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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19. 2020

하루에 딱 한 번만 브런치를 보기로 했다

브런치적 거리두기

하얀 바탕에 검은 ‘b’ 로고와 ‘BRUNCH’라는 이름의 알람이 울린다.


OOO님이 “ㅁㅁㅁㅁㅁ” 글을 라이킷했습니다.
OOO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아마 브런치 작가라면 누구도 이것들에 초연하게 반응할 수 없다. 특히 이제 막 브런치를 시작한 나 같은 초보 작가들은 혼을 뺏기지 않을 재주가 없다.






정말로 그랬다. 처음에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했다. 내가 브런치를 하는 건지 브런치가 나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알람이 오면 확인하고, 알람이 안 오면 아까 알람을 또 확인하고. 이런 게 미친 게 아니면 무엇을 미쳤다고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글을 남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고 계속 그럴 것 같았다. 그런데 사람을 비교과 불행의 나락으로 빠뜨리는 ‘숫자’가 등장하면서 내 기대는 철저하게 무너졌다. 조회 수, 라이킷 수, 댓글 수, 구독자 수. 숫자로 제시되는 그 차가운 현실은 내게 여러 메시지를 던져 줬다.


‘이 조회 수, 라이킷 수에 밥이 넘어가니?’

‘글을 읽고나도 별로 할 말이 없나 본데?’

‘구독자도 거의 없으니 그냥 일기장에 쓰면 어때?


처음 몇 주 동안 계속 그랬다. 일단 시작한 것이니 한 달은 해보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쉽사리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다행히 이런 현상이 나뿐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보면서 위로받기도 했다. 하지만 위로는 상황을 해결해 주지 못했다. 이러다가는 정말 쓰기 위해 시작한 이곳에서 엄한 훼방꾼 때문에 쓰는 것을 멈추게 될 것 같았다.


불안했다. 쓰는 것을 멈추게 될까 봐 정말 불안했다. 쓰는 것을 멈추고 싶지 않았기에 열심히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언제나 그래 왔듯이 나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실행에 옮겼고 모든 것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이제 쓰는 것에 아무것도 방해되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아마 99% 브런치 작가님들이 겪었을 것이라고 장담해 본다. 그리고 각자의 방법과 리듬을 찾아서 글쓰기를 이어가신다는 것도 함께. 나는 브런치와 거리를 두는 것을 방법으로 정했다. 일명 ‘브런치적 거리두기’를 시행 중이다. 한번 가까이하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 중독되기에 물리적인 거리를 두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조치> 알람 끄기


모든 알람을 꺼두었다. 브런치에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게 해 두었다. 이것 만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부족했다.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는 나를 막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두 번째 조치> 정해진 시간에 확인하기


들어가서 확인하는 시간을 정했다. 아침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잠자기 전에 한 번. 뭔가 그럴듯했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브런치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채우면서 그곳에 갇혀있게 했다.



<세 번째 조치> 딱 한 번만 보기


하루에 한 번만 보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브런치에 대한 알람을 아침에 한 번 보기로 했다. 그날 올릴 글을 발행하고 나면 그때서야 알람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스스로에게 주었다. 이때 댓글을 확인하고 대댓글을 달고, 또한 이때 구독한 작가님들의 글을 읽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기 위한 접속은 하루 중 언제든 자유롭게 풀어 두었다. 내 알람만 보지 않아도 내 마음의 동요는 전혀 생기지 않았다.






이렇게 거의 2달을 보냈는데 현재까지 아주 만족스럽다. ‘정신적’으로 통제가 안 되는 것은 이렇게 가끔 '물리적'인 통제로 풀리는 경우가 있다. 마음이 답답할 때 일단 걷거나 달리고 오면 한결 가벼워진다든지 말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하나하나의 알람에 일희일비했었는데 하루에 한 번 수많은 알람을 확인할 때는 그것의 합만큼의 감정이 아니었다. 그렇게 신경이 쓰이던 숫자들이 이제는 정말 단순하게 ‘숫자’로만 보였다. 나를 옭아매고 조였던 그것들이 이제는 내게 아무 짓도 할 수 없었다.


물론 아직 완벽하게 이 ‘숫자’들을 외면하고 있지는 못하다. 통계에서 보여주는 그래프의 높낮이, 그리고 친절하게 보여주는 어제와의 비교 수치는 예전의 조바심을 여전히 자극한다. 그래도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다. 매일 쓰고자 하는 내게 이 숫자들은 ‘너 열심히 잘 쓰고 있어’라는 메시지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당분간은 처음 글을 발행하던 그때처럼 신기하고 설레면서 써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단 한 명이라도 읽어주면 좋겠다고 시작한 그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회 수가 ‘0’이 되는 날까지 계속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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