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Sep 11. 2020

아빠와 엄마의 영향과 무게

아들의 세상에 존재하는 2개의 큰 축

26/May/2020


아직 어린아이(만 5세)인 아들의 세상에는 2개의 큰 축이 존재한다. 바로 ‘아빠’와 ‘엄마’다.


한 아이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은 꽤나 무거운 부담이며 그 절대적인 영향력에 대한 책임감도 아주 크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점점 자신만의 세상이 생기겠지만 한동안은 부모가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은 정말 굉장하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이것을 언제나 인지해야 하고 조심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보람을 느껴야 한다. 그냥 알아서 크겠지, 누가 키워주겠지라고 하면 결국 그 안일한 태도 자체를 아이가 닮는다.


나도 처음에는 잘 몰랐다. 그런데 점점 우리 부부가 해왔던 태도와 행동, 그리고 말투를 닮아 가는 아들을 보면서 흠칫 흠칫 놀라고 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니 앞으로 좀 더 신경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늘 든다. (하지만 행동으로의 연결은 평생 숙제다)






며칠 전 아들이 갑자기 내 얼굴을 그려주었다. 아빠에게 주는 상이라고 한다. 상을 주는 이유를 물어보며 대화를 해보니 깜짝 놀랐다.


(아들) ‘아빠가 집안일을 너무 잘해서 주는 거야~ 아빠가 회사에서 하는 것처럼 잘하는 것 같아, 쉬는 시간도 조금밖에 없잖아.’

(나) ‘하하. 고마워~ 그런데 아빠가 회사에 잘하지 못하는지 어떻게 알아?

(아들) ‘왜냐하면~ 회사 다닐 때 돈을 많이 벌어와서 지금은 일 안 해도 호주에서 잘 살고 있으니까~’


우리가 호주에 오게 된 배경이랑 지금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여러 번 반복해서 설명을 해주었었다. 10년간 엄마 아빠가 열심히 일했고, 그때 벌어둔 돈으로 호주에서 편안하고 즐거운 생활하고 있는 거라고. 혹시나 해서 앞으로 계속 이럴 수는 없을 거야라고 알려주었다. ^^;; 우리가 하는 말이 이렇게 아이에게는 처음 접하는 지식이자 진리로 다가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나저나 2장을 그려주었는데 나 어릴 적과 지금 모습이라고 한다. 파랑은 너무 똑같다고 했는데 나는 조금 슬프다.




아들은 무언가 선물하고 나누는 행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나는 그것이 와이프, 파랑을 닮았다고 확신한다. 코로나로 모두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주변 한인 청년들에게 깍두기를 담가서 나누었다. 벌써 2번째이다. 나는 저렇게 절대 못한다. 시작하기도 전에 수많은 것을 계산을 해버려서 도저히 시작을 못할 것이다. 하지만 파랑은 나를 만나기 전부터 그래 왔고 지금도 그렇다. 아마 파랑의 어머니를 보고 배웠고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들도 그런 엄마를 많이 닮아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하굣길에 엄마 주겠다고 노란 꽃과 세 잎 클로버를 가지고 열심히 골라서 가지고 왔다. 그리고 엄마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그림 편지를 문에 붙여두고, 꽃과 잎을 물에 담가놓았다. 내 기준으로 보면 절대 생각지도 않을 행동이며 누가 시켜도 하지 못할 일이다.


지금은 그 대상이 아직은 세상의 전부인 아빠와 엄마지만 점점 그 나눔의 대상이 아들의 세상이 커지는 만큼 같이 커질 것으로 믿는다.


내 어릴적과 지금 모습 / 기대하게 만드는 선물 예고 그림 카드






파랑의 생일


지난주 금요일은 파랑의 생일이었다. 마침 그날 2학기 마지막 과제 제출 일이기도 했다. 그날 며칠 전부터 아들은 파티를 할 생각에 신나 있었다.


하굣길에 세 가족이 만나서 엄마 케이크와 꽃 선물을 사러 갔다. 집에서 촛불도 켜고, 아들 생일 선물 증정식도 하며 1차 파티를 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저녁 외식도 했다. 가끔 가는 한인 중국집에 가서 짬뽕, 탕수육을 맛나게 먹고 왔다. 처음엔 한국 식당 기준에 좀 못 미치는 것 같아서 실망감이 있기도 했는데 뭐 지금은 코로나 덕분인지 이렇게 먹을 수만 있어도 감사하다.


이제 우리 가족 3명의 생일을 이곳 호주에서 보냈다. 1년을 지냈다는 말이다. 1년 동안 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줘서 고마워!


파랑의 생일 - 꽃 아들 그림






이런저런 에피소드


1. 눈 감으면 보인다는 녀석들


갑자기 아들이 요즘 눈을 감으면 상어, 문어, 오징어가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눈을 감으면 무섭다고 한다. 처음에는 장난인가 싶다가 좀 진지한 것 같아서 믿고 있는 중이다. 어릴 적엔 상상력이 넘치면 그럴 수도 있다고 하니까.


그런데 씻기는 중에 눈을 감을 수 없다고 하니 씻길 수가 없다 -_-;;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비누 칠, 물 칠을 하겠다고 하니 당황스럽다. 결국 이해한다고 하면서 씻기는데 불편해지니 욱해버렸다. 속상한 아들과 자기 전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날인가 생각을 바꾸니 이제는 무섭지 않다는 아들.


너무 뭐라고 해서 상상력을 꺾은 것은 아닌지 많이 속상했다.



2. 영상통화 집중시키는 방법 없나요


일주일에 1번 정도 양가에 영상통화를 드린다. 보고 싶으신 손주와 이야기도 더 많이 하고 얼굴을 보고 싶으실 텐데 이 친구가 집중 시간이 매우 짧다. 자기 피곤하면 이젠 티도 팍팍 낸다. 그래서 영상 통화할 때마다 나는 긴장도 많이 하고 마치고 나면 기분이 별로 안 좋다. 이래저래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이 너를 보고 싶으시다고 설명을 해주긴 했지만 무언가 뾰족한 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3. 밥만 좋아하는 너


매일 아침 아들 도시락을 싼다. 입이 짧은 아들이 잘 먹는 것을 위해 이리저리 고민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결론은 아들은 밥을 잘 먹는다는 것이다. 그냥 밥과 반찬보다는 김밥, 유부초밥을 잘 먹는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매일 아침 김밥과 유부초밥을 준비한다. 처음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젠 30분 정도면 뚝딱이다. 이런 엄마 아빠의 정성으로 이젠 제법 도시락을 많이 비워오는 편이다.


나중에 엄청 과장해서 꼭 알려줄 것이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김밥을 몇십 줄씩 종류별로 만들어서 싸주곤 했었다고...



4. 쿵푸 팬더 마니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는 영화를 보여준다. 요즘 푹 빠진 것이 얼마 전 중고가게에서 구입한 ‘쿵푸 팬더 1’이다. 어른인 우리가 봐도 언제나 재미있기에 아들도 완전히 팬이 되어 버렸다. 벌써 5번도 넘게 보고 있다. 이번에는 완벽히 파악이 되었는지 등장인물을 그림도 그리고 나오는 무술 동작들을 열심히 그럴듯하게 따라 했다. 오! 할 정도로 몇몇 동작은 똑같았다.


파랑은 기다렸다는 듯이 ‘합기도’ 같은 거 배우러 가자고 했으나 싫다고 정색했다.




늘어가는 영어


어느 날 아들이 우리랑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I mean …’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아마 자기도 모르고 한 말 같았다. 친구들에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일 것이다. 알게 모르게 하루의 절반을 영어 속에 있다 보니 쑥쑥 흡수하고 있는 것 같다. 발음이 우리와 정말 다르다.


우리도 점점 아들의 발음을 못 알아듣고, 반대로 아들도 우리의 발음을 못 알아듣는 슬픈 현실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학교에서 알아듣고 배우고 오는 말들을 많이 전해준다. 어제는 아들이 좋아하는 '음악수업’이 있는 날이어서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보았더니 ‘아, 이제 형아들이 학교에 와서 형아들도 음악수업을 해야 해서 우리 음악수업은 내일로 바뀌었데~’ 와 정말 잘 알아듣고 있구나!


ABC도 모르던 아이가 아직 1년이 안되었는데 잘 적응하고 배워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다. 10년 이상 영어를 배웠다는 우리는 참 할 말이 없다. 뭔가 잘 못 돼도 한참 잘 못되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뭔가 괜히 억울하니 교육 탓을 해본다)


학교가 즐거운 아이 (뭘 계속 만들고 그려서 집으로 나른다.)






요즘엔 잠자기 전 준비 시간이 수월해졌다. 자기 전에는 샤워 또는 목욕, 수건으로 물 닦고, 드라이로 머리 말리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영양제 먹고, 이 닦고 등등을 해야 한다. 아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으면 하루의 마지막이라서 많이 지친다.


그런데 요즘엔 본인이 더 적극적이다. 바로 내가 자기 전 해주는 감질나는 옛날이야기를 더 빨리 많이 듣고 싶어서이다. 아, 왜 이런 생각을 미리 하지 못했을까? 하하


잠자리에 같이 누워서 서로의 책을 좀 읽다가, 불을 끄고 기도한 뒤에 내가 들려주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하며 귀 기울이는 아들을 느끼는 것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이다.


그날의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무척이나 아쉬워하지만 곧 새근새근 잠든다. 그리고 나도 잠든다.


요즘엔 잠도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빠진다.


좋다 정말.


난장판 방 / 등교전 긴장






나를 책으로 만들었다

나만의 첫 이야기

진짜 책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님, 제발 사라져 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