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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Oct 12. 2020

내 편지 받았어? 한 5년 된 거 같은데?

’꼼꼼’과 ‘열심’ 아들을 표현하는 말

01/Sep/2020


내 안에 품으면서 키우던 아들이 ‘학교’라는 내가 없는 공간에서 6시간씩 보내고 온다. 그 시간이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아들이 알려주지 않으면 도통 알 수가 없다. 그것도 갑자기 무언가 본인이 생각나서 이야기하고 싶을 때만 전해준다. 그러면 난 급하게 주워 담느라 집중을 하느라 혼이 난다.


이렇게 1년이 4분의 3이 지나고 나니 그동안 조각조각 주워 담았던 아들의 학교 생활을 붙여보니 윤곽이 나왔다.


아들은 ‘꼼꼼하게 열심히' 지내고 있었다. 평소 아들의 모습,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대로 두면 날아갈 것 같은 자유로운 영혼






어느 날이었다.


(아들) ‘아빠 나 학교에서 마트를 많이 봤어~’

(나) ‘응? 무슨 이야기야?’

(아들) ‘아, 담임 선생님 컴퓨터에서 빅 더블유를 봤고, 학교 놀이터에서 놀 때 알디 트럭을 봤어. 그리고 부담임 선생님이 산 장난감을 마트 종이(카탈로그)에서 봤어.’


선생님들의 물품들에서 우리가 자주 가는 마트 로고들을 본 것이고, 지나가는 마트 로고가 있는 차량을 본 것이다. 그런 세심한 관찰을 모아서 ‘학교에서 마트 많이 봤어’라고 내게 전해준 것이다.


대조를 하기 위해 내 이야기를 하자면 ‘난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난 주변을 잘 볼 줄 모르고, 특히나 남의 물건이나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하지만 아들은 늘 꼼꼼하게 관찰하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잘 담아둔다. 엄마의 영향이라고 봐야겠다. (파랑을 나는 ‘두리번 여왕’이라고 부른다. 도대체 앞으로 가질 않는다. 한걸음 가면 머물러서 구경 중이다.)






어젯밤이었다. 파랑이 늦는 날이어서 나랑 둘이 잘 준비를 마쳤는데, 갑자기 아들이 춤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마카레나’라고 기억 나시나? 


그 노래와 춤을 배워온 것이다. 한참을 진지하게 노래와 춤을 내게 전해주고는 같이 추자고 했다. 한 10번을 부르고 춤을 추었던 것 같다. 그 꼼꼼한 춤사위와 열심인 몸놀림이 딱 아들 같았다.  덕분에 기절하듯 잠들었다. 


난 이런 율동과 노래를 배우면 잘 따라 하지도 기억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집에 와서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들은 (아직 어려서 그런 건지) 흥이 넘친다.


이런 너도, 저런 너도 너니까 지금 그대로 너답게 지내주길!


다채로운 아들의 표정






학교 메신저


1. 라이브러리

매주 빌려오고 빌려가던 학교 도서관 책을 어느 날 다시 그대로 가지고 왔다. 이상해서 생각하고 하고 있었는데... ‘아빠~ 아트 클래스 안 하는 날 라이브러리 가는 거래~’


아!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미술 시간이 격주로 있고, 도서관도 격주로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지난 학교 뉴스 레터에 적혀있었다.  와! 이제 아빠보다 훨씬 나은 아들이다. 



2. 수영 수업

(아들) ‘아빠 이제 학교에서 수영 수업할 거래~’

(나) ‘와~ 그동안 수영 배워 놓길 잘했다~ 언제 한데?’

(아들) ‘아 그건 모르겠는데, 언제 할지 모르니 가방에 수영복 챙겨줘~~’


하하. 할 때 되면 선생님이 아빠한테 편지 보내주실 테니 그때 넣어줄게. 친구들이랑 수영장에서 놀 생각에 들뜨나 보다.



3. 입방 귀 장난

아이들 장난은 한국의 우리 때나 똑같다. 요즘 한창 하는 장난은 ‘똥, 방귀’ 등이다. 입으로 방귀를 ‘푹’하고는 ‘누가 방귀 뀌었어?’라며 논다고 한다. 서로 친구들 이름을 대면서 누가 했네 하면서 논다고 한다.


밥 먹을 때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과연...







요런 저런 일상들


최근에 새로 올라간 아들 수영 레슨 선생님께서 ‘준이 즐기고 있니?’라고 물어보셨다. 그렇다고 하면서 끝나고 나면 피곤해한다고 했더니, ‘응 내가 좀 밀어붙이지’라고 하셨다. (맞다! 약간 스파르타식? ㅎ) 그날도 수업 중간에 아들이 엄청 늘고 있다고 알려주셨고, 다 마치고 나서도 오늘 엄청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감사하다.




하루는 갑자기 굴렁쇠에서 함께 지내던 1살 형님에게 영상통화가 왔다. 첫마디는 '내 편지 받았어? 5년 된 거 같은데?’ 하하. 맞다 연초에 받았던 편지를 호주까지 보내 준 형님이었다. 많이 궁금했을 것이다. 아들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당황했다. 하하. 


그땐 글씨도 못 쓸 때여서 이제 쓰려고 한다고 내가 대신 대답해줬다. 거의 30분을 통화를 했다. 뭐 별 이야기는 없이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랑 보여주고 싶은 거 보여주는 아이들의 영통이었지만. 정말 반가웠다. 옆에 계신 아기 동생과 어머님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이제 아들이 정말로 답장을 써야 할 시간이다!




어느 날 밤 전화 소리에 내가 깼다. 다른 사람도 아닌 파랑이었다. 문 좀 열어달라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면서 잠을 깨고 생각해보니... 늦은 일정을 마치고 오면서 다른 동기 차를 타고 집에 도착했는데 집 키가 없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 항상 차를 가져가서 차고로 들어왔는데 차가 없었으니 집에 들어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원래 나는 핸드폰도 다른 방에 두고 자는데 그날은 우연히 옆에 두고 잠들었었다. 정말 다행이다. 기적적이다. 너무 긴장이 풀어졌나 보다. 타지에서 긴장을 놓지 말자! 




마지막은 집 근처 호숫가를 산책하다 만난 블랙 스완 한쌍이다. 1년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나타났다. 깜짝 놀라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기려나?


두둥






나를 책으로 만들었다

나만의 첫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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