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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12. 2020

기분 좋게 생각하고 말을 바꾸었더니 몸이 변하더라

거의 학교 적응 완료?!

08/Feb/2020


아들은 주말 내내 신나게 놀면서도 밤이 되면 불안해했다. ‘아~ 학교 가기 싫다 ㅡㅜ’


그래서 아빠인 나도 준영이보다 훨씬 컸던 대학교 때 울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고향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다가 대학교를 가기 위해 처음으로 서울에서 지내게 되었다. 다행히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어 별 고민, 고생 없이 기숙사로 짐을 옮기고 첫날밤을 보내게 되었다. 아직 개강 전이었기 때문에 학교에 아는 사람도 없고 같이 방을 쓰는 사람들도 오기 전이었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 뭔가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그래서 눈물이 났었다. 


그 이야기를 아들에게 해주면서 어른이라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알려 주었다. 아들은 지금 정말 대단하게 잘하고 있다고!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듣고는 잠을 청했다.






월요일 아침이 되어 다시 학교 갈 준비를 시작했다. 이번 주에는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나를 보여주는 4가지 물건을 챙겨야 했다. 모든 가족이 고민 끝에 ‘태극기, 레고, 빨간색 연필, 수영 반 업그레이드 축하증’을 골랐고 아들에게 간단한 설명 멘트를 알려주었다. 하루에 2~3명 정도씩 하고 있다고 해서 아직 아들 차례는 안되었다고 한다. 아직 수줍어서 못하겠다고 작게 말한 친구도 있었다고. 하하. 자신 있게 자기소개를 하고 올 날을 기대한다.


새로운 주 첫날부터 적응의 조짐이 보였다. 아침에 헤어질 때 울음이 많이 줄었다. 하교할 때 만났을 때 오늘은 안 울었다고 했다. 그리고 엄청난 말을 했는데...


‘아빠~ 아빠 말대로 기분 좋게 생각하고 말을 바꾸었더니 몸이 변하더라~’


계속 불안해하는 것보다는 학교에서 즐겁게 논다고 생각하고 지내면 몸도 편해질 거라고 알려주었었다. 그대로 했더니 정말 그렇더라는 이야기다. 나도 말만 그렇게 할 줄 아는 쫄보인데 아들은 단숨에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아들이 정말 대견했다. 훨씬 낫네!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 아들



다음날에는 울음이 나올라 말랑 하는 것을 참고 헤어졌다. 점심밥도 많이 먹고 왔다. 오후에는 우리 가족과 비슷한 상황의 아빠와 어린 아들이 놀러 와서 함께 놀았다. 육아 아빠들은 공감대를 늘어놓으며 수다를, 아들은 어린 동생을 데리고 형님 역할을 하며 놀이를. 남자 4명이 잘 놀고 잘 먹고 헤어졌다.


수요일 아침 등원 시간에는 우스운 광경을 보았다. 아직 아들 반 친구들도 아침에 헤어지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한 아이는 울먹이며 아프다고 엄마에게 어필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 아이 엄마와 눈이 마주쳐서 ‘음, 내가 보기엔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ㅎㅎ’라고 하니...‘응 나도 아주 잘 알고 있지 ㅋㅋ’라고 대답하고는 아이와 인사하고 떠났다. 하하. 아들은 그날 울지도 않고 잘 헤어졌다!


놀이터에서 친구랑 놀다가 잠깐 놓쳐서 다시 찾았는데 옷이 다 똑같아서 친구를 바로 못 찾아서 울음이 났다고 한다. ㅡㅜ 그날 싸준 소시지 샌드위치가 맛있어서 다 먹었고 집에서도 해달라고 해서 많이 기뻤다. 과일은 남겼길래 물어보니... ‘과일 통은 적당히 닫아줘 못 열었어~’ 너무 세게 닫았나 보다. 미안.


그날 오후에는 수영 수업이 있었는데 ‘중급 1 열대어 반’에서 받는 첫 수업이었다. 좋아하던 선생님이 바뀌어서 긴장을 했지만 바로 옆 레인에서 지난 반 선생님을 보고는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날 팔도 처음 쓰면서 첫 수업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물을 무서워하던 우리 아이가 수영을 이렇게 즐겁게 배우다니. 놀라웠다.


주중 마지막으로 갈수록 아들은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아빠~ 오늘은 먼저 가~’라고 하더니 선생님께 혼자 가서 '아 니즈 유어 핸드’하고 선생님 손을 잡고 헤어졌다. (대단 대단)


하교할 때 이런 말도 했다.

‘아빠~ 학교에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은 건 적응되었다는 거야’


학교에서 아침 간식 먹고, 점심 먹고, 정리하고 선생님 이야기 듣다 보면 어느새 아빠가 와 있다고 한다. 하하. 하교하는 길에 어디선가 ‘준~ 준~ 준~’ 목소리가 들려서 누군가 보았더니 작년 유치원에서 함께 잘 지냈던 친구가 와서 인사를 해주는 것이었다. 이 친구랑 같은 반 되길 바랬는데 좀 아쉬워했던 착하고 밝은 친구였다. 아들도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누었다.


금요일은 오랜만에 엄마랑 등교하고 하교도 했다. 금요일이라서 좋고 엄마랑 함께여서 너무 기분 좋게 보낸 하루 같아 보였다. 이렇게 순식간에 두 번째 주가 지났다. 아들이 꽤 많이 적응해 준 것 같아서 많이 고마웠다.


신나는 하굣길






우리 집 이런저런 일들


1. 첫 정기 인스펙션

렌트해서 살고 있는 이 집은 정기적으로 인스펙션을 한다. 원래 4개월 마다인데 중간에 매니저도 바뀌고 연말연초 휴가기간도 있어서 6개월 만에 하게 되었다. (럭키!) 주변에서 들었던 악명 높았던 이야기들이 생각나서 전날부터 열심히 집을 청소했다. 아들이랑 같이 잡초도 뽑고, 짐들도 정리하고, 구석구석 열심히 닦았다. 그리고 인스펙션 당일... 좀 허무하게도 순식간에 끝났다. 보기에 깔끔해 보였는지 몇 가지 주요 부분만 체크하고 돌아갔다. 보기에 다 좋아 보인다는 멘트와 같이 ^_^;; 덕분에 대청소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하하.



2. 파랑 영어 시험

2~3주 전부터 준비하던 영어 시험을 보았다. 최고 목표까지는 아니었지만 1차 목표는 달성했다. 정말 대단한 친구다. 이왕 공부한 김에 조금 더 하기로 했다. 다시 파이팅이다!



3. 아동부 찬양

아들이 ‘구원 열차’라는 곡으로 예배 때 무대에 섰다. 연습을 열심히 한 뒤 용기를 내어 본 무대에 자신 있게 섰다. 하겠다고 하면 우리 아들도 정말 잘하더라. 하하.



4. 컴패션 추가 결연 후원

작년에 ‘컴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후원을 시작했었다. 이번 주일에 컴패션 팀장님이 오셔서 설명회를 가졌는데 와이프가 한 명 더 후원하자고 해서 잠깐 고민 끝에 하게 되었다. 이렇게 2명의 아이를 후원하게 되었다. 아들도 함께 우리 가족이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 같았다. 우리의 작은 행동이 그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으로 도움이 되길 바란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바로 만나보세요!


아동부 찬양의 순간 / 잡초뽑기 / 진지한 놀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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