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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Sep 07. 2020

모두가 더 행복하다

드디어 다시 개학

13/May/2020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학교 갈 준비가 시작되었다. 학교에서도 바뀐 등하교 방식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 공지가 날아왔고 우리도 쌀쌀해진 날씨를 대비해서 긴 교복을 준비했다. 3주간의 아빠 선생님과 즐거운(?) 홈러닝을 종료하면서 자축도 했다. 깜짝 선물로 동네 마트 갈 때마가 사고 싶어 했던 ‘자동차 뽑기’ 장난감을 하나 사주었더니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좋아했다.


(나) ‘아들~ 아빠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잘 따라주고 잘해줘서 많이 놀랐어! 고마워!’

(아들) ‘얼마라고 생각했었는데?’

(나) ‘음… 정말 이 정도 코딱지만큼?’

(아들) ‘그런데 내가 이~~~ 만큼 했어?’

(나) ‘응응, 정말 대단해!’ (사실 나도 내 밑에서는 공부나 일은 안 하고 싶거든)’


이 부분이 파랑이 제일 대단하다고 하는 부분이다. (그래 인정한다)




드디어 이번 주 월요일 아침! 완전히 바뀐 등교 방식으로 아침에는 아들이 교문에서부터 엄마 아빠와 헤어져야 했다. 아직 아들에겐 많이 커다란 가방을 둘러메고 마중 나와 계신 선생님을 따라 들어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리고 멋있었고, 대단했고, 한편으로 찡하고 짠했다. 뒤도 안 돌아보고 끝까지 간 아들이 놀라웠다.


첫날 하교 때도 새로운 하교 방식으로 부모들은 교문 밖에서 대기하다가, 문이 열리면 각자의 반으로 정해진 루트를 따라서 사회적 거리를 지키며 한 명씩 줄을 서서 가야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나를 알아보신 선생님이 아들을 보내주었다. 나를 보고 생기 있는 표정을 지으며 달려와준 아들을 두 팔로 안아 보았다.


(나) ‘잘했어 아들! 잘 지냈어? 친구들도 많이 왔고?’

(아들) ‘응, 몇 명 빼놓고 다 왔어~’ (그 몇 명이 아들이 주로 노는 친구들이어서 좀 아쉬웠다 ㅠ)




이 날도 첫 학교 다녀온 기념으로 깜짝 선물을 주었다. 원랜 ‘킨더 조이’를 사주려고 했는데, 엊그제 받은 ‘자동차 뽑기’가 너무 좋았는지 한 번 더 원했다. 어쩐 일인지 점심도 다 먹고 왔고! (역시 학교를 가야 밥맛도 있구나!) 학교에서 알아들은 이야기를 이것저것 해주었다.


(아들) ‘이제 플레이그라운드는 금요일에만 놀 수 있데.’

(아들) ‘가방 챙길 때, 선생님들이 모자 챙기는 것을 깜빡했어.’

(아들) ‘엄마가 물어본 긴 양말 신은 친구는 애는 아니고 담임 선생님이었어.’  (혹시 추울까 봐 친구들 중에 길게 올라오는 양말 신은 친구 있는지 보고 오라고 했었다)


이런저런 아들의 이야기에 난 세뇌시킬 목적으로 한 마디 더 붙였다.


(나) ‘아빠랑 홈 러닝을 열심히 해서 더 잘아 듣는 것 같지 않아?’

(아들) ‘음…(한참 생각하더니 @.@) 응! 그런 것 같아!’ (요즘엔 일단 대답을 잘하고 보자는 생존 본능이 생겼다)




그렇게 어제 둘째 날도 씩씩하게 등교했고, 즐겁게 하교했다. 아들이 학교에 다시 나가게 되니 마음이 많이 놓였다. 다행히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해서 더 그랬다.


그리고! 예전에는 정말 몰랐었는데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들이 학교가 있는 이 몇 시간이 온전히 내 시간이 되는 것이 아주 큰 기쁨과 행복이었다. 아들 방학 때는 상관없었는데, 홈러닝 3주간 꼼짝없이 붙어 있다 보니 좀 지쳤었나 보다. 아들은 아마 더 힘들었겠지만 ^^;;


가족이라도 적당한 자신만의 시간과 영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들과의 홈러닝 기간과 개학을 겪으면서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다시 지금은 모두가 더 행복해졌다.


집 앞에서 점프 / 등교 직전 / 혼자서 등교






아들의 활동들


1. 마더스 데이 선물


5월 10일 주일이 마더스 데이(어머니의 날)이었다. 이를 맞이하여 아들이 솜씨를 좀 보였다. 사랑스러운 곰인형도 그리고, 접이식 하트 가득 카드도 만들고, 최근 들어 본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무언가’를 그렸다. 아빠라는 존재가 빠지니 제대로 집중하는 모습! 역시 엄마는 이길 수 없다.



2. 선물 공세 


아들은 기분이 좋거나, 그렇지 않아도 엄마 아빠에게 늘 소중한 선물을 준다. 요즘엔 예쁘게 포장해서 주는 재미를 붙였는데 그 내용물은 대부분 자기 장난감이거나 자기가 그린 그림이다. 받을 때는 좋은데, 보관이 문제다. 그리고 나중에 자기가 찾을 때 없으면 서로 찾느라 곤란해진다. 선물 주는 마음이 예뻐서 뭐라고도 못하고 곤란하다.



3. 요가 홍선생


내가 지난주에 독감 예방 접종을 맞은 날이 있었다. 생각보다 독한 약에 취해 해롱거린 날이었다. 밤에 좀 일찍 누워 자려는데 아들이 요가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요가를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해진다나... 자고 싶은 것을 참고 요가 홍선생에게 3가지 동작을 배웠다. 다행히 길지 않았다. 이런 건 어디서 배워오는 것일까? 아니 배워도 이렇게 남에게 가르쳐주는 마음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덕분에 잘 자고 다음날 바로 회복했다!



4. 글자 창조자


매일 한글 받아쓰기를 조금씩 하고 있다. 최근에 ‘에, 애, 예, 얘’를 구분하는 것을 배웠는데 그때 배운 게 나름 신선했나 보다. (소리는 비슷한데 입모양과, 글자가 다른 것이) 어느 날 요상한 글자 같은 것을 그려와서는 읽어보라고 했다. 설명을 부탁하니, 이러저러해서 이런저런 소리가 난다고 한다. 아예 자기가 글자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글자는 다른 사람과의 약속이라고 장황하게 설명하려다가 아들이 만든 글자 멋지다고 하고 일단 마무리했다. 나중에 분명히 다시 물어볼 텐데 발음도 불가능하고 쓰는 것도 불가능한데 큰일이다.


마더스 데이 그림 선물과 마술 편지
인상적인 그림 선물 / 요가 홍선생 / 창조한 글자들





아들의 말말말


1.

아들과의 글자 놀이(한글, 영어, 산수)는 주일에는 하지 않고 푹 쉰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1시간 정도만 한다. (집중만 하면 30분에도 가능한 분량이지만...) 지난 토요일에는 3주간의 홈러닝이 종료되어 풀려버린 긴장감으로 아들이 매우 집중을 하지 못했다. 결국 내가 폭발해서 오늘은 하지 말자고 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2층으로 올라간 아들에게 엄마가 찾아가서 물으니...


(파랑) ‘아들~ 아빠랑 조금만 해보고 놀면 어떨까?'

(아들)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음... 오늘이 마지막이라서 고민 중이야’

(파랑) ‘한글 놀이는 마지막 아닌데? 홈 러닝만 어제 끝난 거야~’

(아들)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응??’


결국 내려와서 서로 화해하고 마무리했다. 



2.

(나) ‘아들~ 요즘엔 이거(뭔가 중요하게 해야 하는 것) 안 하는 거 같은데?’

(아들) ‘(아주 당당하게) 까먹었지~’


음... 뭐지 이 녀석?



3.

양치질을 할 때 마무리는 아빠나 엄마가 해준다. 꼼꼼하게 해주려다 보니 좀 세게 하게 되는데 몇 번 살살해달라는 아들의 요청을 반영하여 힘을 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들) ‘아빠, 내 말 들었어?’

(나) ‘응? 무슨 말?'

(아들) ‘안 들었네~  양치할 때 세게 하잖아~’


듣고 살살한 거라니까...



4.

냉장고가 가득 차서 뭐가 들어있나 좀 보다가...

(나) ‘날씨가 추워서 이제 아이스크림들 너네 안 먹는구나?’


멀리서 티브이를 보고 있던 아들이...

(아들) ‘버리지 마~~~’


필요 없어 보이면 일단 버리는 아빠가 자기 아이스크림을 버릴까 봐 걱정되었다고 한다.






오늘도 즐겁게 학교 다녀오자! 

오늘은 파랑도 시험 보러 학교 가는 날!!

헤어졌다 만나야지 더 좋은 거니까. 하하. 

(모두 농담이며 난 가족을 사랑한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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