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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30. 2020

엄마 못 들었어?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 그래

이 녀석은 보통 집돌이가 아니다

14/Apr/2020


지난 한 주도 집콕 생활은 계속되었다. 가끔 나가는 산책과 장 보러 마트 가는 외출이 전부였는데 어제는 아쉬운 마음과 파랑과 내가 차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아~ 이런 좋은 날씨에는 바다에 가서 놀아야 하는데~’


그런데 아들 녀석이 한 마디 했다. ‘바다 가고 싶으면 가면 되지~’ (엥? @.@)


그 한마디로 아들의 현재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에서 지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줬던 것 같은데... 아들은 그런 이유와 아무 상관없이 지금 집에서 노는 생활이 정말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지난번에 ‘집에서 지내는 아이들이 진정한 히어로야’~라고 했음에도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던 것이었다. (요즘 히어로에 푹 빠져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무슨 히어로? 난 그냥 집에서 노는 게 좋은데?’)


우리 부부도 꽤 집돌이, 집순이지만 아들은 그 이상이었던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가서 놀까? 집에서 놀까? 물어보면 백이면 백 집이라고 해왔고 특별히 먼저 나가 놀자고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이 녀석은 진정한 특급 집돌이였던 것이다.


모두 집 집 집 - 안경 써보기, 글자놀이, 온라인 아동부 예배 율동






<집돌이의 활동들>


1. 플레이 도우 삼고초려


집안에 있는 모든 장난감 들을 확인하고 있는 요즘, 갑자기 정말 오랜만에 플레이 도우(찰흙-클레이)를 찾기 시작했다. 지금 남아 있는 것들은 모두 굳었다고. 


바로 근처 동네 마트에 나와 둘이 마실을 나섰다. 마트에 없을 가능성이 높기에 가기 전에 혼자서 기도를 하고 출발했다. 하하. 그런데 없었다. 속상해했다. 다음날 세 가족이 마트로 향했다. 그날은 이스터 휴일 첫 금요일이어서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었다. 우리는 몰랐으니... 아들은 너무 실망이 컸다.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한번 마트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달려가서 색깔들을 확인하고 카트에 담았다. 


집에 돌아와서 그동안 만들고 싶은 모든 것들을 만들며 지내고 있다. 어젠 ‘슬라임’을 만들겠다고 이것저것 섞으면서 사부작사부작 혼자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2. 피아노 솔로 연습


엄마가 가르쳐준 피아노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혼자 뚱땅뚱땅 거려본다. 그냥 내 느낌에 뭔가 좀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는 다시 한동안 잠잠해졌다. 가끔이라도 당길 때 하면 되지 뭐.



3. 쿠키, 감말랭이, 스무디 만들기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 요리해서 음식을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 아들을 위해 파랑이 함께 만들기를 여러 가지 했다. 쿠키도 만들어서 다 같이 먹었고, 감말랭이도 에어프라이로 만들어서 쟁여 두었고, 도깨비방망이(?)를 구매하더니 딸기 바나나 스무디를 만들어 주었다.


나도 매번 얻어먹는 것은 아니고 김밥을 10줄 싸서 하루 식사를 책임지기도 했었다.



4. 정리 대장 납시오


우리가 아들에게 주는 칭찬 스티커가 있는데 우리 기준으로는 너무나도 쉬운 조건이다. (그래도 안 하니까 ㅠㅠ) 식사시간에 주어진 양을 혼자서 맛있게 먹거나 잠들기 전에 방을 정리하는 것이다. 20개를 모으면 원하는 선물을 주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거의 3~4개월째 제자리이다. 하하. 물어보면 갖고 싶은 게 없다고 한다.


그런데 파랑이 집에서 노는 아들이 안쓰러웠는지(이 녀석이 특급 집돌이라는 것이 밝혀지기 전) 몰래 숨겨놓은 옥토넛 장난감을 걸고 정리를 부탁했다! 숨도 안 쉬고 순식간에 정리를 마친 아들에게 선물해 주었더니 정말 춤을 추며 좋아했다. 그리고 며칠 연속으로 매일 밤 정리를 하며 칭찬 스티커를 받아 가고 있다. (처음에는 하루에 여러 번 정리해서 여러 개를 받는다고 해서 설명하는 과정이 있었다.)


플레이 도우를 위한 기도 / 직접 만든 스무디 자랑 / 달력을 보고 치는 피아노



<집돌이의 산책 기록>


매일은 산책을 못 가고(이런 우리 가족도 참 대단하다) 하루 걸러 산책을 가는 것 같다. 마트나 슈퍼 가는 것도 그 김에 다녀온다.


이번에는 파랑 학교로 오랜만에 산책을 다녀왔다. 캥거루 모자를 만났고 우리 같은 가족 단위 산책객들을 볼 수 있었다. 탁 트인 곳에 다녀오니 기분이 좋았다.


주로 가는 산책로가 동네 호수 주변인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경로도 시도해보았다. 아들과 나는 굴렁쇠 어린이집 티셔츠로 맞춰 입고. 하하. 가는 길에 누구의 장난인지 모르겠지만 나무에 묶여 있는 코알라 인형도 보았고 아들이 알려주는 놀이를 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쏟으며 산책을 마쳤다.


나오면 본인도 기분이 좋아서 흥분하지만 아들은 그래도 집이 제일 좋다고 한다.


캥거루 보며 점프 / 잡아본 포즈 / 점프!






<집돌이의 말말말>


1.

엄마랑 아들이 무슨 말을 나누던 중 아들이...


‘엄마 못 들었어?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 그래~’


하하. 파랑 말투를 따라 했다. 우리 모두 말조심하자.



2.

오래간만에 파랑과 내가 서로 오해한 일이 생겨 말이 길어진 밤이 있었다. 듣고 있던 아들이...


‘하아 이제 그만하고 자면 좋겠다’


금방 끝날 거야라고 하고 좀 더 말이 길어졌는데... 나중에 돌아와서 보니 혼자서 쿨쿨 자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다시 설명하며 사과를 했다. 하지만 아들은 기억 못 하는 눈치였다.



3.

아들은 혼자서 잘 놀다가도 바로 근처 시야에 내가 안 보이면 늘 나를 찾는다.


‘아빠? 어디 있어?’


내가 대답을 하면 바로 안심하고 논다. 한 번은 화장실을 간다고 했는데 노는데 집중하느라 못 듣고는 울먹이며 집안을 뒤지며 다닌 적도 있었다. 아직 아기 같은 점이 많이 남아있다.



4.

플레이 도우를 사서 기분이 너무 좋았던 아들, 이제 시동을 걸로 출발하고 있는데..


‘아, 뭔가 편하다 했더니 안전벨트 안 했구나 ㅎ’


뭔가 말투가 점점 어른스러워진다?!



5.

한인마트를 다녀오면 늘 한국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으며 오는데 나랑 파랑은 거의 늘 ‘더위사냥’을 사서 반씩 먹는다. 아들이 이번에 본인이 고른 아이스크림이 별로였는지 엄마 더위사냥을 한입 달라고 해서 맛을 보았다.


‘맛있네 이거~ 다음엔 나도 이거 사야겠다~’


하하. 이건 커피 맛이라 아직 안 됨~


코알라 안아주기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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