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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10. 2020

학교에 파란 눈이 많아, 선생님들이 모두 눈이 파래!

학교 간 아들의 첫 일주일

01/Feb/2020


기대, 걱정, 설렘, 두근 모든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있던 입학 전날 밤, 괜히 내가 잠을 설쳤다. 그냥 이유 모를 콩닥콩닥 함이라고 할까...


입학 당일이 되었다. 교복을 챙겨 입히고, 도시락을 싸고, 스쿠터로 가겠다는 아들의 요청대로 길을 나섰다. 학교에 다가갈수록 많은 부모들과 학생들이 보였다.


교실 앞에서 반갑게 맞아주시는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자기 물건을 제자리에 두고는 교실 안에서 미리 놓아져 있는 놀잇감을 둘러보았다. 선생님의 인도로 엄마 아빠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는 ‘와 정말 다 컸네~ 유치원 덕분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수업 시간이 되어 엄마 아빠와 인사하는 순간이 오자 눈물이 글썽이는 아들이었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낯선 환경에 혼자 있어야 하는 그 외로움과 서러움, 아직 언어적인 제한으로 인한 불편함과 답답함. 이 모든 게 어린 아들에게는 매우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래도 거쳐야 하는 과정임을 이해하고는 헤어짐을 받아들였다.


우리 부부도 후련하지 못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섰다. 돌아서는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비슷했을 것이다.


시간이 훌쩍 지나서, 하교 시간이 되었다! 학교 간 와이프 없이, 혼자서 데리러 갔다. 나와 같은 마음의 부모들이 교실 주변에 모여 있었다. 시간이 되자 선생님이 부모님 얼굴을 확인하고 아이들을 한 명씩 내보내 주었다. 환한 미소 가득히 나오는 아들이 정말 대견했다.


하루 어땠냐고 물어오는 내 질문에 아들답게 대답했다. '응~ 선생님이 계속 말했어~’


하하. 수업시간이라서 그럴 것이고, 첫날이라서 이런저런 설명이 길었을 것이다. 노는 시간이 제일 짧고, 먹는 시간이 조금 길고, 선생님이 말하는 시간이 제일 길었단다. 하하.


돌아오는 길에 작년에 졸업한 유치원에 들러서 유치원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렸다. 교복 입은 모습을 엄청 귀여워하며 장하다고 응원해주셨다. 반가운 얼굴을 보고 나니 한결 긴장이 풀린 아들이었다.


그래도 첫날을 보냈다는 성취감이 있었을 것이다! 집에 와서도 바로 놀이에 집중하느라 교복을 벗지 않고 놀았다. 알고 보니, 첫날이라서 긴장하느라 화장실도 한번 안 가고 도시락도 거의 남겨왔다. ㅡㅜ 예민한 성격이 나와 무척이나 닮아서 이해가 되기 때문에 별말하지 못했다.


집 화장실을 편안하게 다녀오더니 배가 고픈지 점심 도시락을 펼치고 먹기 시작했다. 참 우리 아들스럽구나 하며 앞에서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잘했어 아들! 첫날 잘 보냈어!


등교 첫날 출발 전 / 긴장 상태 / 헤어지기 전 울음






둘째 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침에 헤어질 때 선생님의 손길이 필요했었고 오후에 만났을 때는 반갑게 만났다. ‘오늘은 네 번밖에 안 울었어~ 어제는 다섯 번인가 여섯 번인가 울었거든~’ 라며 중간중간에 울음이 난다고 한다. ㅡㅜ


오늘도 화장실을 못 갔다고 한다. 혹시 Toilet이라고 못 말할까 봐 단어 카드를 파랑이 만들어서 가방에 넣어주었는데.. 가방을 교실 문 밖에 두기 때문에 사용 못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마 참을 만해서였을 것이다, 아들은 Toilet이라고 말할 줄 안다. 하하)


학교 화장실을 아빠에게 알려줄 수 있냐고 물어서 같이 화장실을 찾아가서 소변을 보게 했다. 그날은 자전거를 타고 하교하고 싶다고 하여 자전거를 가지고 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웃사촌 누나를 만나서 함께 자전거를 타며 돌아왔다. 오는 길에 놀이터도 들려서 놀고, 집에 와서 수영복을 갈아입고는 수영장에서 함께 놀았다. 이렇게 점점 적응해 가나 싶었는데...


셋째 날은 아침에 떨어지기 힘들었다. ㅡㅜ 눈물을 계속 흘렸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떨어지긴 했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굣길에 다시 만났을 때는 멋진 그림 2장을 들고 달려왔다. 본인을 그린 그림과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카드였다.


점심 도시락을 많이 먹지 못했다는 아들의 고백에 이유를 물었다.

(아들) ‘점심시간에 선생님이 내 옆에 없어서 밥을 잘 못 먹어~’

(나) ‘유치원이랑 다르지? 친구들도 더 많고 해서 선생님이 바쁘실 거야~’

(아들) ‘응, 선생님이 계속 돌아다녀, 그런데 방법이 있어!’

(나) ‘방법? 무슨 방법? @.@‘

(아들) ‘우는 방법이야! 울면 어디선가 선생님이 나타나서 손을 잡아줘! 손잡고 돌아다니다 보면 점심시간이 끝나~’

(나) ‘엥? ㅋㅋ 다른 친구들도 울지 않아?’

(아들) ‘응 다른 친구가 울면 선생님이 그 애한테 가는데, 그래도 그냥 따라다녀’


매우 웃픈 이야기였다 ㅡㅜ 적응하면 좀 더 나아지겠지 하고 별 대꾸 없이 들어주기만 하였다.


드디어 넷째 날이자 금요일! 여전히 아침에 떨어지기는 힘들었다. 데리러 올 때 일찍 와서 자기 눈에 보이는 곳에 있어달라고 했다. 교실 유리문 앞에 부모들이 줄을 서 있는데, 어제는 조금 뒤에 있어서 나중에 나왔었기 때문에 오늘은 맨 앞에서 기다려 달라는 이야기였다. 약속하고 돌아 나와서 은행을 방문해서 아들 용돈 통장을 만들고 금요일마다 입는 스포티 유니폼을 구매해왔다. 


오후에 시간 맞춰서 아들과 약속한 대로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는 끝나는 시간을 기다렸다! 눈이 마주친 아들이 손을 흔들며 좋아했다. 나와서 안기며 아들이 말했다. '오늘은 아침에만 울고 안 울었어!’ 선생님과 한 주 감사했다고 인사를 나누었다. 준이 굉장한 이번 주를 보냈다고 하셨다.


그날 저녁에는 갑자기 아들이 말했다. 

(아들) '아빠 학교에 파란 눈이 많아, 선생님들이 모두 눈이 파래’

(나) ‘응~ 여긴 파란 눈 사람들이 먼저 와서 살기 시작해서 많을 거야~ 그래도 준영이 처럼 갈색 눈도 있지?’

(아들) ‘응~ 어떤 친구랑, 이런 친구랑은 눈이 갈색이야~’


뭔가 이런 말들이 커가는 아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이번 주 정말 잘했어 아들!


즐거운 하굣길 / 남겨온 도시락 / 자전거 타고 하교






수영 실력 업그레이드!


금요일 수영 레슨 중간에 선생님과 관리자께서 긴급하게 이야기를 나누셨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아들의 수영 실력이 지금 반에는 맞지 않아서 ‘무빙 업’을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오리너구리’ 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제 ‘열대어’ 반이 된 것이다.


기념으로 골든벨을 울렸고 모두에게 축하를 받았다. 물을 무서워하던 아들이 이렇게 재미를 붙이다니 참 신기하다. 이번 주는 여러 가지로 한 단계 상승한 주였다.




아들의 기도


이번 주에 잠자리 기도에서 아들이 분주했다.


내가 허리가 잠깐 아픈 적이 있었는데 매일 밤 내 허리가 낫도록 기도를 해주었다.

‘아빠~  너무 짠 거 먹어서 그런 거 아닐까? 아니면 너무 찬물로 씻어서? 당분간 반대로 해보자, 그리고 기도도 하자’


그리고 어제는 갑자기 기도를 추가했다.

'헬로카봇 시계랑 카드랑 내일, 내일 다음날 아니면 언젠가 주세요. 진짜가 아니어도 장난감이라도 주세요.’


최근에 도서관 피서 가서 본 영상이 영향을 주었나 보다. 하하.


이제 제법 기도도 말을 만들어서 하는 것을 보니 잠자기 전에 흐뭇한 맛이 있었다. 

아빠와 자다 보니 예전에는 옆으로 오라고 해도 안 오더니 요즘엔 아침까지 내 근처에 엉겨 붙어있다.

주말에 신나게 또 놀자~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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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너구리반 졸업 / 등교길 아빠 손 꼭 잡고 / 하굣실 비누방울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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