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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Oct 05. 2020

아들에게 학교는 첫 세상이다

즐겁고 행복한 너의 그곳

18/Aug/2020


매일 아침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준다. 


코로나 이전에는 교실 안까지 같이 갔었는데 이제는 아주 멀리 교문에서 헤어진다. 교문에 가까이 다다르면 이젠 먼저 가방을 달라고 한다. 그렇게 자기 몸만 한 커다란 가방을 둘러메고 작은 발걸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본인 리듬으로 교실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끝까지 보고 돌아선다.


매일 무슨 생각을 하며 저 짧지만 철저하게 혼자가 되는 저 길을 걸어갈지 궁금하다.


괜한 심각한 내용 없이 얼른 교실에 가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생각에 한껏 부풀어서 갈지도 모른다. 아니면 잠깐 불안한 마음을 다 잡으며 천천히 걸어가는지도 모른다. 아들의 뒷모습만 바라보는 나는 그저 이렇게 상상을 할 뿐이다. 내가 저 시절에 어땠는지 기억이 잘 안 나기 때문에 나를 비추어 보기에도 부족하다. 아들에게 직접 물어봐도 늘 대답은 비슷하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는데?’


부모 없이 혼자서 떠나는 자신만의 세상으로 가는 자식을 보면서 드는 복잡한 심경으로 상상도 복잡해지는 것 같다. 기특함, 대견함, 그리고 약간의 서운함. 이렇게 훌쩍훌쩍 커버리며 우리와의 세상이 줄어들고 조금씩 자기만의 세상으로 채워가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 그렇다.







아들은 이 자신만의 첫 세상에서 잘 자라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아들이 외국인 학생으로서 별도로 지원받고 있는 영어 클래스(English as an Additional Language or Dialect - EAL/D)에서 이메일이 왔다. 지난주에 아들이 자기는 이제 너무 쉬워서 안 가도 되는 것 같다고 선생님들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었는데... 그게 정말이었다!


EAL/D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과 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셨고 그 결과 더 이상 이 특별 수업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리셨다고 전해주셨다. 지금 아들은 영어권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과 동일한 수준이며 몇몇 영역에서는 오히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이기에 속해있는 원래 교실에서 함께 배워나가도 된다고 설명해주셨다.


코로나로 빠진 날들을 빼면 20주 정도 학교에 갔는데 그 기간에 이렇게 성장하다니 우리는 많이 놀랐다. 학교는 정말 놀라운 곳이다. 그리고 아들도.


어제도 깜짝 놀랄 경험을 하고 왔다고 아들이 전해줬다. 어린이집에 방문해서 동생들에게 책을 2권 읽어줬다고 한다. 아들이 유치원 시절에 형, 누나들이 와서 해주었던 그 활동을 아들이 1년 만에 입장을 바꾸어서 하게 된 것이다. 재밌게 책을 읽어줬다고 한다. 언어로 인해 불편하고 힘들어했던 작년 이 맘 때가 거짓말 같았다.


아들은 이렇게 자신만의 첫 세상에서 하루하루 아주 잘 지내고 있었다.


너의 첫 세상을 축하하고 늘 응원할게 아들!


학교 / 집 / 미술






첫 세상, 학교 일상다반사


1. 클래스 가든 (텃밭)

작은 밭에 반별로 무엇을 심었다고 아들이 학교 마치고 데리고 가서 보여주었다. 해바라기라고 하던데, 굴렁쇠 시절부터 텃밭에 익숙한 아들은 매우 신나 보였다.


2. 선생님과의 교류

정기적으로 ‘스타 스튜던트’를 선정해서 발표하는데 아들이 우연히 담임 선생님께서 이름을 적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몰래 본 것은 아니겠지...) 선생님께서 절대 미리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셨고 아들은 꾹 다물고 지켰다고 한다. 그래서 발표할 때, 선생님께서 아들 보고 이름을 말하라고 해서 그 친구 이름을 큰 소리로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켜준 아들도, 아들에게 기쁜 기회를 준 선생님도 즐거웠을 것이다.


3. 선생님 이름을 나한테 물어봐 

친구들이 선생님 이름 쓸 때마다 그 스펠링을 아들에게 계속 물어본다고 한다. 다른 글자보다도 선생님 이름을 열심히 익혀서 아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 몇몇 친구들은 헷갈렸나 보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매번 열심히 한 자 한 자 알려준다고 한다. 서로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은 잘하는 것이라고 칭찬해주었다.


4. 저금 기념 장난감  

지난주 저금 때 10번 저금한 증표를 모아서 내면서 기념품을 신청서를 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 미리 이야기를 해두어서 실망하지는 않았는데, 선생님께서 아들 표정을 보고 좀 실망한 것 같으니 잘 이야기해달라고 하셨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괜찮다고 했고 그래서 우리는 다음 주에 주지 않을까 하며 돌아왔다.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했다.


5. 첫 지각

결국 매일매일 아슬아슬했었는데 결국 교문이 닫혔다. ㅡㅜ 교문이 닫히면 학교 사무실을 통해서 교실로 가야 했다. 다행히 많이 늦지는 않아서 지각 체크 없이 바로 교실로 향할 수 없었다. 처음 가는 학교 사무실에서의 교실까지의 먼 길을 아들은 씩씩하게 걸어갔다. 아들에게 학교가 정말 많이 익숙해져 보였다.


학교 / 집 / 미술






주말에는 정말 오랜만에 브리즈번 나들이를 다녀왔다. 내가 볼일이 있어서 간 김에 하루를 꽉 채워서 놀고 왔다. 다행히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고 기분 좋게 에너지 넘치는 아들과 파랑과 즐겁고 알차게 보냈다.


주말은 주말대로 우리 세상에서 즐거워하는 아들이고, 주중은 주중대로 본인의 세상에서 행복해하는 아들이다.


점점 자신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들






나를 책으로 만들었다

나만의 첫 이야기

진짜 책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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