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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Oct 06. 2020

B형 독감의 습격

아프면 보고픈 엄마 아빠

아들은 자주는 아니지만 일 년에 한두 번 제대로 아프곤 했었다. 유행병도 어린이집을 다니다 보니 완벽히 피할 수는 없었다. B형 독감에 걸려서 일주일 동안 집에서 지냈던 그때가 2년 전 겨울이었다


지금 전 세계가 아직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난리다. 이곳 호주도 여전히 예외는 아니다. 뉴스에서 계속 심각성을 알리고 있고 아들 학교에서도 보건,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호주에서 아들은 거의 아프지 않았다. 유치원 다녀온 첫 주말에 응급실 신세를 진 것 외에는 따로 아픈 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환절기가 거의 없고 유사한 날씨와 기후, 온도가 유지되는 탓일 것이다. 우리 부부도 특별히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아들은 가끔 공부에 바쁜 엄마를 충분히 못 봐서 상사병에 걸리곤 한다. 많이 서운할 때는 한번 하늘에 뜬 구름을 보고 엄마 얼굴 같다고 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잘 지내다도 가끔씩 생각이 나는 엄마가 보고픈 때가 있나 보다.






20180210


이번 겨울에는 정말 준영이가 거의 아프지 않고 병원도 안 가고 잘 지내고 있었다. 여러 가지 노력에 의해(비타민, 영양제, 감기 예방 민간요법 등등)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거의 말미에 결국 B형 독감이 걸렸다. ㅠㅠ


확진을 받고는 약 일주일 동안 굴렁쇠를 못 가게 되었다. 거기에 맨날 붙어 있는 파랑도 B형 독감. ㅜㅜ 일단 병가를 받은 파랑이 함께 집에서 지내면서 나는 다른 방에서 격리(??) 생활을 며칠 하게 되었다. 다행히 파랑은 증상이 심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환자라는 사실은 까먹고 그냥 대하다가 혼나기를 몇 번...) 준영이만 기침과 고열에 힘들어했다.


아파도 활발하고 밝게 지내준 준영이가 고마웠다. 파랑 병가 마지막 날에는 준영이가 "엄마 나 힘들어"라고 해서 "왜? 뭐가 힘들어?"라고 물으니 “아빠 보고 싶어서~”라고 했단다. (믿거나 말거나. 하하. 아빠랑 있으면 엄마가 주기적으로 보고 싶다고 한다.)


중간에 처갓댁의 도움도 받고, 병원에서 다 나았다는 소견을 받고는 마지막 금요일에는 내가 휴가를 내고 아들과 함께 지냈다. 다 나았다고는 하지만, 밥 맛을 잃어서 야윈 아들을 데리고 어디를 놀러 갈 수는 없었고 답답해하는 준영이를 데리고 바로 뒤 어린이도서관으로 향했다.


평소 같으면 꽉 차서 있을 좋은 자리 (쿠션과 창이 보이는 별도의 공간)이 비어 있었고, 준영이는 바람같이 가서 자리를 맡았다. “여기 맨날 다른 친구들 있어서 못 왔었는데~~"라고 하며 나도 덕분에 편하게 독서를 하였다.


아직 글을 못 읽는 준영이가 책을 몇 권 가져와서 읽어 주었는데 더 책을 가져오지 않고는 가져온 이불을 가지고 뒹굴뒹굴하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방금 12시간 자고 일어났는데..) 체력이 많이 떨어졌던 것이다. 거의 1시간 30분을 자고는 깨서 집에 가자고 했다.


점심을 먹이겠다는 생각에 도서관 매점/식당에 가서 밥, 과자, 음료수를 골고루 사서는 이것저것 먹였다. (다행히 먹었다. 물론 '타요'를 좀 보여주면서..) 그리고는 발견해 두었던 ‘솜사탕'을 사서 집에 가서 먹자고 하였다. 날씨도 아직 추워서 집으로 가서 솜사탕을 먹였다. (아니 나는 안 주고 혼자서 다 먹었다.)


어제오늘 응아를 안 해서 좀 걱정이었는데 갑자기 마렵다고 하며 시원하게 해결하였다. 아직은 노는 게 좀 시원치 않지만 주말에 엄마 아빠랑 같이 지내면서 회복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아픔을 딛고 성장하고 있다.


밥 좀 많이 잘 먹자! (어린 시절 영양실조 수준의 아빠 닮아서 그런 것 같지만 ㅜㅜ)


진지한 드라이버 / 독서가 / 홍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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