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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Sep 05. 2020

두 학생 모두 학교 갈 때가 되었다

이젠 충분히 충분한 코로나 집콕 생활

05/May/2020


우리 집엔 2명의 학생이 있다. 한 명은 호주 나이 5살(한국 나이 7살)로 PREP*을 다니는 아들 녀석이고 다른 한 명은 나와 동갑(30대 어디쯤)인 늦깎이 대학생 파랑(와이프)이다


*PREP 이란? : 우리나라에 0학년(한국 나이 7세)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학교에 먼저 가서 실제 과정을 준비하는 기간. PREP전용 교복을 입고 선생님과 친구들과 1년을 보내며 본격적인 학교 생활을 체험하고 준비한다.


코로나로 집콕 생활이 거의 2달 가까이 계속되면서 세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과 그 밀도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당연히 이렇게 붙어 있는 순간이 여기 호주에 와서도 늘 부족했기에 좋은 면이 많다. 이를테면 아들이 엄마 아빠 모두와 놀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든지, 파랑이 맛난 음식을 자주 해준다든지 등등 셀 수 없다


하지만... 역시 오래 붙어 있으면 가족이라도, 가족이라서? 서로 별것 아닌 일에 서운하고 마음에 상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난다. 지난주에도 정말 손톱만도 못한 일로 내 마음이 서운함에 무너져서 하루를 푹 쉰 날이 하루 있었다.


아들 녀석도 아무래도 또래 친구들과 놀지 못하지 에너지가 늘 남아 흥분이 주체가 안 되는 경우가 생기고 파랑도 학교에서 동기들과 의견을 나누고, 큰 모니터로 자료도 보면서 공부하는 게 집보다는 나은 게 사실이다.


모두가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듯이 우리 집 두 학생도 그리워하는 그곳,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시기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 (너무 두 학생을 밖으로 내몰려는 생각에 쓰인 것이 아님을 밝힌다 - 충분히 지금도 좋다)


집중하는 찰나의 순간들 (다른 순간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일취월장 홈 러닝


1.

다시 시작된 새로운 2주(3~4주 차)를 위한 홈 러닝 자료를 학교에 가서 받아왔다. 자료를 주신 담당 선생님과 더 이상의 홈 러닝 자료가 없기를 바란다고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아들도 학교가 그립다고 인사하고 돌아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옆에 붙어 있는 ‘유치원’에 그렇게 따르던 선생님께 인사하러 가자니 뭐가 그렇게 쑥스러운지 거부한다 ^^;;;)



2.

아들과 이런저런 자료를 공부하다 보면 가끔 조금 길고 어려운 영어 단어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냥 여러 번 보다 보면 익숙하겠지 하고 알려주고 있다. 어느 날은 본인이 답답했는지, 그 영어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적어보더니 그렇게 익히기 시작했다. 다행히 귀가 말랑말랑한 지라, 소리 나는 대로 기가 막히게 적어서 발음이 원어민과 유사하다. 그리고는 다음번에는 그렇게 소리 나는 대로 기억해서는 뱉어낸다. 대단한데?



3.

한글 놀이도 하루에 20~30분 정도는 빼먹지 않고 하고 있다. 이제 받아쓰기 학습 중인데 어젠 좀 자연스러운 번역이 이루어져서 놀랐다.


(나) '아빠는 바빠요.라고 써보세요~’

(아들) ‘대디스 비지’

(나) '@.@ 잉??’


한글로 받아쓰기를 하면서, 내가 해준 말을 영어로 바꿔서 말한 것이다. 참, 어릴 적에 배우면 2가지 언어가 충분히 가능하다더니 대단하구나.



4.

학교에서 준 ‘해적 코스프레 미션’을 잘 완료하고 그대로 차려입고 산책을 갔다. 지도를 보면서 가끔 나타나는 바다 괴물도 처치하며 다니는 놀이가 계속되었다. 이름하여 ‘해적 선장 산책 놀이’ 이 놀이가 1시간 넘게 계속되자 지친 우리 부부는 해적 선장의 장비를 압수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5.

교장선생님이 Term 2 숙제로 주신 미션을 완료했다. 집으로 들어오는 진입로나, 야외 등에 친절한 메시지를 분필로 적어서 인증해달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안전 등을 생각해서 집 마당에 하기로 했다. 난 스펠링 체크만 해주고 숙제는 우리 홍카소가 알아서 쭉쭉해 나갔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매우 감동이었다. ‘그래, 어른들만 마음을 착하게 먹으면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무섭다 무서워
진지한 작품 활동 중






그 외의 활동들


1.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들은 호시탐탐 엄마의 고급 장비를 탐낸다. 난 있는 줄도 잘 모르는 것들을 가끔 쓰고 싶다고 요청한다. 이번에도 엄마의 물감을 쓰고 싶다고 해서 엄마가 허락해 주었는데 결국 물 조절 실패로 카펫에 물이 쏟아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제는 아가일 때와 다르게 본인이 최대한 수습을 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그래도 안되면 에스오에스를 부르는데... 하하. 결국엔 나중에 엄마를 불렀고, 따끔한 가르침을 받고는 잘 수습했다고 한다. 이래도 저래도 정말 그리기가 좋은가 보다.



2.

요리에도 관심이 많다. 파랑과 쿠키를 만들었는데, 본인 스타일로 ‘애벌레 쿠키’를 만들어서 구웠다고 한다. 그런데 꺼내는 과정에 부수어져서 파랑이 사과를 했다. 


그런데 엄청 서운했는지 한참을 꽁해 있다가 갑자기 자기 방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한참이 지나도 안 와서 뭐하나 가보니... ‘아홉 살 마음 사전’이라는 감정들을 하나씩 소개해 놓은 책을 보고 있었다. 그 책을 읽으며 본인의 마음을 찾고 있었다. @.@


잠시 후 엄마에게 가서는 ‘슬퍼’라는 페이지를 보여주었다. 이해한 엄마가 다시 한번 사과를 했고, 그러자 다시 엄마에게 ‘미안하다’라는 감정의 페이지를 보여주었다.


적당히 해라 이 녀석아 ㅋㅋ



3.

아침엔 내가 먼저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씻은 뒤 아침을 아들과 함께 먹는다. 어느 날은 내가 씻고 내려오니 아침이 차려져 있었다! 파랑은 숙면 중인데 누가?? 아들이 배가 고팠는지, 시리얼과 견과류를 우유에 말아놓았다. 내가 해주던 방식 그대로다. 참 새삼 엄마 아빠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쏙쏙 아이에게 들어가는지 확인했다. 고맙고 맛나게 잘 먹었다 아들!






어젠 노동절이었다. 그러던 중 지금 현재 있는 퀸즐랜드 주에서 발표한 ‘고 백 스쿨 플랜’을 접했다. 다음 주부터  단계적으로 학교에 학생을 보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대로라면 아들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학교에 갈 수 있다. 


다니는 학교의 공식 입장을 전해 들어봐야겠지만. 이 정도의 희망적인 소식만으로도 상황이 많이 나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 (물론 아직도 시기상조라는 여론도 많다)


지금 이곳에 와있는 모든 것이 우리의 예상대로 된 것이 없었기에 앞으로의 어떤 순간도 늘 감사하며 즐겁게 지낼 것이다.


쿠키 만들기 / 속상한 마음에 '마음 사전' 책 살피기 / 계란 껍질 까기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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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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