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Sep 01. 2020

네 얼굴과 그 표정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면 엄청 무섭단다

어쨌든 방학 끝!

21/Apr/2020


어느새 방학이 끝나고 개학 아닌 개학이 되었다. 3주간의 방학 동안 아들과 집에 더 꼭 붙어 있었더니 더 친해지기도 하고 더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과제를 주로 저녁~밤에 하는 파랑 덕분에 아들과 항상 같이 잠자리를 하는데 요즘엔 잠자리에 즐거운 변화가 생겼다.



1.

우선 잘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에서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지고 침대에 모인다. 아들은 영어책 몇 권, 한글책 몇 권을 가지고 와서 옆에서 혼자서 읽는다. (난 옆에서 내 책을 읽는다) 혹시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라 했지만 본인 수준에 맞는 책 중에서 골라온 것이기에 그럴 일은 별로 없다. (그리고 성격상 몰라도 대충 비슷하게 읽고 넘어갔을 것이다)


옆에서 종알종알 거리며 소리 내서 책들을 읽어나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하고 감동이다. 재밌다고 깔깔, 낄낄대며 웃는 모습도 아주 좋다. 딱 1년 전 한글, 영어 한 글자도 모르던 녀석이 엄마의 사주를 받은 아빠의 끊임없는 약하지만 끈질기게 지속되는 훈련과 유치원&학교의 환경적 자극으로 지금의 책 읽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아이들은 정말 놀라운 존재이다.


2.

그날 하루 자신을 돌보느라 수고하신 아빠에게 잠자기 선물 세트를 선사해 준다. 한번 꼭 안아주고, 잘 자라고 토닥토닥을 몇 번 해주고, 뽀뽀를 (가급적 입술을 피해 볼에다가) 해주고, 양 어깨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조물조물 주물러 준다. 기분 좋으면 이 세트를 여러 번 해주기도 한다. 이러고 나면 정말 기분 좋게 잠들 준비가 된다.


3.

서로 번갈아가면서 기도를 한다. 이제 제법 아들도 기도를 잘한다. 멀리 있는 가족들의 건강과 엄마의 공부와 우리 가족의 건강과 즐거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의 코로나 사태가 나아지기를 매일 밤 함께 기도한다.


4.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어두운 방에서 잘 자라고 인사를 나눈다. 꿈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기도 한다. 어느 날 아침에는 ‘아빠 난 못 만났어 아예 꿈을 안 꾸었어 ㅜ 아빠는 꿈꿨어?’ 하기도 하고, 어느 날 아침에는 ‘아빠랑 꿈에서 바닷속 탐험했어~’ 하기도 한다. 



이렇게 아들과 기분 좋게 매일 잠든다.


계속 그렇게 혼자 읽어주세요 ^_^






실수와 정리, 그리고 예쁜 말


1. 자다가 물에 빠진 아들


아빠와 바닷속 탐험이 너무 굉장했었는지... 어느 날 아침잠이 깬 아들이 바지를 벗어던지고 내게 달려왔다.


‘쉬야는 아니고~ 물에 젖은 것 같아~’


냄새를 맡아보니 완벽한 오줌이다. 하하. 예전에는 그저 자기 몸이 찝찝하고 옷이 젖은 것만 싫어했었는데 이젠 좀 컸다고 아예 실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덕분에 아침부터 이불, 매트리스, 방수 패드 등등 죄다 빨래를 했다. 이제 자기 직전에는 꼭 소변을 보고 자기로 했다.



2. 정리는 너무 어려워


어느덧 정리하던 습관은 사라지고 또다시 혼돈을 맞게 된 그 녀석의 방. 미루고 미루고 하더니 결국 어느 날 꼭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날 아침이 되어도, 점심이 되어도, 저녁이 되어도 할 생각이 없다.


심심하지 말라고 틀어준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누워서 집중만 하고 있다. 결국 잘 시간이 되어 이제 씻고 자자고 하니 무언가 억울했는지 울먹울먹 하며 이 핑계 저 핑계를 댄다. 최대한 톤을 높이지 않고 아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설명해 주고 잘 준비를 시켰다.


침대방으로 엄마가 인사를 나누려고 들어왔는데...

‘아빠한테 혼났어?’

‘몰라~ 속상해’


내가 ‘혼나긴 뭘 혼나~ 얼마나 차분하게 이야기했는데’, 정말 그랬다. 그러나 파랑이... ‘네 얼굴로 그 표정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면 엄청 무섭단다’. 음... 뭐 내가 정색하면 좀 거시기 하긴 하지. 무튼 다음날 아침 아들은 일어나자마자 정리를 마무리했다.



3. 곱고 예쁜 말을 씁시다


생각하는 것이 그래서 그런 건지 쉽게 고운 말이 나오질 않는다. 잔잔하고 아무 일 없는 상황이면 모르겠으나 우리 생활이 그럴 때가 얼마나 있겠는가. 하하. 에너지 넘치는 아들과 있다 보면 강한 표현, 압박, 협박 등에 가까운 말들이 마구 나온다. 이게 하는 상황도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지만 나중에 이 녀석이 그걸 배워서 따라 하게 되는 게 문제다.


예를 들면 밥 먹을 때 그냥 ‘물 좀 따라주세요~’하면 될 것을 ’어, 왜 물이 안 따라져 있어?’, 무언가 내가 발견하고 이야기를 할 때 곱게 부탁을 하기보다는 누가? 왜? 이랬는지 물어보는 말투 때문이다.


여긴 회사도, 조직도 아니니 누가 그랬든, 어떤 이유로 깜빡했든 간에 누군가 서로를 위해 행동하면 되는 것인데 굳이 그렇게 말하는 나다. 가족이니 내가 먼저 행동하고 예쁜 말로 말을 걸면 되는데 참 쉽지 않다. 좀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


초집중 / 무언가 많이 만들어낸다 / 두발이 떠 있는 경우가 많아진다






집콕 이벤트들


1. 만두 만들기


집에서 만든 김치 손만두가 항상 먹고 싶지만 직접 만들 수 있을까 결혼 후 지금까지 고민해오던 파랑이 드디어 일을 벌였다. 결과는 대 성공!!! 정말 맛있다 ㅠㅠ 만들면서 반을 먹었다. 하하. 장기화된 집콕 덕분이니 코로나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 남은 속을 월남쌈 해 먹는 라이 페이퍼로 둘둘 말아서 튀겨 먹으니 전병처럼 아주 맛났다!



2. 가라지 사커


집돌이 아들과 운동을 좀 하기 위해 오랜만에 차고를 아침부터 청소했다. 깔끔해진 차고와 앞쪽 마당을 활용해서 공놀이를 했다. 거의 한 시간을 열심히 놀았더니 그날 하루 종일 피곤했다. 왜 옆집에서 차고를 열어두고 아이들이 그 주변에서 이것저것 하며 노는지 알게 되었다. 어디 가지는 못하니, 차고라도 개방해서 주변에서 뛰놀게 하는 것이다. 차고가 있는 문화라서 가능한 것 같다. 다시 하자고는 안 하는 것을 보니 이 녀석은 천상 집돌이다.



3. 독감 예방 접종 실패


의사 선생님과 화상 진료 후,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갔으나 약이 없어서 실패했다. ㅡㅜ 언제 들어올지도 정확하지 않음. ㅡㅠ



4.2절 작사 작곡


지난번에 ‘파도 소리에’ 노래의 2절이 갑자기 생각난 아들이 추가로 2절 노래를 지었다. 제목도 따로 있다. ‘슬픔도 없앰’ 바로 불러 주었는데 아주 편안한 노래이다. 아기가 재워주던 파도 소리가 멈춰서 놀랐다가 다시 잔다는 내용이다. 난 계속 ‘엄마가 섬 그늘에’에 대한 표절을 의심 중이다. (예쁜 생각 좀!)


김치만두 만들기 / 2절 작사작곡






온라인 개학 - 본격 홈 러닝


본격적인 홈 러닝에 앞서 이런저런 준비를 할까 했는데 뭐 지금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서 그냥 말았다.


- 공부하는 별도 장소를 마련하라고 했으나 1층 전체가 그런 장소였고 (파랑은 2층 공부방에 있음)

- 학교 시간표대로 움직이라 했으나 이미 뭐 그렇게 지내고 있었고

- 교복을 꺼내 입고 학교 가방을 멜까 하다가 아들이랑 그러지는 않기로 했다.


어제는 첫날이어서 이런저런 안내 내용이 정말 많이 이메일로 날아오고 전화도 왔다. 영어가 아니었어도 다소 혼란스러웠을 것 같은데 영어로 모든 것이 전달되니 참 만만치 않더라. 오늘부터 찬찬히 읽어보고 아들과 같이 적응을 해봐야겠다.


어제 살짝 아들에게 홈 러닝 내용을 보여주며 이것저것 혹시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어보니... 웬걸? 모두 읽을 수 있고 알고 있는 것이었다.


‘너 어떻게 알아? 이거 학교에서 한번 배웠나?’


엄청 웃으면서 능청스럽게 하는 말이...


‘나 원래 알지~~'


엄마가 옆에서 하는 말이...


‘네 아빠랑 똑같네~~’


너무 붙어 있었나 보다.


날아다니는 아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바로 만나보세요!



세상에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교보문고 https://bit.ly/3u91eg1 (해외 배송 가능)

예스24 https://bit.ly/3kBYZyT (해외 배송 가능)

알라딘 https://bit.ly/39w8xVt

인터파크 https://bit.ly/2XLYA3T

카톡 선물하기 https://bit.ly/2ZJLF3s (필요한 분이 떠올랐다면 바로 선물해보세요!)

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못 들었어?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 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