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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02. 2020

아빠 혼자 맨날 하니까 오늘은 내가 꼭 도와줄게!

감성 터지는 아들

12/Oct/2020


난 아주 가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혼자서 웃고 울었던 순간순간이 생각난다. 갑자기 무언가 우스운 일들과 생각들이 떠오르면 꽤 오랫동안 웃느라 혼났다. 아니면 슬프고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머릿속에 찾아올 때면 괜히 눈물이 뚝뚝 나기도 했다.


커가면서 그런 일은 점점 줄어들면서 거의 없어졌다. 현실을 마주하고 살기 바빠서인 것인지 내 감정이 메말라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들은 요즘 감성이 발달하고 표현되는 시기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본인의 그때그때 찾아오는 느낌과 기분에 따라 본인의 마음 상태가 결정된다. 늘 정신을 바짝 차리면서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살아가려는 나는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차갑고 정 붙이기 어려운 아빠가 따뜻하고 정 많은 엄마를 닮은 아들과 지내는 것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한 번은 이랬다. 


갑자기 잠자기 전에 내게 눈물을 글썽이며 찾아와서 안겼다. 한참을 내게 고개를 파묻고 울더니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못 가져온 인형들이 보고 싶어.' 최대한 모두 가져오려고 했지만 워낙 큰 녀석들은 가져올 수가 없었다. 물론 함께 골라가며 다 가져가지 못하는 이유도 알려주었지만 그건 그때고 지금 기분이 그런 것이다. 그런 마음을 말해줘서 고맙다고 하며 오래 안아줬다. 다음에 이사 갈 때는 최대한 모두 챙겨서 다니자고 약속도 했다.



다른 한 번은 이랬다. 


아들이 이를 열심히 닦고 내게 달려와서 말했다. ‘아빠~ 나 뭐 반짝이는 거 있어?’ 처음엔 무슨 이야긴가 했다. 이빨을 보이며 활짝 웃는 아들을 보며 깨달았다. 하하. ‘아~ 아들 이빨이 보석처럼 반짝이네~ 열심히 잘 닦았네~’ 그제야 하얀 이빨보다 더 환하게 웃으며 기분 좋게 놀러 갔다. 이렇게나 밝고 맑은 녀석이라니.



또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봄을 맞이하여 지난 겨우내 덥고 자던 침구류를 모두 빨았다. 잠자기 전 1층에 아들과 파랑은 두고 먼저 2층 침실로 올라와서 빨라온 침구류를 다시 씌우며 정리하고 있었다. 갑자기 아들이 놀다 말고 올라와서는 말했다. ‘아빠~ 혼자 맨날 하니까 오늘은 내가 꼭 도와줄게!’ 나중에 파랑에게 물어보니 따로 부탁한 일도 없다고 했다. 그냥 아들 혼자 생각해서 찾아온 것이었다. 나였다면 어릴 적에도 지금도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 아들은 옆에서 본인 베갯잇을 끝까지 낑낑대며 처음으로 씌우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나와 보람차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따뜻한 아들이 차가운 아빠 때문에 미지근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나도 좀 더 온도를 높이려고 노력해봐야겠다. 아들의 따뜻한 감성이 우리 가족을 데워주듯이 세상에서도 많은 곳에 온기를 나누어 주길 바란다.


진지하고 즐거운 등하교






다시 개학



1. 물병 깜빡

너무 오랜만의(?) 등교였는지 첫날 내가 물병 싸주는 것을 깜빡했다. ㅡㅜ 학교 마치고 아들이 ‘아빠 나 물병을 잊어버렸나 봐, 못 찾겠어~’ 이야기하자 그때 아차 하고 생각났다. 하루 종일 물을 못 마셨을 아들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다. ㅠㅠ 다행히(?) 물을 워낙 안 마시는 아들은 목이 마르진 않았고 물병이 안 보여서 한참 찾았다고만 했다.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여러 번 사과를 했다. 나도 학교를 좀 보내봤다고 긴장이 좀 풀어졌었나 보다. ^^;;



2.Show & Share

학교에서 가끔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물건들이 있으면 ‘쇼 앤 셰어’를 한다고 한다. 어느 날은 이 그림으로 아들이 쇼 앤 셰어를 했다고 알려줬다. 내가 보기에도 멋진 그림이었다. 자신 있게 설명하는 아들이 그려졌다. 아들의 설명이 끝나자 여자 친구 둘이 찾아와서 똑같은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단다. 이미 학교 마칠 시간이어서 못 그려줬다고... 다음날도 까먹었는지 안 그렸다고... 



3.2021년 같은 반 희망 친구

마지막 Term 4를 다니고 있는데 이 기간을 마치면 내년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다. 학교도 바빠지기 시작했는데, 내년에 같은 반 친구가 되고 싶은 친구 이름을 확인해서 보내달라고 연락을 받았다. 먼저 1차로 선생님께서 아들에게 ‘함께 공부하기 좋은 친구들이 누구니?’라고 여쭤보셔서 아들이 대답한 친구들 이름 5명이 적혀있었다. 평소에 같이 노는 친구들과 조금 달라서 아들에게 다시 ‘내년에 같은 반 되고 싶은 친구들 누구야?’라고 물으니 조금 다르게 이름을 대었다. 파랑과 상의해서 아들의 나중 답변으로 수정해서 보내기로 했다. 우선은 같이 지내면서 놀기 좋은 친구들이 더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공부는 뭐... 노는 게 공부니까. 하하.


친구들에게 셜명한 멋진 그림 / 진진한 글자 놀이 중 / 결국 다 맞춘 의지의 한국인




호주는 벌써 연말 준비 중



호주는 연말 분위기를 이른 시기인 지금부터 슬슬 내뿜고 있다. 쇼핑몰이나 마트에 가면 할로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파티 용품을 전시하며 판매 중이다. 아들도 학교에서 ‘북 윅스 셀레브레이션’이라는 행사가 곧 있는데, 좋아하는 책의 캐릭터로 변장하는 날이다. 그리고 곧 찾아올 할로윈 코스튬도 재정비가 필요했다.


아들과 파랑이 어떤 캐릭터로 변장할지 사전에 많은 논의를 진행했다. 가게 현장에서 없는 것들이 있어서 여러 번 설득? 합의? 끝에 이렇게 결정했다. 토끼와 거미로! 벌써 그날이 기대된다.


*2019 할로윈 데이, 그 뜨거웠던 현장 속으로!


토끼 / 스파이더보이






주말에는 날이 좋아서 푹 쉬었다. 토요일에는 단지 내 수영장에서 물놀이와 바비큐 점심을 즐겼다. 파랑 학교 동기 가족도 불러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때도 우리 밖에 없었다. 다들 바다로 산으로 떠났나 보다. 참 활동적인 호주 사람들이다.)




그리고 금요일 밤, 정확히는 토요일 새벽에는 ‘정말 별 일’이 다 있었다. 아직도 우리 집 앞에 있는 정체모를 이 청바지가 그 주인공이다. 곧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가 막힌 이 이야기를 전해보려 한다. (커밍순...)


기가 막힌 그 이야기






나를 책으로 만들었다

나만의 첫 이야기

진짜 책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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