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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Sep 09. 2020

달님, 제발 사라져 주세요

스타 스튜던트 & 액티브 러너

19/May/2020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원래 2주마다 전체 모임 (Assembly)가 있었다. (지금은 코로나로 안 함) 그때마다 학교에서 중요시하는 포인트에 걸맞은 학생을 지정하여 상(Award)을 주고 망토를 수여한다. 그러면 그 학생은 자랑스럽게 망토를 입고 한동안 학교를 다니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그리고 이번에 그 영광을 아들이 받아왔다 @.@!!


지난주 수요일 하교 시, 멀찍이 떨어져 선생님과 인사하며 아들을 픽업하는데 무언가 손에 들고 나오는 아들을 보았다. 바로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준이 스타 스튜던트가 되었어~ 자랑스러워해도 돼~’ 그리고 바로 달려온 아들 손에 쥔 것을 보니 다름 아닌 상장이었다. 사실 그날 오전에 이런저런 생각들로 좀 센티해져 있었는데 갑자기 맞이한 이 순간에 감정이 탁하고 차올랐다. 괜히 막 눈물이 났다.


말도 안 통하는 이곳에서 유치원부터, 지금 학교까지 제일 답답한 친구가 우리 중에 아들이었을 텐데 이렇게 배움에 있어서 항상 시도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문구를 보니 더욱 그랬다. 대단한 아들을 돌아오는 길에 마구 칭찬해 줬다. 의외로 많이 표현하지 않았지만 내심 아들도 기쁘고 행복한 눈치였다. 평소엔 2명을 주기도 하는데 오늘은 자기 혼자 받았다며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뭐 굳이 말하면 결국 모두가 돌아가며 받는 상인데 이 시기 어린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작지만 확실한 칭찬들이 아닐까 싶다. 그 칭찬은 우리 아들에게도, 그리고 엄마 아빠인 우리에게도 제대로 행복한 기운을 전달해 주었다.


오랜만에 가는 학교라서 초기 적응을 걱정했었으나 이런 상도 받아오는 것을 보니 모든 것이 늘 그렇듯이 우리만의 기우였구나 싶다. 이제 아침에 게이트에서 혼자서 가방을 메고 들어가는 것도 아주 잘한다. 지난 금요일에는 같은 반 친구를 만나서 선생님 없이 걸어가기도 했다. (정확히는 그 친구를 뒤에서 따라갔지만 ^^;;)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짧은 거리를 스스로 걸어서 반으로 찾아간 것에 대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이렇게 조금씩이지만 확실히 자라고 있는 것을 아이도 부모도 느끼게 해주는 학교에 감사하다.


신난 스타 스튜던트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1. 홈 러닝의 효과


아빠와 함께한 홈 러닝의 효과가 있었다. 과학 시간 아빠랑 같이 배웠던 소재들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플라스틱, 유리, 나무 등등) 그래서 자신 있게 손들고 열심히 대답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중에 좀 길어서 열심히 따로 공부했다던 단어를 계속 선생님이 못 알아들어서 속상해하기도 했다고 ^^;;; 



2. 아빠의 실수


아침 과일 타임, 간식 시간, 점심시간 이렇게 3번의 먹는 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싸준다. (3번이라고 뭐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다 ㅎ 그냥 하나로 싸준 것을 나눠 먹는다 ㅎ) 알레르기가 많은 서양인들이 있기 때문에 도시락에 싸가면 안 되는 품목들이 있다. (날계란, 견과류 등)


어제 하교할 때 아들에게 밥 맛있게 먹었어라고 물으니...


(아들) ‘아빠~ 오늘 도시락에 스트로베리 싸줬지?’

(나) ‘응~ 딸기가 맛있길래~ 맛있었지?’

(아들) ‘스트로베리는 싸주면 안 되잖아, 그래서 내가 하나 먹고 바로 닫아서 넣었어!’


아 맞다... 아들 클래스(또는 바로 옆반)에 딸기 알레르기 있는 친구가 있다고 했었다. 아침에 아무 생각 없이 생딸기를 싸주었던 것이다. ㅜㅜ 와 대단한 아들! 오늘 길에 사과와 칭찬을 엄청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집에 아서 아들은 도시락에 싸주면 안 되는 것들을 그려서 내게 주었다. 냉장고에 붙여놓고 항상 보라고. 하하.



3. 달아 달아 밝은 달아


학교에서 무언가 그리고 만드는 시간이 종종 있나 보다. 벌써부터 엄마 생일 그림편지를 예쁘게 그리고 써서 가져오기도 했고, 달에게 쓰는 편지를 써와서는 밤이 오지 않게 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잠자지 않고 계속 놀 수 있게 ^^;;)


To Moon, Moon, Can you please go away?


아침에 편지 보냈냐고 확인해서 이래저래 둘러댔는데... ‘안 보냈다는 말이네~’라고 했다. 하하



4. 머릿결 인기쟁이


처음으로 엄마가 머리를 다듬어 주었다. 머리를 기르고 싶다고 해서 기르는 중인데 옆머리랑, 앞머리가 길어서 직접 주방 가위로 다듬어 주었다. 


어느 날은 집에 와서 학교에 있었던 일을 전해주었는데 어떤 여자 친구가 자기 머리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고 한다. 자기가 들어보니 부드러워서 좋다고 했다고 한 것 같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하교 시간에 뒤에 앉아있던 여자 친구 2명이 아들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클래스 레터에 첨부된 사진들도 보니 어쩐 일인지 여자 친구들 사이에 있는 아들 사진이 유독 많았다.


음... 어떻게 지내는 걸까 아들?



달에게 보내는 편지 / 등산 가는 거 아님






집에서 아빠 엄마랑


1.

학교에 돌아갔지만 집에서 하는 홈 러닝은 그 기능과 양을 축소하여 나와 함께 하고 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집중을 잘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힘겨워했던 아들에게 들어보니 학교에서 집중을 하느라 힘이 모자란다고 했다. 일리가 있는 듯하여 서로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그 양을 대폭 줄이고, 시간 한계를 정했다. 그 효과는 아주 좋았고, 즐겁게 해나가고 있다! 뭐든 조금씩 알맞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정도가 좋은 것 같다.



2.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영어 소설책에서 아빠와 아들이 함께 사는 이야기가 나온다. 매일 밤 아빠가 해주는 옛날이야기를 매일 기다리는 주인공을 보고는 영감을 얻었다! 어느 날 잠자기 전 무엇 때문인지 삐진 아들에게 최근에 읽은 책 내용으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적절하게 궁금해질 타이밍에 이야기를 마치고 다음날을 기약했다. 무척 효과가 좋았다. 다음날 아침부터 그날 밤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아들을 볼 수 있었다. 아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 준 로알드 달(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수많은 기가 막힌 이야기의 저자) 감사합니다!



3.

정말 오랜만에 우리가 좋아하는 토요일 시장에 장을 볼 겸 나들이를 갔다. 오래간만에 아침 외식도 하고 필요한 야채와 과일도 양질의 제품을 구해왔다. 주변 호수도 걸으며 산책도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예전의 당연했던 것들이 이렇게도 소중하고 감사하게 다가왔다. 이 야채들을 이용해 파랑이 솜씨를 발휘했다. 깍두기부터 파김치, 고추 간장 절임, 생강편 등등 자고 일어나니 엄청난 것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파랑 넌 정말 대단해!


따뜻한 햇빛이 좋은 친구






아들과 자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한국에서 아빠 회사 다닐 때 기억나냐고, 그때처럼 아침 일찍 비몽사몽으로 인사하고 밤에 잠깐 보게 되면 어떻겠냐고 물으니 굉장히 놀라며 싫다고 했다. 아빠도 그렇다며, 너와 지금처럼 더 지내고 싶어서 회사를 더 쉬기로 했다고 하자 많이 좋아해 줬다.


처음 육아휴직을 사용할 때에는 나름 용기 있는 결정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좀 덤덤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굉장한 결정이나 결과도 그것으로 끝나는 것은 우리 인생에 없는 것 같다. 모든 결정은 과정이다. 작은 결정들이 모여서 또 다른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번의 결정이 어떤 과정을 겪을지 많이 기대가 된다.


날 보고 웃는 것은 아님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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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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