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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Oct 16. 2020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은? 음악 말고

브런치 중독에 대하여

브런치에 대한 평소 생각으로 아래 질문들에 답하시오.

‘하루에 한 번은 꼭 하나요?

‘하지 않으면 초조하고 불안하고 어쩔 줄 모르나요?’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나요?’

‘그만두려고 해도 쉽게 끊지 못하나요?’

‘하고 나면 기분이 많이 좋아지나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이를 금방 잊고 다시 시작하나요?’



이 질문들에 ‘어, 어...’하며 대부분 고객을 끄덕이고 있다면 큰일이다. 당신은 ‘브런치’에 중독되었다. 틀림없다. 약도 없다. 원래 중독은 치료가 힘들다. 본인 스스로 깨닫는다 쳐도 이미 늦었고 고치기 어렵다. 알고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중독이기 때문이다. 이 ‘브런치 중독’은 다른 중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적인 중독의 요소는 비슷하다. ‘도박 중독’과 한번 비교해보자


- 도박과 브런치는 모두 밑천이 필요하다. 바로 돈과 글이다.


- 이를 통해 얻는 기쁨도 있다.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몇 배를 벌었느냐, 그리고 내 글에 대한 관심도 ‘라이킷, 댓글, 구독자, 조회수’ (징글징글하죠?)


- 시간 개념이 사라진다. 밤낮없이 하게 되고 정해진 시간만 딱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들어가면 끝을 본다.


-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실력과 운이 모두 필요하다. 확률에 대한 감각과 내가 고른 것으로 결정될 운, 그리고 글을 쓰는 실력과 이것이 남들에게 알려질 운.


밑천이 떨어져도 쉽게 떠나지 못한다. 남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나 뭐가 그리도 궁금한 지 서성이며 한참을 머물러있다.


정말 비슷하지 않은가? 형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브런치 중독과 다른 중독들과의 제일 큰 차이가 있는데, 바로 그 시작점이다. 도박 중독, 마약 중독, 게임 중독 등은 밑천을 금전적인 것들로 마련할 수 있다. 판돈, 대마초, 게임 타이틀 등은 모두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브런치 중독을 위한 밑천인 ‘내가 쓴 글’은 그럴 수 없다. 이건 어디서 빌려올 수도 훔쳐올 수도 없다. 뭐가 어찌 되었든 내가 앉아서 직접 써야 한다. 쓰지 못하면 아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중독되어 브런치에 빠지면 고통이 더 심해진다. 중독되어서 막 하고 싶은데 일단 하려면 ‘글쓰기’라는 쉽지 않은 산을 넘어야 된다. 막 중독되어서 내 몸을 맡기고 뒹굴고 싶은데 그게 참 쉽지 않다. 반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글을 쓴다. (쓰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둘 수 있지 않냐고 하시는 분은 중독이 아니다. 축하드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을 열심히 쓴 만큼 더 중독된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대충 쓰고 대충 끼적인 다음 이것을 들고 뛰어들면 별로 그 맛이 나질 않는다. ‘이거야!’, ‘오 이 정도면?’이라는 신께서 자신에게만 속삭여 주었다는 강력한 믿음으로 자신 있게 써 내려간 글을 가지고 뛰어든다. 그리고 별게 아니었음을 하루 만에 다른 이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다시 한번 깨닫고 탈탈 영혼까지 모두 털리고 터덜터덜 돌아온다. 하지만 곧 다시 까맣게 잊고 다음번에도 ‘와, 이번에는 느낌이 좋아!’, ‘이건 이미 대박이야!’라며 또 시작한다. 정말 무서운 중독이다. 머릿속에 지우개를 넣고 무한 반복을 시키는 이 엄청난 중독성.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런 자기 위안을 해본다. (유의하시길. 자기 위안이야말로 중독의 큰 특징이다!) 이런 중독이라면 나쁘지 않지 않을까? 아니 좋은 중독 아닐까? 어쨌든 어떤 이유로든 글을 써 내려가니까 말이다. ‘글쓰기’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면 괜찮지 않을까? 아직 나는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괜찮다며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이것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좀 조절이 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오늘도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이렇게 쓴다. 내 실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하게 믿고, 운만 따라주면 언젠가 대박을 칠 수 있다며 ‘발행’을 누른다. ‘이번엔 제발!’이라며 뜬금없는 기도도 하고 지치지도 않게 좋은 결과를 또 기다려본다. 매일 반복되는데도 매일 잊어버리니 참 무섭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이 글도 원래 오늘 이렇게 쓰려던 게 아니었다. 일어나자마자 떠오르는 생각이 이것뿐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써내려 간다. 이게 중독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난 이 단어 말고 더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하겠다. 한 때는 음악이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고 했는데 이젠 ‘브런치’가 그 반열에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만큼 글을 쓰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 계신 브런치 중독자분들께 묻는다. 우리 모두 중독 맞지요? 중독되어 즐기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짜내며 흰 바탕에 열심히 글자를 뱉어내고 있지요? 자신의 글이 없으면 빠져들 수도 없게 하는 이곳. 지독하면서도 참 매력적인 녀석입니다. 동의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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