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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14. 2020

이제 영어를 대충 알아듣겠다는 아들

호주에서 적응해나가는 아들과 아빠

14/Feb/2020


어제 하교하면서 아들과 손잡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이었다.


(아들) ‘아빠~ 나 이제 친구들이 하는 말 대충 알아듣는 것 같아’ 

(나) '진짜??’

(아들) ‘응, 오늘 새로운 친구가 뭐라고 물어봤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어서 대답했어’

(나) ‘뭐라고 물어봤는데?

(아들) ‘그 새로운 친구가 나랑 노는 유치원 친구랑 같이 유치원 다녔냐고 물어봐서 예스라고 했거든~’

(나) ‘와 대단하다~ 그럼 선생님 말씀은?'

(아들) ‘아~그것도 대충 알아듣지~’ 


하하. 당당함에 좀 놀라긴 했으나 요즘 집에서 보이는 여러 조짐들로 미루어 보아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1.

어느 날 인가부터 갑자기 학교에서 듣고 배운 것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들리는 대로 따라 하는 말과 문장들이 어떤 뜻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돌아가는 상황이나 눈치로 보아 어느 정도 무슨 뜻인지 알고 내게 확인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알려주면 거의 ‘아~ 맞는구나~ 나도 그런 것 같았어~’



2.

새로운 친구들 이름을 말하기 시작했다. 매일 새로운 친구 이름들을 말해주었다. 들리는 대로 따라 하는 발음을 듣고 놀라곤 했었다.



3.

‘아임 고잉 투 토일렛’이 무슨 말이야? 화장실 가는 친구가 하는 말을 듣고 온 것이다. 다음번에는 아들에게도 손 들고 똑같이 이야기하고 화장실 다녀오라고 했다.



4.

(아들) '오늘 새로운 친구 이름을 물어봤더니 맞데~’

(나) ‘응? 무슨 말이야?’

(아들) ‘아~친구한테~ 왓츠 유어 네임, ㅇㅇ?라고 물어봤더니 그 ㅇㅇ친구가 맞다고 했어~’

오우 ㅎ



5.

나랑 할 때는 어려워하던 1월~12월 이름을 어느새 다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노래로 알려주었더니 며칠 흥얼흥얼 대더니 이제 잘 부른다. 그 발음, 인토네이션, 악센트가 놀라워서 공부 중인 와이프에게 영상으로 보냈더니... ‘부럽다~’ 하하.



6.

학교에서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 손들고 말하는 시간이 있다고 한다. 안 할 것 같은 아들이 열심히 손들도 단어를 이야기한다고 한다. @.@ 하기 싫거나 모르는 친구들은 손을 안 든다고 하는데... 아는 단어가 있으면 손들고 이야기한다고 하니 정말 놀랍다.



정말 아이들의 흡수력은 대단하다. 역시 적응에 대한 걱정은 아이들용이 아니다. 유연하지 못한 어른이 문제다. ^^;;;;


학교에서 마치고 해피 / 꽃향기를 맡으며 / 수업시작 전 놀이






셋째 주 학교 이런저런 일들


1. 도시락 남기기


이번 주는 대체적으로 잘 헤어지고 우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도시락을 여전히 잘 먹지 않았다. 집에 와서 배고픈 나머지 도시락을 먹기 일쑤였다. 그러고 나면 저녁을 또 안 먹고... 이건 유치원 때도 비슷했으니... 나아질 거라고 믿어야겠으나 먹는 것에 대한 잔소리는 줄이기가 쉽지 않다. ㅠㅠ 나 어릴 적에도 똑같았다고 하는데... 휴 



2. 선생님 생일


선생님 생일이 있어서 소소하지만 준비를 해서 드렸다. 한국에서 온 마스크팩, 빼빼로와 함께 준영이가 열심히 그린 그림카드를 전달했다. 다행히 다른 부모들도 그 정도로 전달하는 분위기였다. 잘 받았다고 알림장에 답장이 왔고 미션 성공이었다! (내가 기획한 거야! ㅋ)



3. 반갑게 인사해주는 엄마 아빠들


내가 주로 등교/하교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엄마들 비중이 많은 상황에서 뻘쭘하고 낯설기 마련이다. 거기에 심지어 흔하지 않은 아시아인! 그런 와중에도 인사를 먼저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유치원 때 인연을 맺은 엄마 아빠들은 가끔 너무 반갑게 찾아와 안부를 물어보기도 해서 놀라기도 한다. 표현하고 싶은 말의 10퍼센트도 제대로 못하는 아쉬움이 늘 있지만 그래도 인사를 나누고 나면 기분이 좋다. 영어가 문제겠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만약에 한국이었다면 달랐을까?라고 생각하면 또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파랑이 가끔 와서 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주면 좋을 것 같다. 하하.



4. 아들이 직접 고른 첫 도서관 책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정기적으로 빌려준다. 어제 라이브러리 백에 처음으로 책이 들어있었다. 표지만 보고 아들이 고른 책인데 제목은 ’In the BUSH’였다. 어제 절반 정도 읽어주었는데 그림이 많은 재미있는 책이었다. 아들도 보면서 ‘내가 잘 골랐네~ 그림이 많다~’ 그런다. 스스로 책을 읽게 되는 것이 학습 목표이기도 하던데...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다.



5. 티쳐 엑스포


부모들을 대상으로 선생님들과 만나는 행사가 어제저녁에 있었다. ‘티쳐 엑스포’라고 해서 뭔가 엄청 거창해 보였다. 어쩐지 파랑도 같이 가서 선생님께 눈도장도 찍어야 할 것 같아서 바쁜 시간을 쪼개서 함께 갔다. 작년에 없던 행사였고, 쉽게 말하면 학교 교육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회였다. 각 학년별, 특별 수업별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고 자료를 나눠주고, 질의응답을 할 수 있었다. 아들이 다니는 학년인 PREP 부스에 갔더니 뒷배경에 아이들 작품이 있었는데 그중에 ‘JOON’이라는 아들의 작품이 당당히 걸려있었다! 


우리의 목적인 담임 선생님을 만나서 인사하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우리) ‘오늘 이 행사 뭐야~? 뭘 위한 거야?’

(담임) ‘아~ 우리도 올해 처음이라서 ^^;; 정보 받아가고, 이것 저것 물어볼 수 있어~ 뭐 질문은 언제든 할 수 있기도 하지만 하하.’

(우리) ‘저 뒤에 준 작품이 있어서 놀랐어~ ㅎ 준 잘 지내고 있어?’

(담임)‘ㅇㅇ 준이 꼼꼼하게 작품 잘 만들더라고~ 준 점점 말도 알아듣고 있고, 미어캣 흉내도 내면서 귀여움 뽐내지~'

 

우리는 충분히 목적을 달성하고 엑스포를 빠져나왔다. 어디서든 우리 아들은 역시나 잘 지내고 있었다!


행사에 붙어있던 아들 작품 / 학교마치고 해피 / 선생님 생일 그림 카드






조금 지쳐가는 우리 가족


오늘 다시 영어 시험을 보느라 공부 중인 파랑, 엄마가 보고 싶은 아들, 와이프가 필요한 나.


이렇게 우리 가족은 이번 주에 몸과 마음이 지쳤었다. 날씨가 비가 계속 와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준비하는 파랑의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었으리라. ㅡㅜ 잘 이해해 주는 아들도 대견하고... 머리로 이해하지만 나도 모르게 짜증과 스트레스가 차오르고 있는 나만 좀 조심하면 되는데... 일단 오늘 시험 잘 보도록 조금만 더 응원하고 기도하자!


우리 가족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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