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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Oct 08. 2020

나는 살찌지 않았어!

살찐 박쥐와 살찌지 않은 고양이

25/Aug/2020


지난주 금요일에 담임선생님께서 ‘Joon’ (아들의 영어 이름)이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을 보내주셨다. 


이메일에 첨부된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아들의 글씨체와 그림이었다. 요즘 열심히 배우고 익히고 있는 라임 단어들로 멋진 문장을 만들었고 거기에 멋진 그림도 함께 그려두었다. 


환상적이었다! 한참 감탄을 하고 나서야 어메이징 하고 원더풀 하고 자랑스럽다는 선생님의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감사했다. 이런 순간을 기록하고 알려주신 선생님께.

고마웠다.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개인적으로 꼽은 하이라이트는 ‘나는 살찌지 않았어’라고 외치는 고양이의 얼굴 표정






아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가만히 생활하다가 갑자기 피식피식 웃으면서 하나씩 보따리 풀듯이 알려주곤 한다. 나도 어렸을 적에 괜히 혼자 있다가도 재밌었던 일들이 떠오르면 한참을 웃곤 했었는데 이것도 닮을 수 있나 보다.


일주일에 한 번 학교 도서관에 가서 엄마 아빠가 읽어주면 좋을 책을 고르는 시간이 있다. 그때 아이들은 그림과 제목 등으로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골라온다. 이번에는 아들이 지난주에 빌렸던 책을 그대로 또 빌려왔다. 물어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 더 빌려왔다고 한다.


그리고 옆에 있던 친구에게 이 책 재미있다고 추천을 했고 그 친구도 이 책을 빌려갔다고 한다. 하하. 추천을 해서 그 추천이 먹히는 일은 어른이든, 한글로든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을 움직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아들의 추천이 먹혔다는 것은 그만큼 아들에 대한 신뢰가 쌓여있다는 것이다. 부디 그 친구의 취향에 잘 맞았기를 빈다!






일주일을 기다렸던 저금 선물. 코로나 상황으로 원활한 선물 수급이 잘 되고 있지 않은 듯했다. 아들이 신청한 선물은 당분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교실을 나서면서 아들이 다른 선물을 하나 기쁘게 들고 나왔다. 해당 협력 은행에서 저금을 한 아이들에게 모두 준 선물이었다. (코로나 시기에 힘내 보자며) 우선 이것으로 아들은 많이 달래진 듯했다. 그 선물은 반짝반짝한 색색깔 볼펜이었다. 색깔을 좋아하는 아들에게는 취향에 딱 맞았다.


어느 날 학교 마치고는 이웃에 사는 1살 많은 누나를 만나서 근처 놀이터에서 함께 놀기도 했다. 1시간 정도 신나게 놀다가 어쩌다 보니 손을 조금 다치고는 조기 퇴장을 했다. 큰 상처는 아니었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기에 충분한 정도였다. (먹고 나서 다 나았던 듯?)


이렇게 아들은 학교를 집보다 더 편하게 즐겁게 다니고 있다. 몇 주 더 다니고 나면 방학이다. (10주 & 2주 방학) 방학 때 뭐 할지 이미 아들은 모두 정해 놓았다. 달력에 하고 싶은 것을 적어 둔 상태이다. 이런 계획 세우는 것은 많이 보던 스타일인데 좀 걱정이다.


학교 마치고






이런저런 일들


파랑이 주말에는 실습을 나갔다. 아침 일찍 가서 오후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덕분에 아들과 아들은 꼭 붙어있었다. 몇 번 밖에 나가서 놀자고 물어봤지만 아들은 그저 집이 좋다고 한다. 신기한 녀석이다. 학교에서 충분히 놀고 와서 그러는 건지, 안에서 노는 것이 정말 더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어느 날 아침에는 갑자기 웃으며 이랬다. ‘아빠~ 꿈에서 아빠가 칭찬스티커 2개 줬어 영어 잘한다고 ㅋㅋ’


밥을 잘 안 먹는 아들에게 도시락을 다 먹고 오거나 집에서 밥을 남김없이 잘 먹으면 칭찬스티커를 하나씩 주고 있다. 이게 생각보다 모으기가 어렵다.(=밥을 잘 안 먹는다.) 분기에 한 번 다 모아서 사고 싶은 것(대부분 장난감)을 사는데 이번에는 1개가 남은 상태였다.


토요일 아침, 어쩐 일인지 아침을 꽤나 잘 먹었다. 그래서 연신 칭찬을 해주었다. 다 먹고 주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방에 놀다가 갑자기 아들이 다시 내게 와서 말했다.


‘아빠~ 아침 잘 먹었는데 칭찬 스티커 받을 수 있나?’


아마 방에 가서 1개 남은 자리를 보고 머리를 굴려본 것일 테다. 이미 99% 확정과 1%의 기대를 안고 온 웃음기 가득한 얼굴을 보고는 엄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그래! 1개 더 붙이고 오늘 사고 싶은 거 사러 가자~’


그날 하루 아들은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더욱 행복했다.






어제는 우리 집에 잠깐 머물렀던 파랑의 학교 동기가 새 보금자리로 떠났다. 지난 주말 갑자기 살던 집에서 나오게 되어 왕래가 많지 않던 파랑에게까지 연락이 왔었다. 파랑은 바로 우리 집에 오라고 했다. 우리는 지낼 곳 구할 때까지 편하게 있으라고 했는데 괜히 미안하고 불편해서 급하게 다시 옮기게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렇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은 항상 따뜻한 경험이다. 돕는다는 것은 얼마나 물질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마음을 가졌느냐라는 것을 점점 알아간다.


덕분에 소중한 인연이 생겼다. 돕는 사람이 얻는 것이 항상 더 많다. 


먹을 때, 놀 때, 잘 때






나를 책으로 만들었다

나만의 첫 이야기

진짜 책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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