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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12. 2020

당신의 구독을 강요하지 않는다

강요된 라이킷, 불편한 댓글 그리고 구독을 위한 구독

브런치는 아주 단순한 곳이다. 글이 좋으면 ‘라이킷’을 누르고, 내 생각을 남기고 싶으면 '댓글'을 단다. 그 작가의 다음 글을 계속 읽고 싶으면 ‘구독’을 한다. 이 세 가지 행동이 꼭 과정처럼 순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행동들은 거꾸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어떤 글에는 라이킷을 누르지 않게 되고, 댓글을 달지 않게 된다. 어떤 작가의 구독을 해지하기도 한다. 이런 아주 단순한 브런치가 직접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면서 많이 복잡해졌다.



강요된 라이킷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는 표현은 사실 굉장한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엇인가 좋다는 말을 얼마나 자주 하는가? 특히나 칭찬에 인색한 우리 사회에서 내 취향을 표현하는 것은 아직도 많이 어색하다. 그 ‘좋아한다’는 마음은 그만큼 우리에게 소중하고 남발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데 브런치도 그럴까? 브런치에서는 좋아요를 ‘라이킷’으로 꾹 누르면서 표현한다. 글을 발행하는 작가가 아니고 독자로서 이용만 할 때는 정말 조심히 눌렀다. 왜냐하면 ‘글 읽는 서재’에 내가 라이킷을 한 글들이 쌓였고 그것은 나만의 컬렉션이 되어 나중에 두고두고 읽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입장이 바뀌고 나서는 자주 많이 누르게 된다. 처음에 작가가 되고 나서는 우선 내 글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에게 찾아가 ‘라이킷’을 눌러댔다. 안 읽고 누른 것은 아니었지만 읽고 나서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눌렀다. 그래서 지금 ‘글 읽는 서재’는 내게 소용이 없어진 공간이 되었다. 그것에 있는 내가 라이킷한 글들은 평생 못 읽을 분량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라이킷’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 강요된 듯이 사용했다. 마치 내가 이 글을 읽었다는 표시를 남기는 것처럼, 발도장을 찍듯이 말이다.


이젠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글쓰기를 시작한 블로그에서 정말 싫었던 기능이 글을 읽지도 않고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것이었는데, 지금 이곳 브런치에서 읽은 모든 글에 라이킷을 누르는 것은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젠 정말 내가 많이 공감하는 글에만 라이킷을 누르기로 했다.



불편한 댓글


글을 써서 내 생각을 남기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힘든 것이 바로 남의 글을 읽고 나서 댓글을 다는 것이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나서 글쓴이의 생각이 이해한 대로 머릿속에 남아있어야 하며, 거기에 내가 덧붙이고 싶은 생각이 있을 때 댓글이 탄생한다. 이는 보통일이 아니다. 그저 내 생각을 마이웨이로 쏟아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물론 가끔은 글 자체가 너무 좋아서, 고마워서, 감사해서 잘 읽었다고 짧게 남기기도 한다. (‘공감과 응원의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라고 댓글 창에 안내 멘트가 있듯이!)


이 또한 처음에는 그저 반가운 마음에 별 내용 없는 댓글을 많이 달았던 것도 같다. 이것도 무수히 남발했던 ‘라이킷’처럼 내가 당신의 글을 잘 읽고 있음을 표현하려던 수단이었던 것 같다. 나 또한 내가 의미 없이 달았던 댓글처럼 내 글에 달려있는 댓글에 불편해한 적이 있다. 정말 내 글을 읽었는지,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 글을 썼는지 생각을 한 번이라도 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무성의한 댓글이었다. 이런 댓들은 정말 없는 것보다도 못하다. 내가 이러려고 이 글을 썼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젠 알게 되었다. 댓글은 정말로 공감했을 때, 내가 덧붙일 이야기가 있을 때, 그리고 이 글을 쓴 작가에게 고마움과 응원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을 때 사용해야 하는 것임을. 글을 읽고 내 마음이, 아니 내 손이 이미 키보드로 향해 있을 때만 자연스럽게 댓글을 달기로 했다.



구독을 위한 구독


‘구독’은 ‘브런치의 꽃'이다. 구독이란 무엇인가? 어떤 글을 구입해서(일부러 구하여) 읽는 것이다. 브런치는 돈을 따로 내지 않으니 우리는 구독한 작가의 글을 우리의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읽는다. 어떤 누군가의 시간과 정성을 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우리가 살면서 이런 관심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이건 아무리 노력해도 내 마음대로 되기 쉽지 않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구하는 것이다. 그만큼 ‘구독’이라는 것은 진실되고 소중한 ‘내 마음의 허락’이다.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반가움에 구독 작가를 마구 늘려갔다. 돌아보면 ‘구독을 위한 구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당신을 구독하니 당신도 날 구독해달라.’ (의리!) 누구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나 혼자 그렇게 분위기를 느꼈던 것 같다. 다행히 초기의 흥분상태가 좀 지나고 나니 머리와 마음에 맑은 부분이 좀 생겨났다. 마구 눌러두었던 구독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보니 나와 맞지 않거나, 공감이 전혀 안되거나, 심지어 읽고 나서 불편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구독을 해지하기도 했다. 물론 구독을 해지했다고 그 작가님들의 글을 앞으로도 읽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 후로도 궁금한 마음에 왕래를 하며 글을 읽곤 한다. 그러다가 다시 구독을 하기도 한 경우도 있다.


‘구독’은 앞으로도 계속 읽고 싶다는 의미다. 한동안 글이 새로 올라오지 않고, 그 글이 나와 맞지 않다면 억지로 구독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다. 브런치의 ‘구독’을 블로그의 ‘이웃’이나 싸이월드의 ‘1촌’ 정도의 의미로 여기면서 브런치를 글 쓰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면 내 생각과 다를 수도 있겠다. 나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내가 구독하는 작가님들의 ‘동지’보다는 ‘팬’으로 남고 싶다. 많이 부족한 내가 하나라도 배움을 받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이 앞서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위에서 늘어놓은 이야기만 보면 이 녀석이 정말 정확한 잣대와 기준을 가지고 브런치 활동을 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당연히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언제나 말과 행동이 다르듯이 말이다. (내가 뱉는 말처럼, 글처럼만 살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그래도 많이 달라졌다. 최소한 한번 더 생각하면서 무분별한 이용은 자제하고 있다. 지금도 내 글에 라이킷을 눌러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 그리고 구독해주시는 분들을 찾아가서 꼭 읽어본다. 그리고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알쏭달쏭하면 다음으로 미루어 두고 다음 글을 읽어보고 판단한다.


요즘에는 ‘브런치 홈’을 잘 보지 않는데 너무 매번 비슷한 글들과 제목, 그리고 얼마 안 되는 작가님들 풀에서만 돌아가는 느낌이라서 그렇다. 브런치 홈에 올라오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들이라고 해서 항상 내가 좋아해 지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어떻게 매번 모든 글이 내 마음에 쏙 들어오고 좋겠는가? 우리 모두 다 다른 사람이고 생각이 다른데 말이다.


그렇다면 나를 구독해주시는 분들은 어떤 마음일까? 다른 무엇보다도 일단 그분들께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마구마구 드리고 싶다. 거의 매일 올라오는 내 글을 보며 라이킷과 댓글을 달아주시고, 새로이 구독자가 되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위에 이야기한 모든 내 기준을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왜냐하면 만약 위와 같이 모두가 이용한다면 내 글에는 남을게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관심이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 지금 바로 내 솔직한 마음이다. 이게 바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하하.


나를 구독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하다. 꾸준함 밖에 없는 나로 인해 매일매일 피드에 떠 있을 내 글로 인한 괴롭힘과 한편으로는 그래도 구독자라면 읽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항상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꾸준함이 탁월함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믿기에 매일 쓴다. 그렇게 천천히 그분들에게 기대가 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초록Joon은 아주 가끔 좋은 글을 쓰는데, 그것 때문에 구독을 끊을 수가 없어!’




<브런치를 시작하며 읽으면 좋은 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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