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브런치 북 발간
이 세상에는 정말 수많은 스토리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며 듣는 모든 것은 누군가의 이야기다. 그들이 겪고 생각한 것이 책, 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그것들에 둘러 쌓인 채 살아가며 단 한 번도 ‘내 이야기도 저 중에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말이었다. 별로 욕심과 야망이 없는 나는 그랬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가 생기면서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 그리고 생각을 시작했다. 그 생각을 남겨두기 위해 계속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나만의 이야기를 갖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내 경험과 생각을 모으면 나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지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실 책을 쓰는 것이나 글을 쓰는 것이나 같다고 생각했다. 매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같은 주제 안에서 쓰는 것이 더 편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매일 같은 주제로 쓰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 쓰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하루 걸러 하루씩 썼다.
전체를 생각하고 쓰는 글쓰기는 또 다른 것이었다. 매력 있었다. 분명 기존의 글쓰기보다는 다른 힘듬이 있었지만 이것도 해내고 나면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쓰는 내내 많이 설레고 좋았다. 그전에도 매일 써 내려가긴 했지만 어쩐지 내 마음가짐이 달랐고 실제로 쓰는 것도 조금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이틀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해뜨기 전에 책상에 앉아 그날의 생각을 정리하고 해가 뜰 무렵 마무리하는 그 몰입의 시간은 언제나 최고였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할 수 있는지 글자로 쏟아내면서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렇게 하나의 주제로 책이라는 것을 목표로 써보고 나니 글 쓰는 것이 참 재미있는 일이구나 새삼 깨달았다.
이렇게 약 한 달 동안 12개의 글을 썼고 기존에 써두었던 8개의 글을 함께 엮어서 브런치 북을 만들었다. 하루 열심히 고민 끝에 글을 쓰고 다시 하루 쉬면서 다음을 준비하는 오르락 내리락은 참 재미있는 리듬이었다. 앞으로도 어차피 매일 써 내려갈 것인데 종종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이렇게 책으로 묶어두면 좋을 것 같다.
새로운 브런치의 경험이었다. 혹시 아직 브런치 북을 만들어보지 않은 작가님들이 계시다면 한 번 꼭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책이라고 묶었으니 책이라고 해야겠지만, 정말 이게 책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한 가지 주제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고 매끄러워 보이는 순서와 묶음으로 배열했다.
정해놓은 목차가 끝나자 잠시 이 주제에 대해 고민을 쉴 수 있어서 좀 후련할 줄 알았는데 허전함이 더 크게 다가와서 놀랐다. 아직 쓰고 싶은 게 많이 남아있나 보다.
하지만 지금의 이 열정 어린 리듬이 영원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 당분간은 다른 주제를 계속 잡아가며 열정이 사라질 때까지는 계속 써보려고 한다.
다행히 ‘작가’로서 살아갈 수 없다는 현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에 그런 식의 성공에 대한 기대와 실망에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일단 지금은 그렇다.
모두 그동안 읽어주시고 공감과 응원을 전해주신 덕분이다. 정말 그것이 없었다면 다 못썼을 것 같다. 기대 이상으로 아주 컸던 관심과 반응 덕분에 전혀 지치지 않고 즐겁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사실 발간은 애 진작에 했어야 하는데 ‘브런치 북’ 소개글이 안 써져서 한참을 헤맸다. 내가 쓴 글을 요약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이게 참 뭐라고 며칠 동안 한 글자도 생각이 안 났다. 그러다 오늘은 내야 할 것 같아서 떠오르는 대로 적어 내려갔다. 아직도 전체를 잘 설명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맞는 것 같아서 이대로 끝냈다. 이 소개글이 내 첫 브런치 북을 잘 전달해주길 바라며 이곳에도 남겨둔다.
아빠란 어떤 존재일까요? 아이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그리고 아빠는 아이와 어떤 관계를 맺어갈까요? 이 수많은 질문에 마주 선 막연히 ‘좋은 아빠’의 꿈을 꾸었던 한 아빠의 이야기가 여기 있습니다. 왜 아빠는 육아를 외면하고 모른척하며 엄마에게 모두 미루어 두는지 몰랐습니다. 그런 아빠 밑에서 자라면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내 아이에게 그저 그런 이름만 아빠인 사람으로 불리게 될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행동하고 또 행동했습니다. 이제는 아빠라고 불리는 것이 덜 어색해졌습니다. 제 이야기가 당신에게 고민의 시작을 열어주길 희망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순간까지 읽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