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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24. 2020

아빠~ 내일 학교 안 오는 거라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긴장감 높아지는 호주 생활

24/Mar/2020


전 세계가 비상이다. 안전지대인 줄 알았던 이곳 호주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른 나라보다 늦게 시작된 이곳은 먼저 겪은 나라들을 보고 배우며 잇따라 강력한 방침을 내놓고 있다. 지난 한주 동안만 해도 그 방침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


- 불필요한 해외 이동 금지

- 실내 활동 100명 이상 금지

- 100명 이내 활동 시 4평방 미터 간격 유지

- 비필수적인 상업시설 영업중단 등등...


우리가 지내는 퀸즐랜드 주는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상황이긴 하나 이럴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겠다.


이러한 상황 속에 ‘학교’는 유지되고 있다. (호주 내에서도 논란이 많은 상황이다) 아들의 학교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어울려 하는 활동들이 모두 제한되거나 취소되었다. (오전 과일 간식 시간, 정기 전체 모임, 각종 스포츠 행사, 스쿨뱅킹, 1:1 교사-학부모 인터뷰 등)


어제부터는 교실에 부모들이 들어가지 않고 문밖에서 바로 아이를 놓고 가도록 지침이 내려왔다. 당황한 아들은 정말 오랜만에 울먹이다가 들어갔다. 아침에 아빠와 5분 정도 교실에서 놀다가 헤어지는 게 큰 힘이었던 모양이다.


그 외 우리 가족이 참여하던 단체/시설 들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 아들 수영 레슨 센터도 어제부터 문을 닫았고

- 아들 미술 학원도 변동이 있을 예정이다

- 파랑의 대학교도 이번 주는 휴교 상태이다

- 교회도 지난 주일부터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오프라인 병행, 비필수적인 상업시설 영업중단 대상에 교회도 포함 - 오프라인 예배/모임도 사라질 예정)


이런 긴장감 넘치는 상황 속에서도 아들은 많은 것을 이해해 주며 즐겁게 생활해 주고 있다.


교복 입고 학교 가기 전 / 교복을 안고 잠든 / 집에서도 교복 입고 놀기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1.

한동안 눈물을 보기 어려웠던 아들이 하교할 때 갑자기 울먹였다. 이유를 들어보니...


그날 담임/부담임 선생님 대신 다른 선생님들이 오셨었는데 마지막 가방 정리할 때, 모자 정리하라고 안 하셔서 자기도 모자를 챙기는 것을 깜박했다는 것이다. 그게 뭔가 서운하고 속상했었나 보다.


뭔가 제대로 정리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게 아들의 뿌듯함이었는데 그게 잘 안돼서 울음이 낫다는 것. 누가 보면(파랑 입장에서도) 이게 속상할 일인가? 싶은데... 어쩐지 나는 너무도 잘 이해가 된다. ㅡㅜ


아들아... 내 아들이 맞는구나. ㅡㅜ 그러면 인생 피곤해지는데 어쩌지. ㅠ



2.

오랜만에 엄마와 등교한 날, 잘 인사하고 오전을 시작하는 노래와 율동을 하는 아들을 몰래 뒤에서 구경하던 엄마에게...


‘엄마~ 이제 가줘~’


뭔가 부끄러웠나 보다. 하하. 나중에 들어보니, 옆에 있던 친한 친구가 물어봤다고 한다.


‘그게 굿바이란 말이야?’

‘응 맞아 ㅎ’ 


맞긴 뭘 맞니 ㅋㅋ



3.

아직 학교 적응이 필요한 PREP 아이들을 위해 집에서 쓰던 베개와 담요를 학교에서 종종 쓰고 있었다. 어느 날 하교할 때 모두 들고 나왔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아빠~ 내일 학교 안 오는 거라는데?’


잉? 학교 문 닫는 건가? 선생님께 여쭤보니...


‘네 호랑이 베개는 안 오고, 너는 오는 거야~’


 반만 제대로 알아들었던 것이다. 그게 어디니, 대단해! 주변에 있던 다른 친구들 아빠 엄마도 모두 웃었다. 하하.




4.

영어가 늘고 있는 게 보인다. 어느 날은 문장을 이야기하고 (더 캣 셋 온 더 매트) 어느 날은 문장 쓰는 법은 알려준다. (처음엔 캐피털 레터 , 핑거 스페이스, 풀 스탑 3가지를 지켜야 해)


친구들과 놀면서 나눈 이야기도 들려준다. 

‘잇 룩스 라이크 이지, 벗 잇츠 트릭키.’ (게임을 하면서 나눈 대화인 듯?)

‘친구가 웨어 이즈 마이 스푼 해서 내가 찾아 줬어.'


사복 입고 간 날(평등 데이?) / 열심인 아들






집에서 지낸 일들


1.

홈 러닝에 푹 빠졌다. 읽기, 산수, 영어 이렇게 3가지를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하루 각 10분씩 하고 있는데 재미있는지 이젠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한다. 중간의 게임 요소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즐기며 배워가는 모습이 대견하다. 어쨌든 공부의 영역 아닌가? 하하.



2.

학교에서 열심히 배우고 익히는 영어 노래와 율동을 집에서도 종종 보여준다. 들리는 대로 따라 하고 보이는 대로 따라 하는 아들의 흡수력에 놀라고 있다. 양가 영상통화에 늘 이 공연이 포함되어 있다. 혼자 스스로도 뿌듯해하고 있다. 동영상으로 많이 남겨 놓아야겠다.



3.

근처에 있는 이웃사촌 가족과 저녁을 함께 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아들은 한 살 많은 누나와 신나게 놀았고 우리 부부도 그쪽 부부와 이런저런 수다를 많이도 떨며 놀았다. 훨씬 먼저 이곳에 와서 산전수전 다 겪고 이제는 안정적으로 지내는 그 가족이 늘 대단해 보인다. 항상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만들어주신 그날의 슈크림 빵과, 다음날 단팥빵&크림빵은 정말 맛있었다!



4.

올라간 긴장감 탓에 모두 집에만 있던 주말, 아들이 급 산책을 제안했다. 동네 호수 한 바퀴를 돌고 왔는데 너무 더운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몸이 좀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이곳도, 한국도, 다른 모든 곳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빨리 돌아가기를...


진지한 아들 / 직접 만든 가면을 쓰고 / 즐거운 동네 한 바퀴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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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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