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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29. 2020

나 오늘 아빠 보고 싶었는데

아들과 즐거운 대화

3년 전 오늘 나눴던 대화를 다시 보니 녀석의 원래 말투와 지금이 다르지 않음을 발견했다.


사람의 성격과 행동, 말투는 이렇게 한결같은 거구나.


그렇다면 그것들의 형성은 어떻게 되는 걸까?


유전자? 환경? 랜덤 뽑기?


무엇이든 간에 내가 완벽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다. 하하.






20171104


이제는 정말 (거의) 제대로 된 대화를 아들과 한다. 단어의 난이도만 뺀다면 정상적인 이야기를 나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생겨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쏟아져 나와서 까먹기 전에 남겨 놓으려고 한다.



1. 약속을 지키자


파랑 없이 준영이랑 단둘이 교회를 간 적이 있었다. 아동부 교사 봉사를 하고 있어서, 준영이와 함께 유치부에 가서 잠시 앉아 있다가 인사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시간이 계속 지나서, 나름 머리를 쓴다고는 ‘준영아~ 아빠 화장실 다녀올게~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같이 있어~' 이러고는 아동부로 갔다.


거의 예배가 끝났을 때, 밖에서 우는 소리가 나서 혹시나 해서 나갔는데 선생님 품에 안겨서 울고 있는 준영이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준영이에게 사과하며 달랬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난 뒤에, 교회를 가던 차에서 갑자기 준영이가 그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교회에서~ 화장실 간다고 하고~ 아빠가 안 와서 울었어'


거짓말은 하면 안 된다. ㅡㅜ 아들 미안해.




2. 졸릴 땐 말 걸지 말자


함께 잠이 들 때면 항상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어느 날은 준영이가 좋아하는 바닷속 동물들이 등장하는 옛날이야기를 (막 지어서) 해주었다. 흥미진진하게 오래 듣던 준영이가..


'이제 말하지 말자~ 아빠 졸려~'

'아 그래~ 그럼 자장가 불러줄게~ 잘 자라 우리 아가~'

'나 아가 아닌데~ 형안데~'


그래 잘 때는 조용히 하고 자자.




3. 보고 싶었던 아빠


수요일에는 내가 준영이를 데리러 간다. 준영이도 그날은 내가 올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지난번에는 내가 데리러 가자...


'나 오늘 아빠 보고 싶었는데~'


라고 했다. 하하. 심쿵멘트. 그리고는 바로 그날 배운 노래를 신나게 불러 주었다.


'아침 바람 찬 바람에~~~ 엽서 한 장 써주세요~~ 다섯 장 써주세요~'


같이 신나게 부르면서 집에 왔다. 집에 와서는 과일/채소 장난감을 먹는 물컵에 넣고 장난을 치더니 결국 그 물을 마시는 게 아닌가...


'준영아 그렇게 장난친 물은 마시면 안 돼~ 엄청 배 아플 거야~'

'배 아프면 응아 하면 되잖아~'


그 배 아픈 거 아닌데...




4. 맛있는 솜사탕


솜사탕 맛을 알게 된 준영이를 위해 정말 가끔 솜사탕을 같이 먹는데 (유기농 솜사탕도 판다 - 정말 괜찮은 걸까?) 밥을 엄청 잘 먹었을 때만 꺼내서 먹기로 하고는 하루는 밥을 잘 먹고 신나게 놀다가..


'아 맞다! 솜사탕 먹어야지~ 생각났어~'


짜식 기억해냈네. 맛있게 먹으면서 준영이가 나한테 가끔씩 나눠주는데


‘먹어요~~ 안 먹으면 내가 먹을 거예요~’ 이런다.


그러다 엄마도 생각나면 ‘엄마랑 솜사탕 같이 먹어야지~’ 하면서 남겨두려고 하지만, 남겨둔 게 먹고 싶어서 갈등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가끔 못 참고 솜사탕을 집어서 입에 넣자...


‘어~ 엄마 준다고 했었잖아~~’

‘안 먹고 먹는 척하고 있지롱~’


하하. 뭐지 이 녀석 


이렇게 아들이 자라고 있다. 신기하고 뿌듯하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도대체 뭐야?



집중 하는 아들 시리즈 - 엄마 회사에서 / 놀이방에서 / 한의원에서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그동안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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