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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20. 2020

내가 우는 게 아니고 내 마음이 우는 거야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즐거워진 아들

09/Mar/2020


아들이 벌써 6주 차까지 학교를 다녀왔다. (Term 1은 총 10주)


지난주의 자기소개 덕분인지 한결 학교 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즐거운 자기소개 날 사진과 아들에게 맛있는 간식 나눠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선생님께서 교실 문에 붙여주셨다 ^_^)


전담 케어를 하고 있는 내가 이를 느낄 수 있는 정황이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1. 도시락

도시락을 매번 남겨왔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먹는 양이 늘더니 다 먹고 오기 시작했다! 최초 시작은 엄마표 소고기 김밥이었다. (역시 엄마 밥이 최고!)


2. 그림

아들의 그림 사랑은 태어나서부터 계속되고 있다. 마음이 안정되어야지 제 실력이 좀 나오는데... 지난주 학교 아트 클래스에서 아빠에게 주는 그림편지를 그려왔다.


3. 가방 정리

아들은 어지간하면 정리를 안 하는 스타일이다. 학교에서 수업 종료 전에 가방 정리를 스스로 하는 시간이 있는데... 어느 날 가방이 좀 더 깔끔해져 있어서 물어보니... ‘아, 이 알림장 폴더가 계속 구겨지길래 모자랑 (여벌) 옷을 가방 뒤에 자리가(별도 구분된 공간) 있길래 넣었어~’ 햐~ 나도 늘 고민이었는데 이렇게 하면 되네! 아빠보다 낫네 하하.


4. 친구들과 인사&지내기

어느 날 아침은 등교를 스쿠터(킥보드)로 하고 싶다 하여 타면서 나섰는데 가는 길에 반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인사를 나누었다. (아들은 인사 나누기를 매우 쑥스러워한다)


하교할 때는 자리에 모여 앉아서 선생님이 부모님 얼굴을 확인하고 한 명씩 내보내 주는데 이름이 불려서 나오려고 일어났는데, 옆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팔 벌려 안아달라고 해서 꼭 안아주고 나오는 아들을 목격했다. 하굣길에도 여러 친구들과 인사를 반갑게 나누는 아들을 보며 마음이 흐뭇해졌다. ‘와 친구 많네~ 이름도 다 알고~'


등교해서 모임 시간에 옆에 있는 친구 등을 아들이 쓸어주길래 나중에 물어보니 ‘아, 그 친구가 엄마랑 헤어져서 속상한지 울고 있었어~’ 하하. 하교 모임 시간에 얼핏 보니 아들 옆에 있는 여자아이들이 준영이 머리를 귀엽다고 쓰다듬고 있었다. 물어보니 귀찮게 하거나, 괴롭힌 건 아니고 보이는 대로 쓰다듬쓰다듬 해준 듯했다.


5. 학교가 즐거워

어느 날 파랑에게 아들이 말했다.

‘나 이제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즐거워~ 아침에 엄마 아빠랑 헤어질 때 기분이 슬픈 것뿐이야~’

우리 기분 탓이겠지만 참 빠르다. 이렇게 크는 거겠지? 내심 바랬던 말이지만 어쩐지 모를 아쉬움도 있다.


아빠에게 쓴 편지 / 멋진 그림 / 자기 소개 시간






<아들의 영어 실력 쑥쑥쑥>


1. 엄청난 흡수력으로 배우고 있다

집 2층 베란다에서 밖에 있는 스쿠터 타는 형이랑 인사를 나눴다. 시스터 있냐고 해서 없다고 했단다.

학교 친구랑 놀다가 이리 오라고 ‘컴백 히어’라고 했어.

‘따라 하지 마’와 ‘따라오지 마’가 뭔지 알아? '스탑 카핑 미', '스탑 팔로잉 미' 이거야~

좀 귀찮게 하는 친구한테 ‘유 원투 비 마이 프렌드?’라고 물어봤고 ‘예스’라고 해서 친구가 되었어~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나한테 ‘유 아 어 나이스 보이’라고 해줬어.


2. 영어 특별 수업 시작

학교에는 아들과 같은 제2언어로서 영어를 배우는 국제학생을 위한 특별 선생님의 지원이 있다. (이를 English as an Additional Language or Dialect (EAL/D)이라고 함) 지난주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첫날은 좋아하는 거 뭐냐고 해서 캥거루랑 오렌지 그림을 그리고 왔다고 한다. 아들에게 매우 특별한 수업이라고 알려주었다!


3. 홈 러닝 시작

지난 금요일 학교 가방이 좀 묵직해서 열어보니 어마어마한 홈러닝 자료들이 들어있었다. ㄷ ㄷ ㄷ 안내문을 열심히 읽어보니 다행히 취지(콘셉트)는 ‘절대 스트레스받지 마~ 중요한 것은 재밌게 하는 거야!’였는데... 이미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집에서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뽐내면서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거였다. 아들과 함께 가져온 자료들과 책을 함께 보며 첫 홈 러닝 시간을 가졌는데... 와.... 이 녀석 정말 잘한다. 학교에서 집중해서 잘 배우고 있었다. 아들이 정말 대견했고, 취지처럼 즐겁게 아들의 새로운 배움을 지켜보면서 즐길 수 있었다. 안 그래도, 한글은 어떻게 가르쳐 나갈 수 있을 텐데, 영어는 어쩌나 싶었는데 지금처럼 학교만 잘 다니고 집에서 확인해 주면 될 것 같았다.




<아들은 명언 제조기>


1.

오랜만에 저녁 자전거 나들이를 나섰다. 개구리울음소리가 들리자 아들이...

‘아빠~ 이건 개구리가 짝짓기를 하려고 우는 건데, 아빠랑 엄마 만나서 아기 만드는 거랑 같은 거야’

‘아침에는 사람들이 보니까 밤에 우는 거야’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


2.

엄마가 오랜만에 씻겨준다고 하니 신나 하며...

‘아빠는 비누 칠만 대충 해줘~ 엄마랑 씻으면 땀 냄새도 없어져서 개운하게 잘 수 있겠다~’

난 그게 최선이었단다...


3.

아들이 좋아하는 어린이 다큐멘터리 같은 콘텐츠가 있는데, 제목이 ‘자연을 노래해요’다.

‘아들~ 그건 어디서 배웠어? ‘자연을 노래해요’에서 봤어?’

‘아빠, 자연을 노래하면 그게 보이냐? 자연을 관찰해야지’

이제 점점 대화를 줄이는 게 나을지 잠깐 생각을 했었다.


4.

어느 날 너무 짜증과 찡찡이 심해서 엄마가 너무 심하다고 이야기하자...

‘엄마, 내가 우는 게 아니고 마음이 우는 거야 ㅠㅠ’

바로 급사과한 엄마...


5.

‘아빠가 나 속상한 거 이해 안 해줬어 ㅠㅠ’

손님맞이 준비로 방 정리하다가 아끼던 구슬이 깨지고, 맞추던 퍼즐을 다시 넣어야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던 아들. 대충 달래주고 정리를 감행하려 했던 내게 속상해하며 한 말이다. ㅡㅜ



명언 제조기 아들






<우리 가족에게 있었던 일들>


1. 파랑 영어 시험 목표 달성!


파랑이 학기 시작 전 마지막으로 치른 영어 시험을 보고 왔다. 어찌 된 일이지 바로 다음날 나오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마지막이라서 그다음 날은 정말 오랜만에 가족끼리 우리가 좋아하는 누사 비치 나들이를 즐겁게 다녀왔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성적이 나오더니 기적처럼 원하고 필요했던 영어 점수를 획득했다. ㅠㅠ 지금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ㅠㅠ



2. 담배 피우는 새 이웃 ㅡㅡ^

붙어 있는 옆집에 젊은이 4명이 이사를 왔다. 그중에 3명은 파랑과 같은 학교/학과 동기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담배연기가 집으로 들어오는 일이 생겼다. 바로 매니저와 연락을 해서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아웃사이드(야드-마당)에서 피는 것은 자유이기 때문에 피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야기는 전해주겠다고) 나중에 한 번 더 담배 피우는 장소를 좀 옮겨달라고 할 수 없냐고도 요청했다. (답변은 동일 - 이야기는 하겠으나 어디서 피는지 정해줄 수 없다고...)


어쨌든 2번의 간접적인 메시지가 효과가 있었는지 좀 줄어든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신경이 쓰여서 이사를 고려하기도 했었다. 우린 지금 이 집과 단지가 너무 마음에 드는데. ㅡㅜ 이웃이 중요하다더니 그동안 조용하고 친절했던 이웃님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되었다 ㅠㅠ 나중에 도저히 안 되겠으면 파랑 학교 동기라고 했으니 넌지시 부탁을 좀 해볼까 한다.


어릴 적 길빵 하는 사람 뒤에서 고통스러워하면서 떠올린 아이디어가 다시 생각났다. 내뿜는 담배연기를 바로 모아서 피운 사람에게 그대로 다시 주는 개인용 파이프 말이다. 그렇게 좋아서 피는 담배인데 바깥으로 흘려보내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코와 입으로 나오는 담배연기를 한 점도 남김없이 그대로 피우신 분 호흡기로 넣어주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흡연자와 비흡연자와의 윈윈 아닐까?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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