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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Sep 27. 2020

왜 저녁에만 아빠 엄마는 싸워?

우리 집은 아직 밥과의 전쟁 중

21/July/2020


아들이 1년 전보다 키도 6~7센티 컸고, 몸무게도 3킬로 정도 늘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시선으로는 아들은 여전히 먹는 것을 힘들어하고 싫어하는 아이다. 딱 내가 그랬다. 정말 삐쩍 말랐었고 ‘영양실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군대를 안 갔다면 여전했을 것이다)


지난주부터 아들 학교가 개학을 해서 아침을 집에서 먹고, 점심 도시락을 싸간 뒤, 돌아와서 집에서 저녁을 먹는 삼시세끼 생활을 하고 있는데 어느 끼니 하나 순조롭게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우선 아침은 전매특허인 ‘늦장 부리기’가 자주 시전 된다.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거나 해서 그러는 것은 아닌데 길지 않은 아침 시간에 나무늘보처럼 한 없이 늘어진다. 그러다 보면 거의 항상 겨우겨우 시간에 맞춰 교문 안으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긍정적이고 밝은 아들은 그러면 이렇게 말한다. ‘내일은 좀 더 빨리 해봐야지!’ 물론 그 말이 그대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스스로의 다짐하는 것이 대견하다.


항상 우리 부부를 조마조마하게 하는 것은 ‘점심 도시락’이다. 이제 메뉴도 아들이 원하는 것으로 다 해준다. (김밥, 유부초밥, 볶음밥, 파스타 등) 어느 날은 정말 손도 안 대고 오기도 하는데 그러면 우리 집 분위기는 매우 나빠진다. 항상 그럴듯한 이유가 있긴 하다. (친구랑 이야기하느라, 장난치느라,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시간이 원래 짧아서 등) 우리의 속상함을 느끼고 나면 다음날은 좀 나은데, 그다음 날은 또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는 저녁자리에서도 쉽지 않다. 요즘 저녁은 먹지 않는 파랑이 아들과 남편 둘이 먹으면 대충 먹을까 봐서 본인은 먹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챙겨준다. 나와 아들은 저녁 전에 글자놀이를 마치고 와서 식탁에 앉는다. 아들은 거의 대부분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는다. 아마 내버려 두면 한 숟가락도 푸지 않고 한참을 있을 것이다. ^^;; 그러면 마주 앉아있는 파랑의 ‘먹어주세요 아들’을 들으며 힘겹게 저녁을 비워간다.






그래도 요즘 보면 먹는 양은 좀 늘긴 했는데, 여전히 밥 먹는 것을 많이 즐기지는 않는다. 나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면서 독려를 해주고는 있는데 쉽지가 않다. 아빠 어렸을 때보다는 훨씬 잘 먹는다는 이야기, 제대로 안 먹어서 키가 크다 말았다는 이야기, 우리가 돕고 있는 밥 못 먹는 어려운 친구들 이야기 등. 아들은 이 모든 이야기를 모두 잘 이해할 것이다. 그래도 밥상머리에 앉으면 참 어려워한다.


그래도 이런 엄마 아빠의 밥에 대한 이야기와 태도 덕분인지 조금씩 밥의 중요성을 알아가고는 있는 것 같다. 요 며칠 전에는 학교 마치고 미술 레슨 가는 길에 미리 준비해둔 사탕을 주었는데, 어쩔 일인지 먹지 않고 있었다. 물어보니... ‘점심을 남겼는데 지금 사탕을 먹으면 엄마가 속상할 것 같아. 남은 점심 다 먹고 먹을게.’ 그래서 남은 점심을 조금 먹다가 내가 억지로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하자, 그제야 내려놓고 사탕 껍질을 깠다.


어제는 하교 마치자 마다 울상으로 말했다. ‘점심을 모두 다 남겼어. ㅡㅜ’ 뭐 하루 이틀도 아니라서 돌아가서 엄마에게 잘 설명해보자 라고 하고 집으로 오는데... 중간 즈음에 아들이 장난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은 전부 다 먹었어. ^_^’ 뭐지 이 녀석? 저번에도 한 번 그러더니, 엄마 아빠가 워낙 민감하게 하는 포인트라서 장난을 치고 싶었었나 보다.


우리도 좀 평정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을 알지만 부모 마음으로는 참 그게 어렵다. 잘 먹고, 아프지 말고, 잘 크는 것. 모든 부모의 첫 번째 소원이면서도 혹시라도 그러지 못할까 봐 그만큼 불안함이 쉽게 커지는 것 같다.


아들! 조금씩만 더 먹자. 너 요즘 좀 피곤해 보여!


밥 안 먹어서 피곤해 보이는 아들






학교의 위대함


아들은 학교에 가는 것을 이제 즐긴다. 아침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혼자서 교실로 가방을 메고 척척 들어간다. 어찌나 열심히 놀고 오는지 하교 후에는 꽤 피곤해 보인다. 잘은 모르겠지만 예상컨대 친해진 친구들과 아마 정신없이 장난치며 놀다 올 것이다. 


그리고 이젠 학교에서 대부분의 이야기를 잘 알아듣고 많이 전해준다. 어느 날은 준비물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이번 주에 있을 행사에 대해 설명해준다. 점점 느는 게 보인다. 


그리고 유익한 이야기도 잘 배워온다. 어느 날은 종이를 아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나와 파랑에게 거의 연설을 하듯이 설명해주었다. 물론 우리도 비슷하게 지난날 이야기해줬지만, 역시 학교에서 배워오니 그대로 습득한 모양이다.


역시 학교는 학교의 역할이 있다. 학교 최고!


위대한 학교에 가는 아들 / 누가 알려주고 있는 걸까?






지난주에는 방학이 시작된 파랑과의 시간이 늘어난 덕에 신경전이 있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다툴 기회가 많아지는 게 당연한 거죠?) 지켜보던 아들이 한 마디 했다.


‘왜 저녁에만 아빠 엄마는 싸워?’


며칠 저녁 자리에서 아들이 불편했었나 보다. 민망해서 사과를 했다. 그리고 우리도 곧 상황을 정리하고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아들이 이런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다니 놀랍다.


주말에는 오랜만에 세 가족이 바다에서 늘어지다 왔다. 조개도 잡아와서 칼국수를 해 먹었다. 파랑이 어릴 적 즐겨보았던 ‘마틸다’도 다 함께 시청했다. 다 같이 열심히 웃으며 봤다.


지금은 이렇게 붙어 있는 시간이 너무 당연하다. 


맞벌이를 하며 바쁘게 지내던 시간은 점점 잊혀 간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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