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오붓하게 보내는 수요일 저녁
지금은 아빠와 둘이 지내는 저녁과 밤이 아주 익숙하지만 3년 전 만해도 종종 있는 드문 일이었다.
수요일 패밀리데이에 아들과 지낸 저녁과 밤을 지금 돌아보니 아주 애틋하고 다정하다. 역시 어쩌다 한번 일 때가 더 귀중한 느낌인 것인가? ^^;;
요즘 가장 기분 좋게 잠드는 순간은 둘 다 매우 졸려서 잠자리에 같이 들 때이다. 스르륵 꿈나라로 가는 그 기분이 포근하고 행복하다. (대부분 내가 먼저 잠들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20171215
수요일은 회사의 패밀리 데이이기도 하고 내가 고정으로 담당해서 준영이를 하원 하는 날이다. 그래서 주로 파랑의 저녁 일정(야근/회식)을 수요일로 맞춰주고 있다. (고마워~) 이번 수요일에는 준영이랑 재미난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터전에서 차 타고 오는 중에는...'아빠~ 나는 송곳이야~ 뾰족뾰족해~' 다음 주에 있는 ‘해 보내기 잔치’에서 하는 동극 연습을 요즘 하는데 맡은 역할이 '송곳'인가 보다. 어떤 이야기 일지 궁금하다.
'아빠 차에 있는 젤리 먹고, 집에 가서 밥 다섯 번 잘 먹을게~' 다섯 번은 준영이가 생각하는 많다는 의미의 숫자이다.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아들) '아빠~ 다섯이랑 다섯 더하면? 뭐야?
(나) '응~ 열이야 열~'
(아들) '그럼 넷이랑 넷을 더하면~(계속)...... 하나랑 하나 더하면?'
(나) '그건 둘이지~'
(아들) '아니야~ 최고야~ 최고! 최고!'
하나를 엄지로 이야기하니 ‘최고’라고 하는 거다. 엄지가 2개라서 ‘최고 X 2’라고 했다! 하하.
밥을 다 먹고 놀다가... '배 아파 응아 할래'
유아 변기 시트에 앉혀주니... '문 닫아줘~ 아빠 나가 있어~'
잠시 후 물 내려가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서 달려가 보니... '내가 물 내렸다~ 굴렁쇠에서도 내가 내려~' (많이 컸네!)
자기 전 샤워하면서... '준영아~ 머리 감겨줄게~' 눈에 물이 들어가서 하기 싫어했는데 이제는 알아서 눈을 꼭 감는다.
침대에 같이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나) '준영아~ 아빠랑 엄마랑 회사 안 가고 준영이랑 같이 놀까?'
(아들) '아냐~ 회사 가야지~'
(나) '그래? 왜~?'
(아들) '나 좋아하는 장난감 살 수 있어~, 음... 먹을 것도, 음... 책도, 음... 스티커도!'
(나) ‘아~ 그래서 준영이 엄마 아빠 회사 가는 동안 굴렁쇠에서 잘 기다려줄 수 있구나?'
회사 가는 것을 이해를 돕기 위해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었다.
불 끄고 같이 누워서...
(나) '준영아~ 옛날이야기 서로 해주고 잘까?
(아들) '응~ 내가 먼저 할게~ 내 옛날이야기는 짧아, 아빠 옛날이야기는 길게~'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
졸려서 잠이 들면서...
(아들) '아빠는 아빠 침대로 가~' (자기 침대에서 혼자 자는 것을 좋아한다. 짜식!)
(아들) (갑자기 부스스 일어나서는...) '아빠~ 어딨어?'
(나) '응? 아빠 침대에서 자고 있지~'
(아들) '밑에 내려간 줄 알고, 잠이 안 와서~' (내가 가끔 답답하면 바닥에서 잔다.)
(나) ‘아빠가 자장가랑 토닥토닥해줄게~’ (다시 잠이 들자..)
(아들) '이제 그만해~ 잘게~ 아빠는 아빠 침대로 가~'
(나) '응~ 아들 사랑해~ 잘 자~'
아빠가 차려준 밥도 잘 먹고 잘 놀다가 잘 잠들었다.
뭔가 많이 따뜻하고 많이 행복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