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호주의 여름 크리스마스
28/Dec/2019
호주는 지금 한 여름이다.
작년까지 내게, 그리고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추운 겨울날이 당연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정말 제대로 여름날이었다.
바뀐 날씨 외에도 우리 아들에게는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이번 크리스마스에 있었는데...
1. 성탄절 예배 때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아동부 대표(라고 하지만 그날 출석하는 아이들 모두 ^^;;)로 성탄 캐럴을 부르기로 하였다. 사전 연습을 열심히 파랑과 했다. 당일이 기대됐다.
2. 멀리 한국에서 굴렁쇠 2살 형님이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왔다.
지금은 학교를 다니는 형님인데 아들이 굴렁쇠 시절에 잘 따랐던 형님이다.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아들에게 써서 만들어 왔다고 한다. 아들에게 보여주니 정말 깜짝 놀라면서 웃으며 기분 좋아했다. 이렇게 굴렁쇠는 우리에게 참 좋은 기억과 추억을 주고 있다.
3. 산타 할아버지와 아빠와 연락을 주고받는다.
올해는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건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 아들과 산타 할아버지 사이에서 중간 연락을 담당하고 있다.
(나) ‘아들~ 산타 할아버지가 연락이 왔었어~ 아들 선물 줘도 되냐고~’
(아들) ‘으잉~? 그래서 뭐라고 이야기했어 아빠는? @.@‘
(나)‘아~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지~ 밥을 언제는 잘 먹고, 언제는 잘 안 먹기도 하잖아~’
(아들) ‘그냥 잘 먹는다고 하면 되지~~’
뭐 이런 식이다. 크리스마스 날까지 아빠와 산타 할아버지가 무슨 연락들 주고받는지 매우 궁금해했다.
4. 드디어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
아침에 아주 일찍 벌떡 일어난 아들은 바로 1층 크리스마스 트리로 내려갔다. 먼저 어제 문 앞에 두었던 ‘우유와 쿠키’가 누군가에 의해 먹힌 흔적을 보고는 놀랐다. 그리고 커다란 선물 꾸러미와 작은 선물 꾸러미가 들어있는 ‘산타 쌕’ 2개를 보고 또 놀랐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읽어보고, 서둘러 선물을 뜯어보았다. 가지고 싶던 선물이 등장하자 또 놀랐다.
‘나 어제 목욕하면서 이거 가지고 싶다고 기도했는데~~’ 라며 이야기하는 아들이 너무 귀여웠다. 하하
오래오래 산타 할아버지를 믿어주기를!
4-1. 그리고 나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파랑 너무 고마워~~~ ^_^
5. 아들과 파랑의 캐럴 찬양 무대가 있어서 기대가 되는 성탄절 예배였다.
평소보다 이른 통합예배(영어&한글)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출발했다. 리허설을 잘 마치고, 드디더 본 예배 시간! 드디어 차례가 되어 무대에 올랐고 아주 잘해주었다! 덕분에 뜻깊은 성탄절 예배가 되었다.
<나들이 나들이 나들이>
1. 와이프 학교에서 하는 ‘솔라 나잇’이라는 축제를 마지막 날에 다녀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여기 와서 처음 보았다. 맛난 것도 먹고 해지고 난 뒤에 화려한(?) 조명들도 구경하고 돌아왔다. 정겨운 작은 시골 축제였다.
2. 아들이 하고 싶어 했던 ‘낚시’를 할아버지 덕분에 드디어 경험했다!
낚싯대를 사고, 추, 루어, 미끼 등을 준비해서 ‘챔버 아일랜드’라는 이어진 다리를 걸어서 넘어갈 수 있는 장소로 향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기에 물고기를 잡는 것은 실패했지만 ㅡㅜ 그래도 즐거운 첫 경험이었다. 내가 마지막 낚싯줄을 멀리 던졌을 때, 너무 늦게 놓는 바람에 추와 미끼를 통째로 날려먹었다. ㅡㅜ 앞으로 종종 더 시도해서 호주 낚시 첫 성공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3.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비가 왔다. ㅡㅜ
원래 비치에서 하루 종일 즐기며 파티를 한다고 해서 우리도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그냥 집에 있을 수 없기에 30분 정도 북쪽으로 차를 몰아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은 해변으로 이동했다! 오! 날씨는 흐렸지만 비가 오지 않고 있었다. 도착해서 해변을 걸으며 파도가 쓸려간 자리에 숨고 있는 조개를 발견했다. 몇 마리를 잡다 보니 모두 신나서 비가 내리는데도 한참을 조개를 잡다가 왔다. 모두 신나게 젖고는 10마리가 채 안 되는 조개를 가지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우리의 첫 호주 여름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