


심상치 않았던 동네는 집 앞을 나서자마자 할로윈 축제의 장이 되어 있었다. 무서운 분장을 하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가족 단체로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모습, 귀신의 집처럼 꾸며 놓은 하우스들. 모두들 제대로 즐기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모두 해가 뜨기 전에 즐기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아이들이 일찍 잠들고, 이곳 사람들도 해지면 집에서 지내는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래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밤에 나와서 다니라고 해서 못 다닐 것 같았다. ㄷㄷㄷ


아들의 체력과 와이프의 배고픔으로 모든 동네를 다니지는 못했지만 짧고 굵게 즐긴 그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첫 번째 방문한 집, 어두웠으면 너무 무서웠을 것 같다.


집 앞에 나와서 사탕을 고르라고 먼저 다가온 형, 꼭 한 개만 고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하하.


첫 번째 ‘트릭 오어 트리트’를 해내고 당당해진 발걸음의 ‘거미 소년’.


이 집은 정말 굉장했다, 이건 정말 밤에 올 수가 없다. / 오른쪽의 공룡은 소품이 아니고, 한 아이의 코스튬이다.


지붕의 ‘큰 거미'와 '거미 소년’과의 콜라보 작품. / 슬슬 무서워져서 사진 찍기 싫은 ‘거미 소년’.


너무 리얼해서 깜놀했다. / 정말 그럴싸하게 꾸며 놓은 집 입구. / 나무 위에도 막막 달려있었다.


1년에 한 번을 위해 이걸 사 두신 건가 / 귀엽고 기발하다!


입구가 심상치 않던 집./ 마녀만 주차 가능. / 오! 직접 잭 오 랜턴을 만드셨다!


누가 뭐래도 사탕과 초콜릿이 목적인 ‘거미 소년’. / 와~ 이 집은 2개 가져가도 된다.


다시 한번 거미 장식과 콜라보. / 동네 누나를 만나 선물 받는 중 - 고르는 ‘거미 소년’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진지하다.


이 집은 정말 대박이었다, 저 안으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 한 무리의 일행이 접근하자 주인이 안에서 나타났는데 ㄷㄷㄷ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다 - 주인의 실루엣과 머리를 안고 있는 피 흘리는 소녀...




호주 할로윈 데이 후기


정말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었는데 어느 놀이동산에 간 것보다도 제대로 즐겼다.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음번에는 나와 와이프도 좀 꾸미고 우리 집도 꾸며서 더 즐길 수 있길 바라며 즐겁게 잠들었다. 아들은 밤에 진짜 유령이나 귀신이 올지 모른다고 걱정하면서 내 바로 옆에서 잠들었다. 하하.


* 아빠로서 아들을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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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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