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런치를 즐기는 방법
브런치를 켜면 ‘브런치 홈’으로 시작한다. 그곳에는 어떤 기준인지 (아마 영원히) 모르겠지만 이미 정해진 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 독자로 사용할 때부터 작가로 막 활동을 시작하던 때까지만 해도 커다란 대문과도 같은 ‘브런치 홈’은 꼭 둘러보아야만 하는 곳이었다.
이제는 ‘브런치 홈’을 안 본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원하는 글이 없기 때문이다. 선정적인 제목들이 즐비하고, 어찌 된 일인지 글쓴이가 거의 비슷하다. (그 작가가 그 작가) 혹시나 해서 읽어 보면 매번 성공확률이 낮았다. 아마도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걸린 글에 대한 기대가 높았기 때문도 있을 테지만.
지금은 브런치를 다르게 이용한다.
켜자마자 바로 뜨는 ‘브런치가 추천하는 브런치 북’의 제목이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재빨리 왼쪽 위 '메뉴' 버튼을 급하게 누른다. 혹시라도 제목을 읽으면 낚일까 봐 그렇다. 그리고는 메뉴 맨 아래 있는 ‘피드’로 들어간다. 가장 먼저 구독하고 있는 작가님의 글을 하나씩 읽는다. 오랜만에 올라오는 글에 반가워하고 새로운 스타일의 글이 올라오면 놀라면서 즐긴다. 보고 느끼며 배운다. 같은 공간에서 골똘하게 몰입해서 글을 쓴다는 건 언제 떠올려도 기분이 좋은 관계다.
모든 피드의 글을 읽고 나면 어디로 갈까? 이제야 메인인 ‘브런치 홈’에 눈길을 줄 차례일까? 노노. 거긴 이제 안 간다. 다시 메뉴를 누르고 ‘브런치 나우’로 간다. 소개된 테마들 중 관심이 있는 분야를 둘러본다. 책이라든지 글이라든지 직장이라든지 육아라든지. 중간 즈음에 딱 자리 잡은 ‘브런치 인기글’은 재빨리 거른다. ('브런치 홈'과 똑같은 글들이 있다.) 혹시나 제목이 눈에 걸려 멈칫할까 봐 서둘러서 맨 아래로 화면을 내린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마지막 안식처에 도착한다. 가장 사랑하는 브런치의 최애 장소는 ‘브런치 최신글’이다.
첫 번째 이유는, 다른 곳에서 당최 만날 수도 볼 수도 없는 작가님과 글을 만날 수 있다. 어디에 이렇게 꽁꽁 숨어 있나 했더니 모두 이곳에서 묵묵히 새로운 글을 쓰고 있었다. 서점을 둘러보다가 어쩐지 나만 알 것 같은 작가와 책을 발견한 기분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는지.
두 번째 이유는, ‘따끈따끈함’이다. 방금 발행된 글에는 특유의 생기발랄함이 있다. 작가의 서랍에서 묵혔다 나온 글이든, 방금 떠오른 생각과 감정을 재빨리 담아서 나온 글이든 간에 모두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갓 태어남’을 간직하고 있다. 표현력의 한계로 더 이상 설명하긴 어렵지만 새로 발행된 글에는 '그것’이 분명히 있다. 난 그것을 느끼고 좋아한다.
마지막 이유는, (왠지 나만 알고 싶은 건데...) ‘생애 첫 글’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런치 작가라면 모두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리던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그 첫 글을 쓰기까지 고민했던 시간, 기대와 불안이 섞여 요동치던 감정, 수없이 고친 제목, 이게 뭐라고 목숨 걸고 정했던 3가지 키워드 선정까지. 마지막으로 첫 ‘발행’ 버튼을 누르던 순간은 아마 모두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일 테다. 귀중한 한 작가의 ‘첫 탄생물’을 이곳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선택해서 읽어 내려간 글이 정말 좋았을 때, 그 작가님의 구독자가 ‘0명’이면 숨은 보물을 내가 처음 마주한 느낌이다.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디딘 고귀한 존재에게 전하는 내 마음이 얼마나 클지 잘 안다. 처음 시작하는 그때 그 마음을 나도 고스란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활동 초기에 받는 ‘조회수, 라이킷, 댓글, 구독’이 어떤 굉장한 의미로 다가 가는지. 그렇게 새 작가의 탄생을 지켜보고 응원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서 ‘브런치 최신글’을 자주 찾는다.
지금까지의 브런치 이용 방식은 그저 내 나름일 뿐이다. 누군가는 ‘브런치 홈’이 좋을 수도 있고, ‘브런치 인기글’이 매력적일 수도 있다. 그동안 너무 남이 정해놓은 대로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가 많아서 그런지 요즘엔 괜히 삐딱하게 내 마음대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싶어 진다.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요즘 묘하게 브런치가 불편했던 적이 있는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P.S.> 브런치 북 아껴보기
아, 가끔 ‘글 읽는 서재’에 들러서 라이킷한 브런치 북도 아껴서 본다. 너무 오랜만에 들르는 바람에 이미 본 글을 깜빡하고 또 읽기도 하지만. 마치 만화방에 오랜만에 가면 읽던 시리즈의 지난 내용 기억이 안 나 앞서 본 편을 다시 보다가 시간이 다 지나버리듯이. 기억에 담아두고 읽고 싶은 글이 있다는 건 마음을 풍족하게 만든다. 살아있는 글이 모여있는 이곳을 그래서 자주 찾나 보다.
<브런치를 시작하며 읽으면 좋은 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