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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28. 2020

아빠는 왜 맨날맨날 파란불이라고 해?

신호등과 빡빡이, 그리고 도서관

지금 이곳 호주에서도 우리 백싯 드라이버(back-seat driver)는 운전할 때 교통신호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왜 멈추는 것이며, 지금 가야 하는 신호 아니냐는 둥 질문과 의견도 쇄도한다. 지금도 난 ‘파란불’이라고 가끔 이야기하고, 아들은 가끔 ‘초록불’이라고 고쳐준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가끔 칭찬을 해준다는 것이다. ‘아빠는 운전을 잘하네~’


어제는 같이 샤워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중에 결혼을 해도 엄마 아빠와 같이 살겠다고 했다. 그건 너와 함께 살아갈 그 사람에게도 물어봐야 하는 거라고 알려주었는데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지금의 철 모를 귀여움을 나중에 이야기해주면 어떻게 반응하려나?


언젠가는 네가 운전도 스스로 하고, 언젠가는 너도 네 삶을 따로 살아가겠지.

지금 나처럼 말이야.






20170808


준영이를 태우고 운전을 하다 보면, 신호등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게 된다.

‘지금은 빨간불이라서 가면 안되고, 지금은 파란불이라서 가도 되는 거야.’


이제는 제법 교통신호에 익숙해져서, 자기가 먼저 말해주기도 한다.

'아빠~ 지금은 초록불이라서 가야 해~'


최근에는 지적도 받았다.

'아빠는 맨날맨날 파란불이라고 해~ 초록불이잖아~'


맞다. 초록불이 맞는 거다. 나도 어렸을 때 부모님이 파란불이라고 하면 '이상하다 초록불인데??’했던 기억이 있다. 그 말 중 ‘맨날맨날'이라는 발음이 귀여워서 가끔 일부러 '파란불'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번에 머리를 아주 짧게 잘랐다. 사실 모히칸 스타일로 중앙 앞머리를 남기려 했으나, 커뮤니케이션 오해로 인해 빡빡이가 되었다. 난 그게 훨씬 더 귀여웠다.


그날 (아마) 빡빡이를 데리고 좋아하는 집 근처 어린이 도서관에 데리고 갔다. 이제는 제법 읽고 싶은 책을 골라와서 혼자 보기도 한다. (대부분 읽어달라고 하지만.)


그날도 거의 2시간을 열심히 좋아하는 동물/과일 책들을 20여 권 독서를 하고 돌아왔다.


하루하루 자란다.

아쉽지만 기쁘다.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바로 만나보세요!



빡빡이의 애교 / 잘 때 더 예쁜 빡빡이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도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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