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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30. 2020

상금은 모두 기부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상태였다

생애 첫 공모전 응모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이다. 유독 다른 작가들의 ‘음식’ 관련된 글들이 자주 보였다. ‘여긴 참 다양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구나.’ 딱 이 정도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난 음식에 관심이 없었고, 그렇기에 이를 글로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신기했다.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현재 ‘한식’에 관련한 공모전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그다지 내 마음엔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난 ‘음식’을 주제로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의 맛깔스러운 묘사도, 어떤 이의 재미있는 음식 관련 이야기도 나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일 뿐이었다.


그렇지 않았다. 내게 한번 들어온 정보는 내 몸속 어디선가 숨 쉬고 있었다. 공모전 마감 날짜가 다가오면서 괜히 내 마음도 바빠졌다. 다시 한번 공모전 공지 글을 읽어 보았다. 내 눈에 들어온 꼭지들이 있었다. ‘가족 이야기, 따뜻한 공감' 그러면서 글의 소재와 흐름이 갑자기 머리에서 자리 잡혔다. 낮에 따로 글을 쓸 수 없는 환경적 요소 덕분에 내겐 이 새벽 시간이 유일한 글쓰기 시간이다. (늘 곁에 있는 든든한 아들 사랑한다)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은 딱 응모전 마지막 날 아침 딱 그때뿐이었다.


평소에 써서 올리는 글들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한 시간 정도의 시간에 완성했다. 아직도 이 글의 주제와 그 흐름을 정할 때의 흥분,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쏟아내듯 써내려 간 뒤 완성했을 때의 기쁨을 잊지 못한다. 이 글을 쓸 때, 딱 한 가지 달랐던 점은 오랜만에 맞춤법과 문장부호, 문장과 단락을 신경 썼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공모전에 응모하는 글이니 기본 중에 기본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모전에 응모하는 글인 줄 모르고 본 파랑도 그 당시 이 글을 보고 ‘각 잡고 썼네?’라고 말했다. 내 특유의 유머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뭔가 좀 달라서 이상했었다고. 하하. 한 달 뒤에 나올 결과를 내심 적당히 기대했었다. 이미 상금은 모두 기부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상태였다.






원래 후기 글은 좀 다르게 올릴 생각이었다. 그럴듯한 소감으로 치장해서. 하지만 이렇게 아주 편한 마음으로 올리게 되었다. 며칠 후 시원하게 발표가 났다. 내 이름은 없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누군가 던져준 주제에 맞춰 쓴다는 것은 좀 불편했지만 그래도 좀 더 신경을 쓰면서 쓰는 경험도 나쁘지 않았다. 


당선되지 않는 이유는 수백 가지 정도 떠오른다. 여전히 내게 ‘음식’을 맛깔나게 묘사하는 것은 많이 부족한 부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서도 분량을 억지로 더 할애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온전한 내 이야기가 아니어서 감정의 표현이 제한 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뭐 이외에도 끝도 없이 댈 수 있겠지만 굳이 만들어서 후회하는 스타일이 아니니 이 정도면 되었다.


신기한 것은 탈락 후의 내 마음이다. 아쉬운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덤덤함이 더 맞겠다. 늘 가지고 있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인해서, 당연해야 하는 것이 가끔 당연하지 않을 때의 당황스러움에 가깝다. 최근에는 남의 평가와 시선에 자유롭기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인 것도 한 몫했다. 특히 글이라는 것은 누구에게 점수 매겨달라고 쓰는 것이 아니라는 내 신념 덕분이다. 솔직하게 난 이 글이 좋았다. 내 마음을 표현한 이 글이 좋았다. 만족했다.


어떤 글이 더 옳고 좋은 글인지는 정답이 없다. 내가 남의 글이 읽을 때도 그 기준은 항상 달라졌고, 이렇게 내가 쓸 때도 그것은 늘 분명하지 않았다. 쓰고 읽는 쌍방향 과정에서 다양하게 변화하는 글을 쓴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다. 앞으로도 종종 ‘각 잡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내 생각을 남겨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이유.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처음으로 각 잡고 써본 그때 그 시절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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