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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n 07. 2021

1천 명 구독자가 잠깐 되었었다

구독은 과거에 받은 한 번의 큰 공감일 뿐

브런치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녀석이 있다. 바로 맨 왼쪽 위 초록색 동그라미, '알림'이다. 내 글에 대한 반응이 모두 그곳에 들어있다. 누가 좋아하는지, 얼마나 많이 보는지, 어떤 새로운 기록을 세웠는지.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힘겹게 지켜가는 것이 하나 있다. 이 궁금해 죽겠는 '알림'을 하루에 딱 한번 본다. 괜히 숫자에 시달리지 않으려는 나만의 방법이다. 계속 쓰기 위한 내 나름의 몸부림인 셈이다. 다행히 1년 동안 잘 지켜오고 있다. (벌써 1년!) 이곳에서 글을 쓰면서 따라오는 숫자들 중 역시 최고봉은 그 이름도 찬란한 '구독자'다.


엊그제 구독자 1 명을 넘었다고 전해(?) 들었다. 1천 번째 구독자가 되어 주신 분께서 직접 인증 댓글을 달아주셨다. 그 밑의 댓글에서도 여러 분들께서 1천 명 구독자 달성을 축하해주셨다. 그런데 내 눈으로 확인했을 땐 아니었다.  


1천 명이 되었는데 된 게 아니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간단하다. 누군가 나를 떠난 것이다. (이날은 유독 많이 떠나셨네?) 늘 수 있다면 줄 수도 있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뭐 어쨌든 과거의 어느 시점에는 1천 명 구독자를 달성했던 모양이다. 구독자가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것은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하루 자고 일어나니 이 '구독자'에 대한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뭉게뭉게 피어 나왔다. 오늘은 원래 책에 담을 원고 쓰는 날이지만 더 재밌는 것에 대해 쓰기로 '방금' 결정했다. (죄송해요. 편집자님 딴짓이 이렇게 좋네요.)






우선 내 구독자는 어떻게 늘어왔을까? 여기에는 별로 재밌는 이야기가 없다. 특이사항 없이 꾸준히 늘었다. (물론 줄기도 하고) 반짝 흥행 같은 건 없었다. 다음 메인, 카카오톡에 소개는 종종 되었지만 모두 구독자와 상관없는 거품들이었다. 브런치 톡채널 소개가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듯했지만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개최되는 공모전에 뽑히면 좀 알려졌겠지만 그런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앞으로도?) 주인을 닮아 그저 한 걸음씩 더디게 조금씩 나아갔다. 이렇다 할 요행도 행운도 없이. 내 삶과 같아 익숙하다.


물론 줄지 않고 늘어난 것만 해도 행운이다. (라고 긍정적으로 보는 편) 도대체 왜 늘어났을까? 내가 한 일은 매일 쓴 거밖에 없다. 어찌할 수 없는 특별한 일(컴퓨터가 폭발했다든지)이 없다면 새벽에 일어나서 쓰고 발행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내 마음에 들게 계속 썼다. 누군가 읽고 더 읽고 싶은 마음에 구독을 눌러 주셨다. 이게 전부다. 그게 쌓이고 쌓이면서 조금씩 늘어났다.






구독자가 몇 천, 몇 만인 브런치 작가들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거기에 비해 라이킷 수나 댓글은 많지 않다. 조회수는 알 수 없으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 구독자 모두 해당 작가의 글을 읽는 것은 아닌 듯하다. 아니라면 그저 읽고 가만히 있는 걸까? 내 입장을 돌아보면 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장점 같은 단점 '매일 쓰기'로 구독자 분들을 괴롭히고 있어서 오류가 발생하지만... ('어휴 맨날 올려대는 네 글은 도저히 다 읽을 수가 없다') 어쨌든 글을 올리면 조회수, 라이킷, 댓글은 구독자 수에 비례해서 증가한다. 그렇다면 이론적으로 5천 명, 1만 명이면 5배, 10배의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구독을 누른다는 것은 그 작가의 글을 계속 읽고 싶다는 의미다. 단순 라이킷이나 댓글 정도가 아닌 미래의 시간을 내어주는 큰 약속이다. '난 네 글이 좋아.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 써줘. 기대할게!' 아주 커다란 공감과 응원을 보내는 행위다. 그런데 구독 후에 잘 읽지 않는다면? 읽고도 별 반응이 없다면?


내 마음대로 합리적인 추론을 해봤다. (내 생각 = 합리적) 브런치 자체와 멀어진 구독자(=유령 회원)가 많아진 것이라고. 원래 자주 들어오지 않거나 이제는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의 숫자라고. 누가 되었든 열성적으로 읽어주는 '구독'의 의미하고는 좀 멀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하면 수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작가들을 보며 주눅이 든다. (와 이게 말이 되는 숫자야?) 하지만 실제로 내가 구독자가 점점 늘어나도 엄청난 변화는 없었다. 나를 구독한 구독자분들 중에서도 이미 브런치를 이탈했거나, 구독하고 읽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브런치를 떠난 분들이야 할 말이 없지만 구독을 하고 읽지 않는 것은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게 당연하겠지만 난 '구독'을 하면 재밌게 열심히 읽는다. 조금씩 늘어난 구독 작가님이 50명 가까이 되었는데 이 정도가 내 시간과 집중력의 한계다. 나름 구독을 하는 데 신중하고 나만의 기준이 있다. 꼭 글이 엄청 아름답고 논리적이라고 읽고 싶어지진 않는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느껴지는 고유의 매력이 있으면 끌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이 있어야 한다. 글이 올라오지 않아 오랫동안 읽을 게 없으면 더 이상 기대가 되지 않아 떠난다. 가끔 수백 명, 수천 명을 구독하는 분들이 계신데 어떻게 그 많은 글을 읽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구독자'에 대해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마구잡이로 하다 보니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놓칠 뻔했다. 구독자 숫자에 엄청난 환상을 가지지 말자. 구독자 수 늘리는 법이니 뭐니 보기만 해도 싫은 제목과 주제의 글들이 여기저기 떠다닌다. 그런 방법이 정말 있을까? 결국은 그냥 꾸준히 쓰다 보면 구독자 수는 자연히 느는 것이다.


여기서 절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숫자가 늘었다고 글을 잘 쓰게 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 숫자는 그저 과거 어느 한순간 내 글에 아주 큰 공감을 해준 것뿐이다. 대부분은 그 이후 내 글의 성장과 관련 없이 그저 남아있게 된다. (글을 안 쓰거나 글을 못 써도 거의 줄지 않음) 그저 과거의 영광이 누적되는 것뿐이다.


혹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작가님들의 수상 전 구독자를 본 적이 있는가? 숫자가 많다고 뽑히지 않는다. 대상의 선발 기준에 구독자 숫자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분들은 그저 묵묵히 써서 본인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 뿐이다. 구독자 10만 명을 원하는가? 아니면 대상을 받길 원하는가? 광고도 붙지 않는 이곳에서 숫자 놀음에 목맬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길 바라면서 쓴다. 내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는 입만 아픈 이야기지만 계속 써야 한다. 쓰고 또 써야지 누군가 보고 읽고 하면서 늘어난다. 쓸 때마다 잘 쓰면 좋겠지만 그럴리는 없다. 더 잘 쓸 수 있는데 일부러 잘 안 쓰는 것도 아닐 테다. 그저 지금 쓸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꽤 여러 개의 글을 쓰고도, 꽤 오랜 기간을 꾸준히 써보고도 구독자가 늘지 않을 수 있다. (이럴 가능성이 높다. 브런치의 구조상 자신의 글이 알려지기 어렵다.) 그때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좀 더 써보자' 뿐이다. 고작 1년 꾸준히 써본 내가 이 말에 강한 힘을 싣기는 어려울 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글을 많은 이가 읽게 하려면 계속 꾸준히 쓰는 수밖에 없다.


그 시간은 스스로 정해보자. 그래도 별로 마음에 안 들면 이곳에서의 글쓰기는 '나랑 안 맞네'하고 그만두면 그만이다. 글 쓸 수 있는 방법과 장소는 세상에 겁나게 많다. 즐거운 글쓰기를 괜히 스트레스받으면서 늘지 않는 구독자를 보며 억지로 해 나갈 필요는 없다. 그렇게 떠나서 다른 곳에서 쓰든, 구독자를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쓰든,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작정하고 계속 쓰든 중요한 것은 계속 쓰는 것이다.


구독자 숫자는 글쓰기에 대한 엄청난 성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글쓰기 솜씨를 보여주는 능력치 같은 것은 절대 더욱 아니다. 그냥 오랫동안 써온 그 시간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아, 혹시 구독자수가 줄면 마음이 아픈가? 그냥 쿨하게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기기 어려운가? 난 이렇게 생각하고 잊어버린다.


'아이고, 이번에 또 누가 브런치 탈퇴했나 보네. 이러다 브런치 망하면 어떡하지?'


진실은 알게 뭐냐. 글 쓰는 내 마음만 편하면 되는 거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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