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Sep 04. 2020

자고 일어나면 아빠가 엄마로 변해있어

혼자서 첫 마실!

3년 전 엄마 아빠 없이 동네 친구네 마실 갔던 추억이다.


그때도 좀 많이 놀랐었는데 지금보다 3살이나 전에 그럴 수 있었다는 게 또 놀랍다.


그때의 말투와 외모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지만, 아마도 많이 다를 것이다.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놀라운 아들의 기억력이다. 


요즘도 깜짝깜짝!






20171117


공동육아 어린이집만의 특별한 활동 중 하나가 '마실'이다. 


쉽게 말해서 다른 집에 놀러 가는 것이다. 놀러 가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면서 더 친해지고, 아마들은 아마들끼리 친해지는 것이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공동육아 조합이므로 보다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방식 중 하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아이들끼리 놀면 손이 덜 가서, 아마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거나 밥을 먹는 등이 활동이 가능해지는 Win-Win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하.


우리 집 근처에 같은 반 친구 ‘J군'네가 사는데, 우리가 맞벌이다 보니 준영이 하원 도움이 필요할 때 부탁하면 집으로 같이 데려가서 밥 먹이고 할 테니 겸사겸사 마실 하자고 전부터 여러 번 이야기를 해주셨었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파랑이 하고, 안되면 처갓댁에 부탁을 했었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준영이가 다른 집에 엄마 아빠 없이 가지 않을 듯하여...) 이번 금요일에는 파랑이 늦고, 나도 칼퇴를 해도 하원 시간에 맞춰가기가 어려워서 부탁을 하게 되었다. (금요일 퇴근 시간은 너무 막힌다 ㅡㅜ)


퇴근 후 버스 안에서 무사히 도착해서 놀고 있다는 둥지(J군의 엄마)의 메시지를 보고 맘을 놓고 있었는데... 거의 도착했을 때, 전화를 와서 받아보니 준영이가 울고 있는 게 아닌가 ㅡㅜ 밥 먹는데 갑자기 아빠 보고 싶다고 울고 있다고, 달래고 있을 테니 얼른 오시라고 ㅜㅜ


마음이 무거워져서 내리자마자 열심히 달려서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운 흔적이 있는 준영이가 새초롬하게 현관에 나와 있었다. 번쩍 안아서 '씩씩하게 기다려주고 있어서 고마워~ 아빠 보고 싶었어?’라고 물었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식의 말보다는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하는 게 낫다고 한다고 어디선가 읽었다.) 그제야 '응' 대답하며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그러고는 다시 J군과 놀러 가고, 둥지와 나무(J군 아빠)에게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드리고는 뛰어오느라 땀이 나서 세수를 했다. 나와서는 차려주신 음식과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준영이는 J군과 서로 ‘친구야~’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귀여운 녀석들. 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가기 싫다는 거 나무가 ‘준영이 그러면 여기서 자고, 아빠는 가라고 할까?’ 하니 그제야 옷을 입고 나올 준비를 했다. (깜짝 놀라며)


아침에 기분 좋을 때 / 새 로보트 가방매고 집 한 바퀴






둘이 손잡고 집에 걸어가는데 갑자기, ‘엄마 보고 싶다~’라고 해서 영상통화도 오면서 한번 했다.


오는 길에 길고양이를 만났는데...


'고양이 키우고 싶다~'

'준영이가 밥 줄 거야? 응아 하면?'

'밥도 먹여줄 거야~응아 닦아줄 거야~'


헉! 이놈 진짜인가.




오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준영아 예전에 준영이 아가 때 다닌 어린이집 생각나?'

'사슴반 선생님~ 동협이~ 찬유~'


이렇게 기억을 해내는 것이 아닌가? (오!)




그리고 또 한 번 놀랐는데...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지나게 되는 무인 택배함이 있는데 거길 지나면서 ‘아빠~ 여기 아기 때 뽀로로 스티커 있었지~ 나 지금도 뽀로로 스티커 좋아해~’ 하는 게 아닌가? (오!!!)


벌써 거의 1년 전에 파랑이 택배로 뽀로로 스티커를 주문한 게 무인 택배함에 들어 있어서 그걸 같이 와서 꺼낸 기억이 매우 인상적이었나 보다.




집에 와서 씻고 좀 놀다가 자려는데..


'자고 일어나면 아빠가 엄마로 변해있어~~'


하하. 엄마가 늦는 날에는 아빠랑 잠드는데, 아침에는 아빠는 출근하고 엄마가 옆에 있어서 하는 이야기이다. 참 아이답게 표현이 참신하다. 


이렇게 아주 무사히(?) 준영이 혼자서 첫 마실을 다녀왔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도대체 뭐야?


집중 집중 집중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그동안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바로 만나보세요!




세상에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교보문고 https://bit.ly/3u91eg1 (해외 배송 가능)

예스24 https://bit.ly/3kBYZyT (해외 배송 가능)

알라딘 https://bit.ly/39w8xVt

인터파크 https://bit.ly/2XLYA3T

카톡 선물하기 https://bit.ly/2ZJLF3s (필요한 분이 떠올랐다면 바로 선물해보세요!)

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방귀 나온 줄 알았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