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반 배정 & 담임 선생님 첫 만남
25/Jan/2020
기나긴 방학이 이제 벌써 끝나 간다. 다음 주면 아들이 PREP 등교하는 날!
*PREP 이란? : 우리나라로 치면 0학년. 한국 나이 7세/호주 나이 5세 아이들이 학교를 미리 다니면서 실제 과정을 준비하는 기간
이번 주에는 학교 가기 전에 진행되는 2가지 행사에 다녀왔다.
중고장터(Second-hand shop)를 오픈해서 필요한 학교 물품(교복, 가방, 모자, 운동화 등)을 구매할 수 있었다. 오픈 첫날에 방문해서 모자 두 개와 반바지 득!
학교를 방문한 김에 등록금 납부 영수증을 보낸 뒤 답장을 못 받아서 불안하다며 해당 직원 분을 직접 찾아가서 ‘우리 아들 입학 완료된 거니?’라고 확인을 요청했다. 친절한 직원분과 함께 모니터를 보며 내 이메일을 같이 읽고, 첨부 파일을 열어보았다. ‘완벽해~ 다 되었어~ 내가 오늘 휴가 복귀해서 정신이 없어~내일 반편성 이메일 보낼 거야~’
직접 확인해야 마음이 풀리는 못난 내 마음도 편안하게 가라앉았다. 하하. (필요함이 넘치는 이럴 땐 영어가 술술이다.)
그리고 어제는 배정된 교실에 방문해서 문구류도 미리 가져다 놓았고, 담임선생님과 첫 만남을 가졌다!
두 분이 계셨는데 아마 정/부의 개념인 것 같았다. 이미 아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계셨고 (아마 우리가 보낸 아들에 대한 정보와 유치원에서 쓴 리포트를 읽으셨을 것)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화장실’이라는 말을 알려주며 급할 땐 이야기하라고 말씀하셨다.
느낌이 좋았다! 유치원에서 함께 지낸 친구들도 여러 명이 같은 반이 되어서 아들이 보다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다.
인사를 마치고 나서 긴장이 풀렸는지 평소에 거의 안 하는 ‘배고파’를 연달아 외쳤다. ^^;;; 심지어 ‘탕수육’을 먹고 싶다고 음식 지정까지 했다. 덕분에 정말 오래간만에 한인식당을 들러서 탕수육과 짬뽕을 맛나게 먹었다.
많이 먹고 힘내서 학교 생활 잘해보자!!
<끝나가는 방학 에피소드>
1. 명절 선물 보내기
이곳에서는 실감이 안 나지만 한국은 설날이다. 약 2주 전에 한국으로 명절 선물을 보냈다. 아들의 그림편지와 함께! 아직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 설날 전에 도착은 못했나 보다. ^^;; 이따가 영상통화로 양가에 인사를 드려야겠다!
2. 벌레들과의 전쟁~~
요즘 벌레들이 집 안팎으로 많이 출몰한다. ㅡㅜ 바퀴벌레들이 늘어나고, 말벌이 주변을 맴돌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정말 내 손바닥 만한 왕거미가 차고에 들어와서 놀랐었다. (호주 깔때기 그물 거미가 그렇게 위험하다는데.... 그거였나? @.@) 아들이 발견 안 했으면 난 독에 맞아 어찌 되었을지도. ㅡㅜ 자연에 둘러싸인 만큼 이런 불편함도 있다. ㅡㅜ
타운하우스 매니저에게 문의해보니 살충제로 대응하거나 업체를 불러서 조치를 받는 정도가 전부였다. 흠... 우선 밖에서 들어올 수 있는 틈을 막고 약을 좀 추가로 놓아야겠다. 근데 벌레들도 자주 보다 보니 점점 익숙해진다. ;;
3. 오랜만에 비치 - 딕키 비치
요 몇 주간 날씨가 꾸리꾸리 해서 해변을 못 갔었다. 어느 화창한 아침 아들에게 ‘비치 갈까?’라고 하자. '응~ 갈래~’라고 화답했다. ㅎ
안 가본 해변을 가보려고 좀 찾아봤고 오며 가며 지나갔던 해변 중 괜찮아 보였던 ‘딕키 비치’를 방문했다. 아담하니 있을 것 다 있고 사람도 많지 않은 훌륭한 비치였다. 오전에 가서 저녁까지 먹고 왔다. 하하. 와이프가 본인 도시락 겸 만들어 준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해변 상가에서 피시 앤 칩스를 먹고 왔다.
하루 종일 아들과 해변에서 딩굴딩굴하며 더우면 물에 들어갔다가 누워서 쉬다가 졸리면 졸다가 모래 놀이하다가 그러며 지냈다. 시간이 그렇게나 많이 간 줄도 몰랐다. 오랜만에 비치라서 둘 다 오래오래 편안히 쉬었나 보다. 다음에는 엄마랑도 같이 오자~
4. 일취월장 글자놀이!!
꾸준히 해오던 글자놀이가 빛을 발하고 있다. 한글은 이제 제법 거의 다 읽을 수 있다. 문제를 직접 읽고 풀기도 하고, 쉬운 책은 직접 읽기도 한다! 영어도 그동안 해온 교재의 단어들을 꽤 많이 익혔다. 몽땅 한 곳에 넣고 게임처럼 뽑아서 맞추는 놀이를 요즘 하는데 매우 재밌어한다. 이제 학교에 가고 나면 영어는 신경 쓸 필요가 없겠지. 나중에 우리 많이 알려주렴. 발음 지적하지는 말고. 하하.
5. 이별에 대한 궁금함
아들과 같이 있는 어느 날 오전 갑자기
(아들) ‘언제 아빠랑 엄마랑 헤어져?’
(나) ‘응? 무슨 말이야?’
(아들) ‘아빠랑 엄마도 아빠, 엄마의 엄마, 아빠랑 헤어졌잖아~ 언제 헤어진 거야?’
(나) ‘아~ 아빠는 고등학교 때부터 헤어져서 지냈고, 엄마는 아빠랑 결혼하면서 헤어져서 지냈지~’
(아들) ‘그럼 나는 언제 아빠랑 엄마랑 헤어져?’
(나) ‘그건 준영이 하고 싶은 데로 하면 되지~’
(아들) ‘난 그럼 안 헤어지고 계속 같이 있을 거야~’
(나) ‘어른 되면 자연스럽게 헤어져서 살게 될 거야~ 준영이 색시도 생기고 하면 ㅎㅎ’
(아들) ‘헤어지면 무서울 것 같아서 안돼~’
나도 이맘때 엄마 아빠와 따로 지내는 상상을 하곤 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너무 자연스럽지만 그땐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아들의 귀여운 발상이 좋기도 하면서, 실제로 벌어질 헤어짐이 괜히 벌써 아쉽기도 하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바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