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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Sep 03. 2020

여기가 학교냐 집이냐 @.@

이거슨 홈 러닝의 세계

28/Apr/2020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드디어 시작되었다. 바로 '홈 러닝' 말이다. 한 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일단 '집에서 배우기'라는 말이 존재 가능한 단어일까?라는 생각이 내내 떠나지 않았다.)


학교에선 수없이 많은 이메일과 전화가 계속해서 쏟아졌고 (불행하게도 영어다 모두 ㅡㅜ) 모두 다 접속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우리를 한 번에 받아주기에는 버거워 보였다. 월요일 첫날은 정말 뭔가 시도만 해보다가 하루가 다 지나갔다. @.@


그래도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우리도 학교도 그리고 아이들도 모두 조금씩 적응해 나갔다.




1.

화요일 오전 학교에서 제공하는 홈 러닝 자료와 아들과 같은 외국인 학생을 위한 영어 자료를 받으러 갔다.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이었는데 뒷자리에 아들을 태우고 갔다.


반갑게도 부담임 선생님을 만나서 인사를 나눴는데, 갑자기 당황한 아들은 제대로 인사를 못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랬다고 한다. ^^;;


학교 옆에 붙어있는 유치원에서 원장 선생님께서 우리 빨간 차를 알아보시고는 멀리서 내게 인사해주셨다. 아들에게 ‘아들~ 유치원 말리사 선생님께 인사하고 갈까?’ 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전에는 그렇게 따르더니 이젠 좀 컸다고 그러는 건가?  아님 아침 부담임 선생님과의 갑작스러운 만남의 여파가 있는 걸까?



2.

그렇게 받아온 자료들과 학교에서 보내온 이메일을 들여다보면서 고민을 시작했다. 하나씩 아들에게 보여주며 이렇게 해보자고, 저렇게 해보자고 했다. 아들은 생각보다 훨씬 훨씬 잘 따라주었다.


중간중간 쉬어가며, 학교에서 보는 영상들도 함께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아들은 무언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내게 보여주고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해서 하루가 금방 갔다.


본격적인 첫날을 보내고 나니 ‘음 그래도 할만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실하고 열심인 학생 덕분이었다.



3.

아들이 홈 러닝을 하면서 우리 부부에게 하는 행동이 하나 생겼는데 (매우 웃프다 ㅡㅜ) 무언가 같이 보면서 자기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주고 싶을 때 우리의 머리를 고정시켜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두지 못하게 한다 ^^;; (평소에 무언가 우리가 다른 것을 하면서 대화하면서 자신의 말을 놓친 것이 서운했나 보다 ㅡㅜ)


내게는 ‘아빠 끝까지 봐봐’하면서 귀를 잡거나 고개를 잡고 화면에 고정시킨다. 하하.

엄마에게는 ‘엄마 꼭 이거 봐봐’하면서 엄마의 묶은 뒷머리채를 잡고 고정시킨다. 하하.


미안하다. 엄마 아빠가 ㅡㅜ 앞으로 집중 더 잘할게!



4.

오전에는 선생님, 학생이 다 같이 모여서 비디오와 마이크로 서로의 얼굴과 목소리를 주고받을 수 있는 합동 세션이 있다. 우리도 어렵게 목요일 오전에 참여하는 데 성공했다! 사전에 아이들이 서로 나누고 싶은 사진을 보내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아들은 작년 생일 사진을 보냈다)


우리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옆에 있는 작은 채팅창이 너무 웃겼다. 모두 온라인 학습에 서투르다 보니, 참여하는 것 자체가 모두에겐 큰 과제였다.


(학부모 1) ‘와~ 우리 드디어 들어왔어~’

(학부모 2) ‘ㅜㅜ 우리가 해냈다!!’


라며 감격을 표하며 합동 세션에 들어온 기쁨을 표하는 엄마, 아빠들이 많았다. 하하.


준영이 차례가 되어 수줍지만 본인이 직접 알아듣고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좀 많이 놀랐다. 아들 정말 잘하고 있구나!



5.

금요일에는 반가운 담인 선생님 전화가 왔다. 아들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안부를 서로 나누고, 아들이 홈 러닝 하는 사진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통화를 마치고 아들에게 이야기하니, 갑자기 선생님을 위한 그림을 그리러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잠시 후 이 멋진 ‘바나나 그림’을 그려서 포즈를 취했다. 짜식 선생님이 많이 좋나 보구나.



다사다난했던 온라인 개학 첫 주를 무사히 잘 보냈다! 수고한 아들 학생, 아빠 선생 모두 최고였다!


홈 러닝 집중 중 / 선생님을 위한 바나나 그림






아들의 표현들


아무리 편하고 쉽고 놀면서 배우는 과정이라고 해도 그냥 집에서 놀던 시기와는 분명히 다르게 무언가 생각하고 서로 표현을 하는 시간을 가지다 보니 새로운 아들의 변화를 포착할 수 있었다.


바로 무언가 ‘생각하고 설명하려고 할 때’의 표정과 그 표현이다.


엄마 아빠가 자신의 생각과 말을 못 알아들으면 한 번 더 고민하면서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그 순간이 참 귀엽다. (아마 아들은 많이 답답할 것이지만 ^^;;;)



1.

내가 설명하던 중, 갑자기 서러움이 올라온 아들


‘나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속상해, 예전에는 내가 계속 많이 참았는데 이번에는 말하고 싶었는데 못했어, 내가 아빠한테 많이 참았어’ 


내 딴에는 내가 하는 설명이 다 끝나면 들을 참이었는데 이번에는 바로 이야기하고 싶었나 보다. ㅡㅜ 말을 안 해서 몰랐다고 사과하고 다음부턴 참지 말고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뭐가 많이 억울했었나 보다. 충분히 안 참고 다 할거 말할 거 하는 것 같았는데... @.@ 



2.

홈 러닝 중, 색깔을 알려주는 재미난 영상이 있었다. 여러 우주의 행성을 탐험하며 각각의 색깔들을 배우는 영상이었는데 재미를 위해 우주 동물, 괴물들이 등장했다. 2번을 보고 나서는 아들이...


‘그럼 정말 우주에 다른 동물이 있는 건가?’

아주 당연하게 난 ‘그렇다’고 해주었다.

'정말? 그냥 재미있으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하. 표현 좋네. 진실은 나도 몰랑~



3.

정말 오랜만에 자전거 산책을 나섰다. 신나게 타고 가다가 갑자기 슬픈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예쁜 나비가 죽어있어서 슬퍼 ㅡㅜ’

‘그래 생명은 소중한 거야, 그러니까 개미도 죽이지 말자’

‘예쁜 것만 슬픈데?’

‘예쁘지 않은 것도 다 소중한 생명이야, 그럼 아빠도 예뻐?’

‘응’ (-_-;; 이 패턴이 아닌데)

‘그래 예쁜 것도 서로 느끼는 게 다른 거니까... 아무튼 모든 생명은 소중한 거야’


하며 급 마무리했다. 하하.


자전거 산책 / 경찰과 소방관





일상 이모저모


어느 날 밥을 잘 먹었나, 아니면 방을 치웠나 해서 상으로 ‘젤리 만들기’를 했다. 그날 저녁에 바로 다 먹더니 다시 사다가 또 만들어 먹었다. 재밌고 신나나 보다.


매일 밤 잠자기 전 책 읽기를 열심히 하더니 ‘책 읽기 스티커’를 모아서 사고 싶은 공룡 스티커 액티비티 북을 샀다. 혼자서 읽고 신나게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니 정말 많이 컸더라.


이번 주는 꽤 규칙적으로 산책을 자주 나갔다. 홈 러닝을 마치고 나면 저녁 먹기 전에 다 같이 산책을 다녀왔다. 한 번씩 맞이하는 햇빛이 참 좋다.


정말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오코노미야키’를 파랑이 해주었다! 대박 사건! 너무 맛있었다. 신나서 잘 먹지도 못하는 맥주를 한 병 혼자 다 먹고 만취해서 혼자 먼저 잠들었다.


젤리 만들기 / 짠! / 홈메이드 오코노미야키




시작된 2주 차 홈 러닝


지난주의 경험 덕분인지 어제 월요일 첫날은 아들과 내가 쿵작이 잘 맞았다. 지난주에 보낸 아들의 바나나 그림 선물에 대한 답장도 받았다. ^_^


이곳 호주도 아주 조금이지만 집콕 생활에 대한 규제가 조금 풀린다고 한다. (원래 한집에 살던) 가족 단위로의 야외 피크닉은 가능해진다고 한다. 그래도 좀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이번 주에 있는 ‘해적 의상’에 대한 준비로 어제 파랑과 아들이 훌륭하게 마친 상태다. 살짝 엿보면서 이번 주를 즐겁게 지내보자~!


직접 만들어 변신한 꼬마 해적 / 얍얍!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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