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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Oct 31. 2020

아빠가 해주던 대충 만든 샌드위치 말고~

학교 방학+여왕 생신+추석 연휴=???

06/Oct/2020


지난 7일은 우리 세 가족이 이곳 호주에 온 뒤 가장 오랫동안 함께 푹 쉬었던 일주일이었다. 두 학생이 하고 싶었던 것들 중심으로 소중한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다.



먼저 아들이 하고 싶었던 일들은...


- 드디어 고래를 만나고 왔다! (원래 정확히는 수족관에 가고 싶어 했지만 스케일을 늘렸다.) 덕분에 나와 파랑은 멀미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왔다. 침몰하는 타이타닉보다 처절했던 고래 구경 후기는 별도로 남길 예정이다.

- 엄마와 꼭 붙어서 하루 종일 놀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엄마와 함께 놀았다. 그동안의 아쉬움을 좀 털어냈다.


고래 원정대 출발 / 돌고래는 덤 / 고래다 고래!



그리고 파랑이 하고 싶었던 일들은...


- 방학 맞이? 추석 맞이? 손님 초대 릴레이.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몇 안 되는 지인 가족들과 밥을 먹었다. 여행 간 날을 제외하고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 집엔 손님과 음식이 넘쳐났다. 그 음식들도 다양했다. 수제비, 보쌈, 겉절이, 무김치, 각종 전, 근대 된장국, 돼지고기 김치찜, 깻잎조림, 깍두기, 오이소박이까지. 그리고 직접 송편도 함께 빚어서 쪄 먹기도 했다. 모두 파랑의 행복이자 기쁨, 취미인 ‘맛있는 밥 함께 나누기’ 덕분이었다.

- 그리고 이건 파랑과 아들의 작품이긴 한데... 처음으로 세 가족이 다 같이 달리기를 했다. 파랑은 뛰고 싶었고 아들은 엄마를 따라가고 싶었고 아빠도 함께하길 원했다. 그래서 함께 호수를 뛰고 왔는데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뛰어 본 개운함, 딱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풍경에 다시 한번 놀라고 왔다. 좋은 동네다.


호주에서도 추석엔 송편이지!



마지막으로 가 하고 싶었던 일도 이루었는데...


-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 단지 내 수영장에서 다 함께 쉬면서 바비큐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일 년 만에 드디어!) 나와 아들은 물에 들락날락 거리며 늘어졌고 파랑도 선베드에서 마음껏 쉬었고 점심으로 기가 막힌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었다. 바로 집 앞에서 이런 호캉스를 누릴 수 있다니 다시 한번 이곳의 삶의 여유에 놀랐다. (심지어 그날은 우리 가족밖에 없었다!)


2미터 풀에서 둥둥 / 솜씨 발휘 중 파랑
제대로 된 샌드위치!



호주 살기를 시작한 지 각자의 일들로 서로 바빠서 함께 맘 편히 쉰 적이 별로 없었는데 마치 호주 여행을 온 것처럼 하고 싶은 것들을 다하고 지낸 일주일이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휴식을 365일 동안 계속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심심하고 밋밋했을 것 같기도 하다. 풀어졌다 당겨졌다 하면서 지내야 더욱 휴식의 행복과 일상의 보람이 서로 커지지 않을까 싶다.


내일부터 다시 두학생의 개학이다. 백수 육아 담당자인 나에게도 새로운 일상이 펼쳐질 것이다.






아들의 의미 있는 & 감성 충만 이야기들



1. 속담이 궁금해


‘나 한글 속담 책 읽고 싶어~, 배우고 싶어~'


어느 날 갑자기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가끔씩 우리 부부가 사용하고 알려주는 속담이 궁금했다 보다. 아들 생일 겸 한국에서 받아볼 물품에 바로 추가했다. 신통방통한 녀석이다. 나도 어려서 속담, 고사성어가 재밌어서 책도 많이 읽고 관심이 많았었는데 이런 것도 닮을 수 있나 보다.



2. 아빠가 대충 만든 샌드위치


파랑이 수영장 옆 바비큐 시설로 샌드위치를 만들며 솜씨를 부리고 있었는데...


‘엄마~ 아빠가 해주던 대충 만든 샌드위치 말고 맛있는 거로 해줘~’


아들이 갑자기 쉬다가 말고 벌떡 일어나서는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도시락으로 싸줬던 햄, 치즈, 딸기잼 샌드위치가 그렇게 맛이 없었다고 한다. 넌 좀 쌓아두고 묵혀두는 스타일이구나...



3. 속상한 일


아침에 일어나서 내 옆에서 뒹굴뒹굴하며 잠에서 깨던 아들이 갑자기 울먹였다. 이유를 물어보니...


‘난 호주에 오면서 속상한 일이 2가지가 있어. 햐양이랑 똘똘이랑 헤어진 거야.’


하영이는 우리가 한국에서 타던 자동차고, 똘똘이는 작은 선인장인데 물을 제대로 안 줘서 결국 시들어 죽었다.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냥 가라앉을 때까지 꼭 안고 있었다.



4. 물려 입은 팬티


지인분이 물려주신 옷 중에서 속옷도 있었는데 아들이 입기 싫어했다. 나와 파랑은 그냥 팬티라서 남이 입던 게 좀 신경 쓰여서 그러나 보다 했는데 이유가 따로 있었다.


‘난 만화 캐릭터가 싫어’


팬티에 그려져 있던 화려한 그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캐릭터 없이 생활을 해온 것은 맞지만 좀 의외였다. 아들, 그런데 요괴 메카드, 헬로카봇 이런 건 왜 좋아하는 거야?



5. 글자놀이의 보람


아들이 배부르다면서 한 숟가락만 더 먹겠다고 했다. 난 장난기가 발동해서 ‘맛있는 녀석’들에 나오는 ‘한입만’을 알려주면 크게 한 숟가락을 펐다. ‘아들, 두 유 노 한입만?’이라며 아들에게 크게 한입 먹이려는데...


잠시 생각을 하던 아들이 말했다. ‘아빠 한입만이 영어로 뭔지 알았어!’ 나랑 파랑은 바로 생각이 안 나서 아들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원 바이트!’


아주 쉽게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자유자재로 떠올리는 아들에 놀라고 있었는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빠랑 글자 놀이할 때 배운 거야. 아빠랑 함께 한 글자놀이가 도움이 되었어!’


난 더 이상 기쁠 수가 없었다.


새로운 미어캣 친구 '미미' / 개구쟁이 표정 / 이침부터 퍼즐



길지도 짧지도 않고 딱 좋았던 2주간의 방학이 끝났다. 오늘은 다시 아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간다. 올해 마지막 4 Term. 10주 동안 더 즐겁게 놀 수 있기를 기도 할게 아들! 






나를 책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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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책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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