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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30. 2020

문어랑 낙지는 못 봤잖아

무창포 갯벌 여행 feat. 버키

지금도 아들은 무언가 하나에 집중하면(=꽂히면) 오랫동안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 잊을만하다가도 문득문득 다시 나온다.


그래도 더 어릴 적엔 신경을 다른 데로 뺏으면서 화제를 돌리는 게 가능했는데 요즘은 쉽지 않다. 아무리 돌리고 돌려도 다시 돌아온다.


이게 무슨 성격의 특징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좀 친숙했다. 아니나 다를까 딱 ‘나’였다.


난 뭔가 해야 하거나 하고 싶거나 할 때 그러지 못해서 좀 찝찝할 때 쿨하게 돌아서기가 쉽지 않다. 살면서 좀 스스로 힘들 때가 있어서 처음에는 그 찝찝한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했었는데 그건 언발에 오줌누기 같아서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아예 내가 집중한 것은 내가 만족할 타이밍에 만족할 만큼 바로 하는 것으로 바꿔 봤다. 이건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들어가는 물리적인 시간과 마음적인 여유도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뭔가 해야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바로 실행을 해도 거기에 들어가는 노력이 엄청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아 이거 해야 하는데... 아 이거 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실행을 하고 나면 그게 1초든 1분이든 간에 그 뭔가 ‘했다’라는 것이 많은 의미를 가져왔다.


이야기가 좀 샜는데... 아무튼 그래서 아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무언가 아들이 꽂힌 게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지 간에 직접 해 볼 수 있게,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고 나면 아들도 하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고 얻어가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살면서 알고 싶고 하고 싶은 것 있으면 직접 해보면 살자 아들! 






20170811


지난달에 회사 콘도에 당첨이 되어 무창포 비체 팰리스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그 TV에서 자주 나오던 바다가 갈라지는 갯벌이 바로 앞에 있는 숙소였다. (비록 날짜는 안 맞아서 우린 못 보았지만 ^^;;)


준영이는 여행 가기 1주일 전부터 바닷가(=갯벌)에 간다고 신나 있었다. 이것저것 많은 바다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들떴던 것이다. 꽃게, 소라게, 불가사리, 조개, 갈매기, 낙지 등 기대에 엄청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 가는 길에 '갯벌 체험 박물관'이 있어서 거기 들러서 더 자세하게 갯벌 동물들을 보고, 체험을 해서 더욱 그러했다.


준영이에게 갯벌로 나가는 첫걸음마다 신기함의 연속이었다.

'와 소라게다~, 꽃게야 꽃게~'


물이 빠져 있는 끝까지 갔는데, 갑자기 ‘문어랑 낙지가 없어' 하면서 좀 실망한 눈치였다. ㅡㅜ

‘문어랑 낙지는 저 깊숙이 있어~' 해도 서운함이 안 가셨다. ㅡㅜ


울상이어서 방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해서 설명을 듣게 했더니, 나 보고 땅을 파달라고 하였다. 난 사실 이 갯벌에 서 있는 것도 기분이 상쾌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땅을 파는 것은 무리였다. ㅜㅜ


결국 달래기 시작했다.

‘문어랑 낙지가 졸려서 자러 갔데~ 아빠가 물어봤더니 자고 있데~ 내일 다시 와보자~'


이래저래 해서 그날은 넘어갔다.


다음날도 아침 먹고 (파랑도 같이) 갯벌에 또 나와서 어제보다 더 많이 구경을 했다. 파랑이 게(사실 여긴 꽃게같이 큰 게는 없었다 ㅎ 그냥 꽃게라고 부를 뿐 ㅎ)도 잡아서 준영이 손에 놓아주고, 조개도 만지게 하고, 지나가던 할머니께서 물고기도 잡아서 주시고 하였다.


잘 놀고 돌아오고 있었는데, 거의 다 나와서 또 낙지랑 문어가 생각이 났나 보다. ㅡㅜ

'문어랑 낙지는 못 봤잖아~~'


우선 급한 대로 유튜브를 통해 문어 영상을 보여주어서 잠재우긴 했는데... 콘도 내 매점에 갔더니 갑자기 어제부터 눈독을 들이던 변신 로보카 폴리 시리즈인 ‘버키 (견인차)'를 사겠다는 것이 아닌가? 잠깐 고민하다가 놀러 온 거고 해서 기분이다 하고 사서 방으로 와서 가지고 놀았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국내 여행으로 바닷가에서 1박을 지낸 건 처음이라서 나름 의미가 있었다. 아마 낙지랑 문어는 앞으로 직접 볼 때까지는 계속 ‘낙지랑 문어랑 못 봤어~'하면서 종종 이야기할 것이다.


귀여운 뽁이* 같으니~! 


(*주 : 아들의 태명이 ‘축복’이어서 종종 뽁이로 지칭한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도대체 뭐야?


꾸준하게 아래를 보며 문어와 낙지를 찾는 아들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그동안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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