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 노래와 이야기
요즘엔 주로 내가 아들에게 읽은 아동용 소설 (주로 로알드 달 작품)을 잠자리에서 조금씩 이야기해주고 있다. 많이 고맙게도 어떤 이야기해도 귀를 기울이며 집중해서 이야기 하나하나 반응하며 들어준다. 내가 살면서 내 이야기에 이렇게 온몸으로 집중해주는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
그리고 또 고마운 것은 다음 이야기를 아주 나중에 다시 이어서 해주더라도 그 이전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다 기억해준다는 점이다. 이야기를 했던 나보다도 더! @.@
최소한 나도 이 고마운 청중의 말은 집중해서 듣도록 해야겠다.
요즘엔 내가 다른 생각을 하거나, 딴 데를 보고 있으면 바로 불호령이 떨어진다.
‘아~빠~~!!'
20171004
굴렁쇠 어린이 집에서는 모둠 시간, 잠자기 전 시간 등에 '옛날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것 같다.
준영이도 이젠 말이 늘어 가면서 우리에게 듣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옛날이야기 좀 해줘 준영아~' 하면 종종 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시작하기 전에 꼭 하는 노래가 있는데, 이게 참 재밌다.
‘옛날 옛적에 굴렁쇠에서 옛날이야기 듣다가 너무 웃겨서 배꼽 빠졌네. 얘들아 얘들아 조용히 해봐 이제부터 옛날이야기 시~~~ 작'
아마 가사가 틀릴 것이다. 매번 같이 부르고 싶은데, 가사를 틀려서 준영이가 그거 아니라고 한다.
무튼 이 노래 마치고, 구수한 (??)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게 패턴이 있다.
시작은 등장인물들이 줄줄이 끝없이 나온다. 대부분 동물들이다, 준영이가 좋아하는.
'옛날 옛적에 사자랑, 악어랑, 하마랑, 호랑이랑, 상어랑, 고래랑.... 살았데~'
그리고는 꼭 위험인물이 등장한다. 그건 그때그때 다르다.
'그런데, 갑자기 OO가 나타났데!'
그리고는 등장인물 중 누군가를 잡아먹는다! ㄷㄷㄷ
'OO를 잡아먹었데!'
그리고 하이라이트에서는 꼭 '고구마'를 못 먹는다! (?!?!)
'OO는 고구마를 못 먹어서 죽었데!'
그리고는 대부분 이야기가 끝이 난다.
'자 이제 끝~~'
이야기의 재미도 재미지만, 구성지게 이야기를 주욱 끌고 나가면서 마무리를 짓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고 대단하다. 굴렁쇠 덕분인 것 같다.
종종 읽어 준 책의 이야기를 기억해서 준영이가 말해주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책이 내용과 다르게 이야기를 하면, 대개 준영이가 ‘그거 아니야~'라고 하며 정정해 준다.
당장은 아니지만, 스스로 책을 읽을 때가 되어, 함께 도서관을 가는 날을 바라본다.
그래도 지금처럼 옛날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정겹기는 하겠지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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