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렇게 컸지?
18/Jan/2020
우리 세 가족이 다시 오롯이 남게 되자마자 예정되어 있던 일정들을 소화하느라 무척이나 바빴다.
그 일정이 무엇인고 하니... 모두 신나게 노는 일정이었는데...
교회에서 1박 2일로 차로 3시간 걸리는 ‘분다버그’ 지역으로 수련회를 열었다. 분다버그는 진저비어와 농장, 바다거북 산란, 부화로 유명한 곳인데 이번 수련회를 기회로 방문하게 되었다. 호주에 와서 가장 먼 거리를 운전하느라 좀 긴장도 했는데 길이 쉬워서 중간에 한번 정도 쉬고는 무사히 오고 갔다.
목사님 지인이시자 가끔 교회에 오시는 집사님 부부의 집을 통째로 빌려주셔서 그곳에서 교회 식구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이 교회의 첫 수련회였던 만큼 준비를 많이 해주셨고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바다거북 관찰, 농장체험 등 다양한 활동도 경험할 수 있어서 아들도 무척이나 좋아했다. 자세한 일정은 나중에 대단한 호주 여행기에서 다룰 예정이다. 즐거웠던 그때를 사진으로 우선 남겨둔다.
매주 토요일이면 파랑이 부리더(?)로 있는 찬양팀 연습을 주로 교회에서 하는데 가끔 찬양팀 멤버 집에 모여서 편하게 하기도 한다. 매번 우리는 초대만 받았었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초대했다.
모두 우리 집에 모인 사람인 성인 10명에 아이 3명으로 최대 인원을 수용했다. 1층 2층 나누어서 지내니 그렇게 북적이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연습을 잘 마치고 골뱅이, 소라 소면 무침과 치킨 튀김으로 맛나게 점심을 먹었다.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 중고등학교 친구 한 녀석이 출장을 왔다며 연락이 왔다. 브리즈번에서 출국하기 전에 저녁을 사 줄 테니 가족과 함께 오라고 했다. 저녁시간이기도 해서 혼자 다녀올까 하다가 와이프와 아들을 데리고 함께 나섰다.
몇 년 만에 만난 친구 녀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귀한 한국 음식도 먹었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 식당에서 먹는 양념갈비와 냉면이었는데 아주 좋았다.
너무 늦기 전에 헤어져야만 했는데 타지에서 만난 친구와의 만남은 매우 반가웠다. 돌아오는 길의 어마어마한 빗줄기를 조심조심(?) 달려서 무사히 도착했다.
월요일 오전에는 나랑 파랑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할 일이 있어서 파랑 학교 도서관으로 다 같이 나들이를 갔다. 우리 둘이 할 일을 하는 동안 아들은 정말 정말 오랜만에 만화영화를 시청했다. 아주 행복해하는 시간이었다. 만족해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집에서 한국으로부터 오는 짐을 받아주고 있는 와이프 학교 친구 가정이 있는데 매번 짐을 받아가는 길에 들렀다가 장인 장모님이 계실 때여서 제대로 놀다 가질 못했었다. 특히 그 집 아기가 형아랑 놀고 싶은 마음에 왔다가 아쉬움에 돌아서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날 저녁에 들렸을 때 저녁 같이 먹고 아이들도 놀다 가시라고 했다. 그 집 아기는 저번에 몇 번 와본 형 방으로 달려가서 장난감을 신나게 가지고 놀았다.
아들은 동생과 놀아주다가도 중간중간 내려와서는 동생과 놀아주기가 힘든 티를 내었다. 엄마 아빠가 너와 놀아주는 것도 비슷하다고 알려주자... 무언가 생각을 하더니 동생과 조금 더 친절하게 놀아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아직 나이차가 있어서 그런지 함께 놀기엔 좀 부족해 보였다 ^^;;
우리 가족은 저녁을 먹은 뒤에는 잠 잘 준비하기에 늘 바빴었다. 어느 날은 산책, 걷기가 좀 필요한 것 같아서 저녁 산책을 제안했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산책에 재미가 들린 아들이 적극 동의했다.
그러고 보니 이 집에 온 뒤에 저녁 산책은 처음이었다. 아들이 익숙한 길로 우리를 인도하며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왔다. 자전거에 제법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해가 지는 조용한 동네를 다 같이 돌아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시 가끔 다 같이 나와야겠다.
1.
굴렁쇠 형님에게 편지가 도착했다. 벌써 2번째 형님에게 온 편지였다. 아이들이 아들을 기억해주는 것이 많이 고마웠다. 아들은 편지 내용을 듣고는 머쓱해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답장을 곧 써야겠다.
2.
아들을 발 위에 올려서 비행기 놀이를 나와 파랑이 가끔 하는데... 어느 날은 와이프가 묻는 ‘어디로 모실까요?'라는 질문에 ‘음.. 베트남 가고 싶어~’라고 했단다. 호주 오기 직전에 갔던 여행지가 베트남이어서 그랬나 보다. 나름 자주 갔던 동남아 여행을 이곳에 온 뒤 가지 않으니 아들도 가고 싶나 보다. 한국 돌아가는 비행기 편이 경유가 있으면 갈 수 있으려나? 하하.
3.
오전에 아들과 둘이 있는데 아들이 갑자기 울먹이며 내게 왔다.
(나) ‘아들~ 왜 눈물이 나? 무슨 일이야?’
(아들) ‘껌을 뱉었는데, 쓰레기통에 해야 하는데 헷갈려서 변기에 뱉었어 ㅡㅜ 변기가 막히면 고장 나잖아, 그래서 속상해서ㅡㅜ’
(나) ‘그랬구나~ 변기 고장 나면 아빠한테 혼날까 봐 운 거야?’
(아들) ‘아니~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는데 헷갈려서 못 버려서 속상해 ㅡㅜ’
감성적인 건가? 세심한 건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4.
차 안에서 둘이 이동하고 있는데..
(아들) ‘아빠~차 안에 들어온 벌레 봤어?’
(나) ‘음… 본 것 같아~’
(아들) ‘같아가 뭐야~ 같아면 못 본거네~’
(나) ‘응? ㅋㅋㅋㅋ 맞네, 네 말이 맞아’
이건 바로 내 말투다. 하하.
5.
오랜만에 수영 수업을 아주 열심히 잘 듣고 있었다. 거의 수업 마지막 즈음에 내게 몸이 좀 아프다고 말했다. 바로 물에서 나오게 한 뒤 몸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선생님께서는 야외 차가운 수영장에 있다가 실내 따뜻한 수영장으로 오면서 몸이 불편해질 수도 있다고 알려주셨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시키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힌 뒤 간식을 먹였다.
한결 나아졌고 잘 때까지 별 이상은 없었다. 수영 수업받는 동안 많이 불편하지 않아서 참았다고 한다. 아빠가 멀리 있어서 크게 소리치면 안 돼서 소리도 안 지르고 있다가, 내가 가까워지자 이야기했다고 한다. 다음부터는 몸의 이상이 느껴지면 가까운 사람에게 아프다고 이야기하라고 알려주었다.
아들이 갑자기 엄청 큰 형님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 이렇게 컸지? (요즘엔 이 말을 하도 많이 해서 아들이 왜 맨날 그 말만 하냐고 한다 ㅎㅎ)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