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Aug 07. 2020

투명하게 그대로 전해졌던 그곳

첫 교육 아마와 멋진 가게

<기억 하나.>

아들이 첫 ‘일반 어린이집’을 갔을 때, 보내준 사진에 반가워서 양가 어르신들에게 보내드리며 잘 지낸다고 말씀드렸다. 우리 어머니에게는 아주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이렇게 사진 많이 찍으면서 애들을 제대로 볼 수 있니?’


우리 부부도 제대로 사진 한 장 건지려 다가 아찔한 상황을 한 번씩 겪은 경험이 있기에 이제는 그게 무슨 말씀인지 알게 되었다.



<기억 둘.>

한국 집 옆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에 자주 갔었는데, 어느 날도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5~6명 되는 어린아이들과 나이 지긋해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들어오자마자 아이들에게 웃는 포즈를 잡으라고 하시더니 사진을 몇 장 찍으셨다. 그리고는 아이들은 그냥 풀어두고는 어디론가 사라지셨다. 남아있는 아이들은 좀 책을 읽는가 싶더니 툭탁 거리며 하나둘씩 울음을 터트렸다. 결국 통제가 안되자 도서관 직원분이 오셔서 아이들을 달래며 같이 온 보호자를 찾았다.


어디 선가 뒤늦게 나타나신 그 아주머니는 처음과는 다른 엄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하며 울음을 그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가 다시 우르르 나갔다. 중간중간 찍은 사진을 어디엔가 보내시는 것 같았다.




일반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이 지내는 것을 간접적으로 밖에 알 수 없다. 키즈노트 등을 통해서 보내주는 사진과 선생님의 메시지로 그랬겠구나 하고 짐작할 따름이다.


하지만 굴렁쇠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는 그 터전 안에서 아이, 선생님, 아마(아빠 엄마) 할 것 없이 함께 지낸다. 무언가 이중적이거나 거짓이 있을 수가 없다.


물론 그래서 더 큰 소리가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지내고 자라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던 그곳이 나는 정말 좋았고,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모여 옛날이야기를 듣고, 맛있는 밥과 간식을 먹던 친구들 모습이 아른거린다.


참 좋았었다.






20170901


굴렁쇠 공동육아 어린이집에는 선생님들 대신해서 아마들이 돌아가면서 선생님 역할을 하는 '교육 아마' 활동이 있다.


우리도 이번에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원래는 파랑과 내가 둘 다 같이 하려고 했으나, 나는 회사 나오느라 못하고 ㅡㅜ 이번에 대신하게 될 선생님이 '꼬까신'이신데 영양 교사님이셔서 아침 간식, 점심, 오후 간식을 준비하게 되었다. 파랑이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으나...


엄마 아빠 없이 잘 지내던 아들이 엄마의 등장으로 계속 엄마에게 붙어 있으려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4세 아이들에게 종종 벌어진다고 한다.) 아침 모둠 시간에 준비해 간 ‘입체북' 읽어줄 때부터, 점심 준비할 때도 아들의 엄마랑 붙어있기가 계속되었다고 한다. 


예정에 없던 (월요일에는 나들이를 안 간다) 나들이를 갔고 (아들은 안겨서 끌려갔다고..) 그 사이 점심 준비를 하였으나 이미 시간이 부족한 상태여서 결국 단풍잎(아들반 선생님)이 함께 준비했다고 한다. 그래도 아이들이 너무 맛있게 먹어줘서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이를 테면

- 아이들 : "파랑~정말 맛있어~ 피자보다 맛있어~'"

- 파랑 : "너희 다른 아마들한테도 이렇게 얘기하지?" 

 - 아이들: (아이들이 살짝 당황하다 씨익 웃음)

 - 파랑: "그래도 너무 좋다 아이고 이쁜이들 고마워!!"

파랑이 아이들 마음이 정말 이뻐서 감동받고 와락 안았다고 한다.


그러나... 밥 먹는 동안에도 아들은 엄마랑 붙어 있으려고 해서, 서둘러 파랑은 먹고 정리하러 주방으로 가고, 계속 엄마를 찾던 아들은 힘들게 낮잠에 들었다고 한다.


오후 간식을 준비하는 중에 아들이 깨는 바람에, 단풍잎이 도와줘서 간식을 내놓은 뒤... 아들이 힘드니 그냥 가시라는 단풍잎의 단호박 같은 권유에 결국 굴렁쇠를 나섰다고 한다. 하하.


집에 간다니까 엄마 속도 모르고 아들은 신났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 파랑: "오늘 왜 그렇게 계속 화내고 울었어?"

- 아들 : "엄마가 나랑 안 놀아주고, 나랑 같이 자고 싶었는데 엄마가 안 왔어"

어린 맘에 엄마 반가워서 그랬나 보다. 


오는 길에 기분 풀어주려고 문방구에 들렸는데, 들어가자마자... 

멋진 가게다! 맞네 여기~~ 이거 맞네~~ (스티커, 장난감을 보며)"

했다고 한다. 하하. 


요즘엔 말이 늘어서 표현이 다채로워졌다.

무튼 너무도 고생한 파랑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다음엔 꼭 같이 하기로 하였다!

아들은 아직 아가다 아가. (3돌도 안된 ^^;;)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도대체 뭐야?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바로 만나보세요!


흥이 넘치던 그때 (지금도 똑같다)




세상에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교보문고 https://bit.ly/3u91eg1 (해외 배송 가능)

예스24 https://bit.ly/3kBYZyT (해외 배송 가능)

알라딘 https://bit.ly/39w8xVt

인터파크 https://bit.ly/2XLYA3T

카톡 선물하기 https://bit.ly/2ZJLF3s (필요한 분이 떠올랐다면 바로 선물해보세요!)

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 화장실은 각자 가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