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와 모둠
지금 봐도 정말 엄청난 첫 ‘옛날이야기’였다.
처음 겪는 모든 것을 쭉쭉 흡수하던 그때, 늘 구수한 첫 경험을 아들에게 선사해 주었던 ‘굴렁쇠’에 정말 감사하다. 아이의 시작을 ‘공동육아’로 하게 된 것은 아주 큰 행운이었다.
20170428
어제저녁에는 또 엄청난 일이 있었다! 준영이가 나에게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해준 것이었다!!
정말 그 순간 정신을 놓고 깜짝 놀라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 내용은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옛날 옛날에,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악어 하마 호랑이 도깨비가 살았어
할아버지 할머니 고래 상어 사자 멍멍이는 사이좋게 살았데
모둠 끝이야~'
엄청난 내용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했다.
굴렁쇠에는 일정에 다 같이 모이는 '모둠'이라는 것이 있다. 주말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월요일 '차 모둠', 하루를 시작하는 '시작 모둠' 등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선생님께 옛날이야기도 듣는다. 낮잠 자기 전에도 이불을 펴고 누워서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이 든다.
이제는 많이 없어진 전해 듣는 옛날이야기 문화지만, 그냥 단순히 책을 읽는 것보다 부모/교사에게 듣는 이야기, 직접 해보는 이야기가 정서/학습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좋다고 한다.
꼭 무엇이 발달에 좋다는 것을 떠나서, 나도 어려서 할머니, 엄마 아빠, 사촌 형, 친구들한테 전해 듣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었고, 또 이야기를 남에게 재밌게 전달하려고 이런저런 고민을 했었던 추억이 있었기 때문에 준영이가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인상이 깊었던 것 같다.
준영이에게 매일매일 놀라움을 보고 있고, 이를 가능하게 해 주는 굴렁쇠가 감사하다.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