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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Sep 29. 2020

학교에서 뭐했어? 뭐하긴 놀았지~

학교 100일 차 학생의 소감

28/July/2020


요즘 아들의 생활과 삶에서 그 점유율을 아주 높게 가져가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학교’다. 물리적으로도 하루에 6시간, 일주일에 5번을 가고 있으니 매우 높고, 정신적으로도 엄마 아빠가 없는 곳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서 즐겨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굣길에 늘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아들~ 오늘은 학교에서 뭐하고 지냈어~?’


매번 반복되는 질문에 지겨웠는지, 아니면 너무도 당연한 것을 물어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힘차게 대답했다. ‘놀았지~’


그래 맞다. 학교를 보낼 때도 열심히 친구들, 선생님과 신나게 놀다 오라고 보냈으니 놀고 오는 게 맞다. 

이렇게 물어보는 내 마음속에는 내심 ‘오늘은 뭐 배웠어?’가 궁금한 것인데 좀 더 내려놓아야겠다.


내 기준으로 무언가 배우는 것과 다르게 온몸으로 생활하며 커가는 아들의 배움은 말로 설명할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내 욕심을 확인하고 싶을 뿐임을 잘 안다.






지난주에는 아들의 세계인 ‘학교’에서 2가지 뜻깊은 소식이 전해졌다.


우선 첫 번째는 학교를 다닌 지 100일이 되었다는 축하 메시지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기념일을 나는 참 즐겁게 지켜보았다. 이렇게 아기자기한 기념일이라니! 모든 것은 의미를 두면 그 의미를 가지게 된다.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듯이) 100일 동안 놀라운 모습으로 학교를 다녀준 아들 대견하고 축하한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바로 ‘상반기 리포트’였다. Term 1과 2를 묶어서 Semester 1이라고 부르는데 이 시기에 대한 아들의 학습 상태에 대한 내용을 이메일로 전달받았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매 Term 마다 선생님과 부모의 일대일 인터뷰가 있었을 것이다.) 그 내용을 파랑과 읽어 내려가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몰려왔다.


파랑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기하고, 기특하고, 짠하다.’였다. 내용이 생각보다 자세하고 상세해서 신기했고, 아들이 아주 잘하고 있어 줘서 기특했고, 아직 도움이 필요한 부분들을 보며 짠했다고 한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중간중간 인상적인 코멘트들에 감동했다. 잘하고 있어 아들! 자랑스러워!


학교에서 잘 놀다오는 아들






학교에서의 에피소드


1. 선생님 우산을 기억하는 아들

아들의 남다른 관찰력과 그 기억의 디테일에 자주 놀라곤 하는데, 어느 비 오는 날 차로 아들을 데려다주고 있었다. 주차할 곳을 찾으며 학교 주변을 돌고 있었는데 아들이 외쳤다. ‘우리 선생님이 교문에 나와 계시네~’


꽤 먼 거리와 각도 상의 문제로 선생님을 확인하기 어려운 위치였다. 그래서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선생님의 우산 디자인을 기억하고 있어서 그 우산을 보았다고 한다. 빨간 테두리에 얼룩말 무늬가 새겨진 그 우산을 아들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들 옆에서의 내 행동과 말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 ㄷㄷㄷ



2. 친구들이랑 점심시간에 수다 떨기

하루는 또 점심을 남겨와서 솔직하게 물어보았다.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면서 놀지 않냐고. 맞다고 한다. 하하. 그럼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눴냐고 물었다. ‘내가 우리 집 동물원으로 꾸미고 있다고 이야기했지~ 먼데이 마이 홈 윌 비 어 주~’


햐! 이제 정말 수다 좀 떠나보다. 그래. 밥보다는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게 재밌지! 훨씬!



3. 아빠 기다리다 눈물 조금

하루는 하교시간에 학교 주차장에서 시간이 오래 걸려서 픽업 시간에 5분 정도 늦었다. 한 번도 빠짐없이 제시간에 데려가곤 했는데 그날이 처음으로 늦은 날이었다. 걱정하며 달려갔는데 다행히 씩씩하게 아들이 기다려주고 있었다.


아들 이름을 크게 외치니 나를 바라보고 나오는 아들 눈에서 눈물이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로 안아주고 다독여주며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 아들은 이런 일이 처음이라서 혹시 아빠가 안 오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다고 한다. 아빠가 또는 엄마가 안 오는 일은 없을 테니 혹시 조금 늦더라도 믿고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우리 아들답게 짧은 울음을 그치고는 즐겁게 놀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늦어서 미안해 아들!


어디에서든 잘 지내는 아들




우리 생활의 다양한 변화들


내가 이곳에 지내면서 예상하고 기대했던 것은 ‘별 변화가 없는 생활’이었다. 이곳에서 지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엄청난 변화이니, 이곳 자체 생활은 그저 잔잔하게 흘러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움은 새로움을 낳기에 그렇게 평온하게 별 일 없는 날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지난주도 그랬다.


아들이 수영 레슨에서 갑자기 칭찬을 받으며 중급 2번째 반으로 올라갔고, (골든벨 댕댕댕~) 토요일에는 오랜만의 손님맞이도 했고, 그날부터 아들이 좋아하는 이모도 잠시 함께 지내게 되었다. 주일에는 그동안 가지 못했던 예배를 드리러 새로운 교회에 다녀왔는데 아들이 아동부 친구, 형님들과 너무 잘 놀아주어서 기뻤다. 그리고 미용도구를 빌려서 처음으로 아들 머리를 파랑과 손질을 해주었는데, 다음부터는 그냥 미용실을 가기로 아들과 합의했다.


아무 변화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그 변화의 불확실함을 피하고 싶은 내 뿌리 깊은 게으름 때문임을 알고 있다. 우리 삶에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은 죽은 삶이라는 것도 지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사실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애매한 입장과 마음은 아마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변화를 피하지만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 나만 그러려나?




빼먹으면 섭섭한 파랑 에피소드


아들의 초밥을 먹고 싶다는 이야기에 검증된 초밥집을 찾았다. 아들을 위해 시킨 미니 초밥이 먼저 나왔는데, 어쩐 일인지 아들이 먼저 손을 뻗어서 한 개를 입에 쏙 집어넣었다. 그때 파랑이 직원을 불러서 물었다. ‘이 초밥 원래 5개인가요? 메뉴에는 6개로 되어 있는데요.’


어리둥절해하는 직원이 잠시 당황해하고 있을 때 파랑에게 내가 말해줬다. 아들이 나오자마자 한 개 입에 넣었다고. 나, 파랑, 직원은 아들이 무언가 입에 넣고 씹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모두 웃었다! 이런 일은 거의 없는 일이기에 파랑이 오해할 만했다 ^^;; 그날처럼 밥 잘 먹자 아들!


어쩌다 밥 잘먹는 아들 / 집에서 머리자르는 것은 이제 안할게






나를 책으로 만들었다

나만의 첫 이야기

진짜 책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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