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인사회, 커뮤니티 그리고 갈등 요소
이곳 호주에 살러 오기 전에 주변 어르신들에게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가 있다.
‘가서 한국 사람을 제일 조심해라’
‘누구누구는 한국사람한테 뒤통수 맞았다더라’
‘외국에 살고 있는 한국사람이 제일 무섭다더라’
무슨 의도와 의미로 그런 말씀들을 하셨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 중 아무래도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우리 머릿속에 남아서 일 것이다. 나도 비슷한 이야기들을 이래저래 많이 들었었다.
하지만 여행 당시에 한인교회, 한인 가족들로부터 얻은 좋은 기억들이 많았었고, 우리만 처신을 잘하면 별 문제없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하지 않고 왔다. 아직까지 아주 큰 불편함은 없다. (-> 작지만 신경이 쓰일락 말락 하는 불편함은 있다? 하하.)
현재까지 좁고 얕게 경험하고 있는 단편적인 정보와 내용들로 내가 이해하고 느낀 ‘호주 한인사회’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호주에 여러 가지 이유로 생활하고 있다. 유학생, 워킹홀리데이 청년, 해외취업자, 영주권 소유자, 시민권(호주 국적) 소유자 등등 아주 다양하다. 이 한국사람들이 교류가 이루어지는 접점에 자연스럽게 한인 커뮤니티가 생성된다.
오프라인 접점으로는 한인교회, 한인마트, 한인식당, 한인 가게, 한인 셰어하우스, 한인 유학생 모임 등이 있고 온라인 접점으로는 한인 카페/사이트, 한인신문 등이 있겠다.
어떤 커뮤니티든 모두 생성 목적은 동일하다. 참여하는 이들의 편리함과 이익을 위해서이다. 그것이 금전적인 것이든, 심리적인 것이든 서로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안에서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일들이 생긴다면? 갈등이 생겨서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에는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있는 선샤인 코스트에는 2곳의 한인 교회가 있다. 처음에는 여행 때 맺은 인연을 이어나가면서 ‘유나이팅 처치’에 1년 다녔고 지금은 ‘성결교회에 나가고 있다.
한인교회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아주 많다. 종교적인 소속감, 심리적인 안정감, 이해하고 공감하기 쉬운 말씀, 지역 한인 교제, 정보 교류 등 정말 크다. 또한 아이들의 경우 또래 한인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유일무이한 시간을 가진다.
우리 가족도 한인교회를 통해 수없이 많은 도움을 받았고 받고 있다. (아래 글 참고)
특별히 한식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어느 지역에 살든 제일 먼저 찾는 것이 바로 ‘한인마트’가 아닐까 싶다. 고향의 식품,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가까이에 어느 정도 규모로 있는지가 해외생활의 질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기존의 유일한 한인마트가 접근성 좋은 곳에 리뉴얼 오픈하면서 좀 더 커졌다. 물론 대도시의 한인마트들에 비하면 부족한 면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 집에서 먹고 마시고 하는 것과 사실 그렇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인마트에서는 필요한 한국 제품 요청을 받아서 공수해 주시기도 한다. 그리고 한인 택배를 받아서 보내는 업무도 하고 있다.
집에서 해 먹는 한식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때 찾게 되는 것이 ‘한인식당’이다. 내가 있는 곳이 시골이어서 몇 군데 되지 않아 모두 가 보았다. 한 번씩 가보고 아주 가끔 가는 것을 보아하니 가성비가 좋지 않나 보다. 하하. 아무래도 어지간한 것을 집에서 다 해 먹을 수 있고 워낙 외식비가 비싸고, 한국 현지의 맛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이상 가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대도시에 가면 유명하고 잘하는 한인식당이 더 많다고 한다. 시드니 여행 당시에 갔던 한인 중국집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항상 와이프랑도 하는 말이 메뉴 하나 정해서 한인식당을 제대로 하면 어떨까인데 한인식당 하는 분들도 제대로 하기 싫어서 이 정도로 운영할까 싶긴 하다. 무언가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가 모르는 여러 고민 포인트가 많을 것 같다. (인건비 등등)
한인식당 외에도 한국분이 운영하시는 가게들이 많다. 한식식당이 아닌 일식 식당, 특히 초밥집을 운영하는 분들이 대부분이 한국분들이라고 한다. 실제도 우리가 찾아간 초밥집의 대부분이 한국 사장님이 계셨다. 아무래도 일식의 세계화가 한식의 세계화를 압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호주 현지인들도 초밥집에는 늘 많다. 그래서 그런지 초밥 메뉴가 호주 입맛으로 변형되어 있다. 밥 양이 많고, 달고 짜다. 한국 초밥집이 그리울 때도 있다.
식당 외에도 한인 정비소, 한인 부동산 등 요소요소 필요한 가게들을 하나씩은 한인 사장님들이 계신 것 같다. 몇 번 찾아갔던 한인 정비소도 너무 친절하셨고 무료 상담을 받았던 한인 부동산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한인 가게들이 있어서 이곳에서의 생활이 편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이 주인인 집에서 여러 명의 셰어 생을 두며 운영하는 곳이다. 우리는 별도로 렌트를 해서 살고 있어서 경험할 일이 없지만 와이프의 학교 친구들 중 싱글이거나 아이가 없는 커플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셰어’라는 것은 방이 여러 개인 집에 집주인 또는 메인 렌트인(=마스터)가 살면서 방들을 각각 일정 금액을 받고 같이 사는 사람(셰어 생)을 받아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공동생활공간(주방, 거실 등)을 같이 쓰며 각각의 규칙을 지키며 살아간다고 한다. 우선적으로 서로 비용을 세이브할 수 있어서 돌아가는 구조이다.
외국인, 호주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도 있지만 아무래도 한인 셰어하우스가 주는 장점이 있어서 한인 셰어 생들은 선호한다고 한다. 말이 통하고, 문화적인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집에도 방이 하나 여유가 있는데 기회가 되면 한번 시도해볼까 하고 와이프랑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다.
호주의 주요 산업 중 한 가지가 ‘교육’이라고 한다. 호주 현지인 교육보다는 해외에서 오는 유학생들이 끌어오는 돈으로 돌아가는 산업이다. 무튼 그렇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정말 많고, 한국 유학생들도 많다.
와이프가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인 유학생들과 접하고 지낼 기회가 많다. 그 안에서 여러 모임들이 있고 많은 정보가 오고 간다고 한다.
나도 대학생 시설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 시절 어학원을 다니면서 한인 학생들과 많이 어울렸던 기억이 난다. 한국어를 자제하며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야심 차게 왔었지만 쉽게 되는 게 아니더라. 하하.
같은 고민과 상황의 유학생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힘을 주는 커뮤니티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잘 들여다보지는 않지만 온라인에도 많은 커뮤니티가 있다고 한다. 엄마들, 유학생들, 영주권자들 등등 각각의 성격에 맞는 각종 커뮤니티가 있다고 한다. 아직 그 정도로 무언가 교류가 필요하거나 필요한 정보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따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곳은 없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인지라 온라인 상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매우 많을 것 같다. 물론 ‘카더라’나 사실이 아닌 소문들은 잘 걸러서 들어야 할 것이다. 하하.
한인사회 및 국내 소식을 접할 수 있는 한인신문도 발행된다. 한인마트나 한인 가게에 가면 볼 수 있다. 가끔 들여다보면 이런저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현지에서 필요한 한인 가게 오픈 소식이라든지, 현지에서 가지게 되는 고민을 상담해주는 곳이라든지 활용하면 좋다. 또한 신문은 전통적인 광고판이기 때문에 필요한 광고를 찾거나 직접 내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여러 한인 커뮤니티로부터 크고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역시 어디나 그렇듯이 사람이 모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건너 건너 들은 이야기도 많고 옆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한 적도 있다. 이 부분은 따로 별도 글로도 올렸었는데 간단히 내 생각을 남겨두자면 이러하다.
이곳 타지에 온 변화의 목적과 이유가 있을 텐데 결국 한국 방식대로 살아가기 때문에 갈등이 생겨나는 것 같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부정적인 한국의 방식은 바로 남과 ‘비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한 경쟁심리와 질투가 갈등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자유롭고 남 눈치, 신경 안 쓰고 사는 게 호주 라이프의 매력인데 여기까지 와서 남들을 살피며 ‘누가 이렇고 저렇고’ 따져가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한인 커뮤니티와 단절하고 살아가는 한인들도 있다. 부정적인 경험이 많아서 아예 완전 차단을 한 것이다.
안타깝다. 한인 커뮤니티의 다양한 장점이 있는 만큼 갈등이라는 단점이 없을 수 없겠지만... 그 갈등을 만드는 요소가 한국사회의 만연한 그것, ‘남과의 비교 (=남 신경 쓰고, 남 이야기 하기, 남 깎아내리기)’라는 것이 참 안타깝다.
한국에서 온 ‘나쁜 그것’ - <비교> <질투> <패 가르기>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