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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Oct 01. 2020

아침마다 우린 레이스!

우리 가족의 달리는 일상

04/Aug/2020


요즘 아들이 자주 외치는 말이 있다. 바로 ‘레이스!’다.


학교에 가는 길이나 산책을 할 때면 늘 우리에게 ‘레이스’를 하자고 한다. 이젠 제법 다리 힘이 생겨서 안정적으로 꽤 오래 달린다. 젊은 친구라서 그런지 아침에 힘이 넘치는데, 아직 몸이 덜 풀린 우리는 아들과 학교를 다녀오면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렇게 아침마다 우린 ‘레이스’를 아들과 하고 돌아올 때도 가끔 한다.






요즘 파랑은 집에 잠시 머무르는 학교 동기 동생과 러닝을 하고 있다. 나는 운동을 파랑과 함께하는 것을 포기한 지 오래되었는데 그래도 제3가 나타나니 하게 되는 것 같다. 벌써 3번이나 호수를 달리고 왔다. 놀라운 발전이다. 이 동생에게 상을 주어야 할 것 같다.


한 번은 아들까지 킥보드(스쿠터)를 들고 다 같이 운동 겸 산책을 나섰는데 또 레이스 본능이 솟아났다. 원래는 따로 파랑과 동생은 러닝을 하고 나랑 아들은 천천히 돌아서 만나려고 했는데 아들이 나를 버리고 러닝 하는 엄마를 따라갔다.


파랑이 아들이 이렇게 따라오다가 힘들어서 뒤쳐지거나 혹시 길을 잃어 위험할까 봐 애써 타일러서 내게 아들을 보내주었다. 그런데 아들은 못내 그게 서운하고 아쉬웠었나 보다. 자기는 하나도 안 힘들다며 한 번도 쉬지 않고 산책길을 열심히 달렸다.


원래는 반 정도 가면 힘들어하는 아들이 집까지 정말 단 한 번도 힘들다는 말 없이 꿋꿋하게 갔다. 아마 본인을 두고 가버리고 달려간 엄마에 대한 시위였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충분히 같이 갈 수 있을 만큼 기운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나중에 집에서 파랑을 만나서 속상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마음을 확인했다.


점점 커가며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비슷한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 안전하기만을 바라는 우리에게 순간순간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겠지만 대화로 잘 풀어나갈 수 있길 빌어본다.






한 번은 아들과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자주 마주치는 아들 학교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오고 있었다. 이때 아들의 레이스 본능이 다시 등장했다. 친구에게 가까이 가서는...


‘캔 아이 레이스 위드 유?’


쿵작이 잘 맞는 친구였는지 ‘오프 코스’를 외치고는 친구는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아들은 옆에서 직접 발로 열심히 뛰었다. 뒤에서 보는 나는 조마조마하기도 했지만 신나게 달리는 두 녀석을 보면서 흐뭇하기도 했다.


레이스를 마치고 나서 내가 이겼네 마네라며 외치며 헤어지는 모습은 딱 내 어릴 적 모습이었다. 세월이 지나고 장소가 변해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순수한 모습, 그리고 내가 순수했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당분간 아들의 순수한 레이스는 계속될 것이고 우리도 그 레이스에 함께 해야 할 것 같다.


개구쟁이 아들 / 안경도 써보고 싶다고






<학교에서의 아들을 상상하며>


1. 굳 리스너?

아침에 아들이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 늘 친구들이 뭐라고 뭐라고 열심히 아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아들은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한다.


물론 아직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적 제한 때문이겠지만 한창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그 나이의 친구들에게 아들은 아마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파랑과 함께 했다.


당분간 이런 포지션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혼자 해보았다.



2. 친구들에게 그림 선물

말보다는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은 학교에서 ‘자유 그리기’ 시간이 제일 좋다고 한다.


어제는 여자 친구들이 그림 선물을 해달라고 해서 선물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중 한 친구는 아들이 준 그림 선물에 낙서를 해서 속상하기도 했었다고 ^^;; (이맘때 아이들의 돌출 행동은 이해할 수 없으니) 아무튼 아들이 혼자서 열심히 그리는 모습을 본 친구들이 이렇게 관심을 보여준다니 마음이 뿌듯했다.


그런데 왜 모두 여자 친구들일까? 남자 친구들은 관심이 없어서겠지? 일부러 여자 친구들만 준 건 아니겠지?



<성장 에피소드>


티브이에서 본 만화에서 나온 손가락 장난치는 것을 갑자기 따라 해서 놀랐고 (그 말과 행동에!)

해적으로 변신해서 학교를 마치고 나온 아들이 귀여웠고 (언제나 즐거운 만들기)

새롭게 올라간 수영 레슨에서 멋지게 적응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고 (숨쉬기!)

토요일에 손님들이 많이 왔었는데 조용하게 방에서 잘 놀아준 아들에게 고마웠고 (여러 가지 장치를 해두긴 했지만)

새로 간 교회의 아동부 예배에 두 번 만에 바로 혼자 지낼 수 있어서 신기했다. (정말 다행이다!)


새로운 교회에서 / 팔을 쭉 뻗은 아들






한국에서 날아온 반가운 소식이 2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드디어 장인 장모님께서 보내주신 여러 물건들이 도착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굴렁쇠 어린이집에 아들을 닮은 친구가 면담에 등장해서 모두 놀랐다는 이야기다.


우리 가족을 기억해주는 그곳 소식에 많이 반가웠다. 모두 건강히 잘 지내다가 다시 만나요!



장난스러운 꼬마 해적






나만의 첫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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