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이민 그리고 영주권
지금 내가 지내고 있는 이곳 ‘호주’에만 있는 병이 있다고 한다. 바로 ‘호주병’이다. 이 병이 무엇인고 하면... ‘호주’를 경험하고 나면 다른 곳(한국)에서 말고, ‘호주’에서 계속 살고 싶어 져서 걸리는 병이라고 한다.
여행을 왔거나, 워킹홀리데이를 왔거나, 주재원으로 나왔거나, 잠시 해외 취업을 했거나 등등 어떤 경로로든 ‘호주’를 접하고 나면 대부분 빠짐없이 이 ‘호주병’에 걸린다고 한다. 알고 지내는 이웃사촌 가족의 친정어머니께서 약 한 달 정도 처음으로 호주에 오셨었는데 역시나 이 ‘호주병’에 걸리시는 바람에 어떻게 하면 호주에 살 수 있는지 물어보시고 가셨다고 하신다.
어쩌면 우리 가족도 이 ‘호주병’에 걸려서 지금 1년+ 살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이 매거진의 제목처럼 ‘좁고 얕은 호주 이야기’에 걸맞게 내가 하는 모든 이야기는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와 내 짧은 경험을 섞어서 내 방식으로 판단하여 전달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 ‘호주병’은 왜 걸리게 되는 걸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 원인은 ‘호주’의 매력적인 특징과도 일치하겠다. 전 시리즈 포스팅에서도 여러 번 다루었던 내용들이긴 한데 대충 키워드만 적어보자면...
‘따뜻한 날씨’
‘대자연 환경’
‘여유로운 분위기’
‘자유롭고 남 신경 안 쓰는 분위기'
'가족/가정 중심’
'저녁이 있는 삶’
‘인사하는 문화’
‘육아/노인 복지’
‘운동/야외 활동’
'긍정적인 마인드’
‘높은 인건비=노동력에 대한 높은 인정'
대충 이 정도 일듯 하다. (충분히 더 있을 수 있다) 호주에 살고 싶어 지는 ‘호주병’에 걸리는 것은 공통적일 수 있지만 어떤 이유 때문에 ‘호주병’에 걸리는지는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인적으로 판단해본 ‘내 호주병’의 주요 원인은 ‘날씨’와 ‘남 신경 안 쓰는 분위기’ 이 2가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우선 ‘미세먼지 없고, 일 년 내내 따뜻한 날씨'는 삶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국의 뚜렷한 4계절이 최고인 줄만 알고 살았었는데 자주 겪는 환절기, 이로 인한 여러 가지 준비(옷, 난방, 냉방 등등) 등이 얼마나 귀찮고 몸을 지치고 힘들게 하는지 알게 되었다. 연 중 내내 비슷한 온도로 인해 집과 의류 등 신경 쓸 부분이 매우 적다. 몸과 마음이 아주 편하다. 맑은 하늘을 보면 언제든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남 신경 안 쓰는 분위기’는 정말 최고다. (혹시 이를 배려 없는 분위기로 이해하지 말기를 바라며..) 비교하고, 눈치 보고, 경쟁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도 그렇게 하는 사람은 동양인들 밖에 없다고 한다. 나이/지역/학벌/직업도 궁금하지 않고, 패션도 신경 안 쓴다. (그래서 호주가 패션 망국이라고...) 그냥 내가 좋고 편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이쯤 되면 이 정도는 있어야지’라는 것이 없다. (이쯤 되면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기 낳고, 차사고, 집 사고, 골프 치고, 뭐하고 뭐하고...) 운전하는 차량 브랜드가 무엇이며, 입고 있는 옷 브랜드가 무엇인지 관심 없다. 뭐 실제로 속으로는 이러니 저러니 할지도 모른다, 사람이니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남에게 표현하지 않는다. 암묵적인 뉘앙스도 없다.
‘그냥 어디서든 나만 당당하게 남 신경 안 쓰고 살면 되는 거 아닌가?’ 할 수 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주변에서 가만히 두질 않는다. (이것도 내가 신경 안 쓰면 되겠지만 하하) 여기 와서는 정말 편해졌다. 나중에 따로 이야기할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이런 행태가 남아 있다. 그래서 타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서 좋은 점이 많지만 가끔은 모두 차단하고 싶을 때도 있기도 하다. 하하.
그렇다면 호주병을 치료하면 되지 않을까? 호주에서 살고 싶다면 살면 해결이 되는 것 아닐까?
삶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더라. 우선 먹고살려면 최소한의 돈을 벌어야 하고, (아니면 돈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든) 본인 말고 다른 가족이 있다면 그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같이 오게 될 배우자나 자식들과도 생각이 맞아야 하고 한국에 남겨질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들에게도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더라도 결국 ‘호주병’의 최종 치료약은 따로 있다. 바로 ‘호주 이민’을 위한 ‘영주권’이 있어야 한다. 호주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한다. ‘여행 비자’, ‘워킹홀리데이 비자’, ‘학생 비자’, ‘취업 비자’ 등의 비자가 있지만 모두 기간이 한정적인 '임시비자'이다. 그리고 호주의 정책적인 혜택도 모두 받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호주에 머물 수 있는 ‘영주권’이 ‘호주병’의 유일한 치료약이다.
이 유일한 치료약 ‘영주권’을 얻으려면... 뭔가 어렵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운도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서부터는 나도 잘 모른다.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기 전 유학원을 통해 상담을 한 것과 이곳에 와서 유경험자들의 후기를 전해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이다.
영주권을 얻는 방법에도 ‘투자 이민/기술 이민’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결국 호주 이민을 허락하는 ‘영주권’이라 함은 이곳 호주 정부에서 ‘이런 사람이 호주에서 살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판단하여 머무를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위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았던 ‘언어’적인 부분은 필수이다. ‘영어’를 (기준치만큼) 못하면 얻을 수 없다. (돈이 겁나게 많으면 할 수 있을지도?)
그동안 수없이 변화한 이민/영주권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건너 건너 들어본 적이 있다. 어느 때는 이런 직업이 유망했고, 지금은 어떻고... 그리고 누구는 영어점수가 높아서 영주권을 빨리 얻었고, 누구는 오래 걸렸고... 누구는 몇 달 만에 결과가 나오고, 누구는 2년을 기다리기도 했고...
한마디로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 ‘호주병’에 걸린 사람들마다 ‘영주권’을 얻는 방법과 전략도 다른 것 같다. 그리고 종합적인 판단을 해보던데 ‘운’이라는 요소도 큰 것 같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한국에서의 삶에서도 ‘운’이라는 요소가 컸었는데 그냥 아무 노력 없는 사람에게 ‘운’이 찾아가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늘 준비하고 성실한 사람에게 ‘운’이 찾아가게 마련이었다. 내 짧은 인생 경험 상 ‘운’이 없다는 것은 다른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돌이켜 보면 대부분 ‘운’은 그럴 만한 사람에게 돌아갔다.
이해하기 쉬운 예로 영어 점수가 필요하고 높을수록 확률이 높다면 공부해서 얻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이것도 그저 ‘운’일까? ‘운’을 운운하는 경우는.... ‘나보다 적은 노력을 들인 (최소한 겉으로 그렇게 보이는) 남이 내가 얻지 못한 것을 얻은 경우’를 목격했을 때인데 이는 살펴보면 그 ‘남’은 대부분 더 많은 노력을 들여왔기 마련이다.
다시 돌아와서... ‘호주병’을 치료하려면 자신에게 맞는 이민/영주권 정책을 잘 알아보고 전략을 세워서 준비를 성실하게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겠다. 나머지는... 그 ‘운’에게 맡기는 수밖에. 하하.
‘호주병’에 걸려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 많은 이들을 보았다. 어떤 이는 치료약(영주권)을 얻어서 안정적인 새로운 삶을 살고 있고 어떤 이는 그 치료약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 대한 사연과 이야기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직접 듣거나, 건너 건너 들은 다양한 스토리가 있다.
치료약을 얻는 데 성공한 이들에게 전해 듣는 스토리는 대부분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이야기보다는 절망적인 순간과, 포기하고 싶은 위기가 꼭 있었다. (아무래도 미화되거나, 극적 효과가 가미되기 마련이니...)
아직 치료약을 얻어가는 과정의 스토리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과거의 실수, 실패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게 되는 것 같다. 공통적인 것은 모두 매우 절실하게 노력하고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기억에 남는 스토리와 사연들이 많지만 모두 옮길 수는 없을 테고, ‘호주병’에 걸린 이유와 ‘치료약’을 얻게 된 사연을 들려준 시드니에서 만난 (나보다 어리게 보이시는) 남자 가이드의 인상적인 말을 남겨 놓는다.
어쩌면 어떤 이유들 보다도 한국의 청년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생각해보면 조국을 떠나는 것은 정말 큰 용기라고 생각한다. 뭐가 어쩌고 저쩌고 해고 인간관계와 추억이 모두 그곳에 있고 사는데 가장 편한 곳은 조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호주병’뿐만이 아니라 여러 다른 나라에 살고 싶어서 한국을 떠나려 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이는 ‘OO나라병’에 걸려서 그 나라에 살고 싶은 게 아니라 한국이 싫고 살기 어려워서 걸리는 ‘한국병’에 걸려서 떠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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