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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Oct 28. 2020

가족 중 일벌처럼 부지런한 사람은? 그리고 하는 일은?

본격 봄방학 즐기기 시동!

29/Sep/2020


여러 번 밝혀졌지만 아들은 유명한 집돌이, 집콕쟁이다. 봄방학이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먼저 나서자고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집에서 아주 바쁘다. 놀고 놀아도 시간이 모자라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밖에 나가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자고 물어봐도 대답이 신통치 않다. 그럼 나도 원하지 않고 집에 좋다는 아이를 억지고 데려고 나가기도 뭐해서 그만둔다. 그러다 보니 누구 집에 놀러 가는 것 보다도 우리 집에 누가 놀러 오는 것은 100% 선호한다.


얼마 전에는 이웃사촌 누나가 놀러 와서 신나는 시간을 보냈고 (이러면 또 아주 잘 논다. 자기 영역이라서 그런가 보다) 지인 가족이 2박 3일 캠핑을 가는데 같이 가자고 했으나 아들의 완강한 반대로 떠나지 못했다. (집 밖에서는 자기 싫어!)


그나마 하루 나가서 놀다 온 것도 거의 몇 달을 타지 않고 방치되어있는 자전거를 약간 의무감(?)으로 타러 나갔던 것이 전부였다. (선물해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영상 통화할 때마다 잘 타고 있냐고 물어보셔서 매번 아니라고 대답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하하.)


이런 편안한 아들의 방학 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다. 바로 엄마, 파랑이 남은 절반의 방학 즐기기에 적극적으로 합류한 것이다.


멋진 라이더 / 자전거보다는 놀이터






<봄방학 계획>


계획을 좋아하는 나를 닮은 아들의 취향에 맞춰 파랑이 하고 싶은 것을 5가지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온 키워드가 ‘동물원, 수족관, 여행, TV, 영화관’였다.


그 키워드를 받아서 하면 하는 행동파 파랑이 바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하면 하는 때가 정말 자주 오지 않지만 그 추진력은 세계 최강이다)


여행과 수족관을 묶어서 1박 2일 일정을 예약 완료했고, 동물원은 어제 다녀왔다. TV는 보고 싶은 대로 보라고 했다. (이미 마음껏 보고 있긴 한데 뭐가 부족했던 걸까...) 다 같이 영화관 가서 볼 영화도 정해두었다.


그리고 아들이 방학인 만큼 파랑도 일주일 방학이기에 그동안 하지 못한 일들, 약속들을 잡았다. 그렇게 두 학생의 방학 일정이 꽉꽉 채워졌다. 아들과 파랑 칭찬해! (계획을 사랑하는 아빠&남편)


자기 전 책 읽기 / 나가면 좋은 아들






<시작된 계획 실행>


몇 개월 만에 아들 수영 수업을 파랑이 함께 갔다. 아들은 조금 긴장했지만 더 멋지고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파랑은 많이 놀랐고 선생님께서도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해진 시간이었다.


주말에는 아들과 파랑이 함께 호숫가 조깅을 하고 오기도 했다. 물론 파랑이 맞춰줬겠지만 집돌이 아들이 함께 쉬지 않고 달리기를 하고 온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주말에는 미뤄둔 파랑 학교 동기 이모들과의 약속으로 이곳에서 정말 드문 줄 서서 먹는 맛집에 다녀왔다. ‘Rice Boi’였는데 다음에 다시 제대로 올려보도록 하겠다. (먹느라 사진도 없음...) 그리고 산책을 하며 폭스바겐 밴? 캠핑카? 들을 전시해 놓은 곳을 들르기도 했다. 관리할 자신은 없기에 그저 보는 것으로도 만족스러운 풍경이었다. 


그리고 딱 1년 만에 ‘호주 동물원’에 다녀왔다. 작년 유치원 봄방학 때 오고 다시 오는 것이었다. 그때와 달리 우리는 많이 여유로워졌다. 호주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이곳이 처음이 아니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아들이 1년 동안 많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장한 것이 나들이를 매우 수월하게 해 주었다. 지난번처럼 모든 곳을 샅샅이 보겠다는 욕심을 접어두고 우리 나름의 코스를 짜서 편안하게 다녔다. 시원한 날씨 덕도 있었겠지만 정말 땀 한 방울 안 나고 여유롭게 동물원을 다녀왔다. 아들 녀석은 가장 큰 목적이었던 미어캣 구경과 미어캣 친구 데려오기를 이루고 행복해했다.


어쩌면 아들에게 부족한 것이 바깥 활동에 대한 욕구가 아니라 엄마의 부재였나 싶기도 했다. 나와 둘이 있는 것도 좋지만 역시 세 가족이 함께 할 때 더 좋았다. 이렇게 없다가 있으면 더욱 좋아지나 보다. (나도 가끔 있다가 없어도 되려나? 하하.)


1년 만의 호주 동물원






<소소한 일상>


1.

파랑의 학교 수업이 오전에 있는 날이면 아들이 잠에서 깨기 전에 등교하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아들이 깨서는 '엄마 갔어? 다음엔 나 꼭 깨워줘!’라고 한다. 물론 부드럽게 깨우긴 했으나 곤히 자는 아들을 깨우기가 참 곤란하다. 그래도 본인이 원했으니 다음엔 꼭 깨워서 인사를 하게 해 줘야겠다.



2.

글자놀이를 하던 중 이런 문제가 나왔다. ‘가족 중 일벌처럼 부지런한 사람은? 그 사람이 하는 일은?’ 아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빠’와 ‘나 돌보는 것’이라고 적었다. 뭔가 뭉클하며 기분이 짠했다. (절대 엄마가 부지런하지 않아서가 아닐 것이다.)



3.

어젯밤 자정 즈음에 아들이 깨서 나를 깨웠다. ‘아빠 꼭 붙어있어 줘. 잠이 다시 안 와. 계속 깼어’ 이런 적이 처음이라서 좀 걱정되었다. 동물원도 다녀와서 피곤할 텐데 잠이 안 오니 어디가 안 좋나 싶었다. 30분 넘게 잠을 못 들어서 아직 공부 중인 파랑에게 도움을 청했다. 마침 자러 들어오던 참이었던 파랑이 아들 옆에 누워서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파랑의 판단으로는 어제 마셨던 콜라의 카페인이 원인이라고 했다. 집에는 콜라를 사두지 않는데 어젠 동물원에서 사 먹은 콜라를 열심히 얻어먹었었다. 일리가 있어 보였다. 아들도 인정을 했다. 원인을 알게 되니 나도 아들도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파랑의 자장가를 들으면서 둘 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다시 잠이 들었다.


못 데려온 코뿔소 / 미어캣 삼매경 / 데려온 미어캣 친구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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