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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16. 2020

나 어른이 되고 싶어

알다가도 모를 아들, 누굴 닮은 걸까? @.@

20/Feb/2020


우리 부부는 아들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아서 만 5년 넘게 키우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 아이에 대해 파악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도 잘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듯이, 내가 아닌 아들에게서 예상외의 포인트를 발견할 때가 있다


페가수스 파란 교복이 이리 잘 어울릴 줄이야!






1. 어른이 되고 싶어


어느 날 저녁 1대 1로 밥상에 앉아 언제나처럼 힘겹게 아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애쓰는 것 같아서 이제 그만 먹고 남겨도 된다고 하니... 갑자기 울먹여서 이유를 물어보니...


‘나 어른이 되고 싶은데 ㅡㅜ’


밥을 먹지 않는 아들에게 잘 먹지 않으면 크지 않고 아이로 남아있는 거라고 했더니... 걱정돼서 한 말이 걱정을 한 바가지 추가했구나, 미안하다. ㅠ




2. 나 영어 몰라


학교에서 영어를 차근차근 잘 배워 나가는 듯하다. 어느 날은 티브이를 보다가 ‘아빠~ 방금 뭐라고 한 거냐면, 미스터 누구누구 있잖아 오늘 그 사람 생일이라고 한 거야’라고 통역을 해주기도 하고, 놀다가 배워온 문장을 뱉기도 한다. '아이 화운드 잇!! (그림책 보면서 무언가 찾고 나서)’


그럴 때마다 놀라서 ‘와~ 아들 영어 이제 다 아네~’라고 칭찬을 했는데 어느 날은 울먹이며...


'나 영어 모르는데 다 안다고 하지 마~ㅜㅜ’


과한 칭찬이 압박이 되었나 보다, 미안하다. ㅠ




3. 아이패드 사랑해


점심시간에 유치원 친구 누구를 만나서 이야기했고, ‘나랑 물통이 똑같더라~ 같은 데서 샀나 봐’라는 아들. 마치고 함께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어떤 친구가 ‘바이 준~’하면서 인사해주자. 아들이 ‘저 친구가 누구누구고, 오늘 우리 같은 동네 살아~라고 나한테 한 것 같아’라는 아들. 갑자기 문득 ‘나 이제 친구 이름 다 아는 것 같아~’라는 아들.


그런데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친구들도 아니고, 놀이터에서 노는 것도 아니고, 영어를 배우는 것도 아닌 ‘아이패드’를 사랑한다는 아들. - ‘Joon loves the iPads


(학교에서 사랑하는 것을 말하는 시간에 아이패드로 하는 수업이 너무 재밌어서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이름은 내가 제일 잘 쓰지! / 학교 끝~ / Joon loves the iPads



4. 아직 적응이 다 된 건 아니야


오랜만에 엄마랑 등교한다며 즐겁게 떠났다. 나는 바로 옆 유치원에 주차를 하고 기다렸다. 그 김에 유치원 선생님과 우리 부부는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덕분에 아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그 와중에 엄마를 통해 아들이 하교할 때 올 아빠에게 전하는 말이 있었는데... 요즘 늘 주문하는 사항이 학교 유리문 앞에서 아빠가 보이는 곳에 서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선생님이 가장 먼저 집에 가게 해주시기 때문이다.


예전 굴렁쇠 어린이집에서는 매번 마지막에 가도 괜찮았는데 왜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덧붙였다고...


‘나 아직 그때만큼 다 적응이 많이 안돼서 그러는 거야~'





5. 이모 보고 싶어


잠시 함께 지내던 파랑 학교 동기 이모가 집을 찾아서 떠났다. 그동안 아들과 잘 놀아주셔서 아들이 정이 많이 들었었다. 떠나고 나서 며칠을 ‘이모랑 놀고 싶다’며 아쉬워했다. 종종 자주 보고 또 놀러 오라고 하면 된다는 내 이성적인 설명은 소용없었다. ㅜ




6. 나 준비 안돼서 싫어


주일 아동부 찬양 무대를 다음 주일로 착각하고 아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못해주었는데 주일 예배 전 찬양팀 연습 때 그날 무대에 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차피 그때부터 연습을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아들에게 알려주었는데... 갑자기 얼굴이 울상이 되며 준비가 되지 않아서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준비 안된 일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큰 아들이기 때문에 이해는 했지만 세상일이 항상 정해진대로 기다려주지 않고 막 찾아오는 법이라고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왜 다음 주일이 아니고 오늘이냐며 뭔가 억울해하는 아들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안 해도 된다고 했더니, 또 그건 아니라고 하는 아들이 이해가 안 되었다. 그래서 나도 아들도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가졌다. 아들에게 찬양부를 곡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더니 어느 정도 머릿속에 들어갔는지 이제 할 수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연습도 잘했고, 본 무대에서도 잘했다. 웃긴 일은 본 무대를 마치고 나서 아들이...


‘이거 연습이야 진짜야?’라고 했다 ㅋㅋ




7. 오랜만이라 적응이 안되더라


수영 수업 중급반으로 올라가면서 그동안 정든 선생님과 헤어졌었는데 이번 주에는 특별히 출석 인원이 균형이 안 맞아서 정든 선생님 반에서 수업을 받았다. 무척 반가워하는 선생님과 수업을 잘 받았다고 느꼈는데 아들이 다 마치고 나서 한 마디 했다.


‘선생님이 오랜만이라서 적응이 안되었어’


어색했다는 이야기다. 하하.


성공 한 찬양 / 즐거운 모래 놀이 / 수영 전 멍 때리






아들은 이렇게 자신만의 캐릭터를 키워나가며 잘 지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비가 그치고 날씨가 좋아져서 동생네랑 비치에 가서 신나게 놀고 오기도 했다. 학기가 시작했고 동시에 영어 시험을 준비하는 파랑이 지치지 않기를 바라는 요즘이다.


우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게 계속 지내보자!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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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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